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지역연대, 인천자주평화연대,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인천본부 측 관계자들이 8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통신=문효경 기자) 10.29 참사(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회피성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자세가 결국 역풍을 불러오는 분위기다. 인천 역시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의 지역 내 연대 혹은 전국연대 등 움직임이 가세하고 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5개 시민단체(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지역연대, 인천자주평화연대,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인천본부)는 8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희생자에 대한 제대로 된 추모와 진상규명, 책임차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10.29 참사는 전국 도합 156명의 사망자를 냈는데, 인천에서도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상당수가 여성으로 나오면서 참사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았다는 통계발표는 인천 역시 그대로 반영됐다.

이들 5개단체들의 요구는 ▲참사 희생자, 유가족, 국민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이상민 장관 및 윤희근 청장 파면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 ▲국회의 책임있는 자세 표명 등이다.

10.29 참사가 벌어진 직후 여론은 정부와 경찰의 무능, 지자체의 책임 방기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참사 이후 정부는 이상민 장관 등이 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빈축을 샀으나 결국 여론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미 참사 직후 조사와 언론취재 등을 통해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서울시,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은 안전을 위한 조치를 거의 마련하지 않았다. 압사 사고를 우려한 시민들의 112 신고가 참사 몇 시간 전부터 지속됐지만, 경찰은 추가로 경력을 배치하거나 교통 통제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사망자 156명을 포함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현 정부의 재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게 이들 단체들의 의견이다. 사실, 이러한 의견은 이미 전국적으로 여론화돼 있기도 하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발표하면서 행안부의 경찰에 대한 지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참사를 막지 못한 지휘 책임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있음이 명백하다는 평가다.

이들 단체들은 책임을 져야 할 이상민 장관과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 윤희근 경찰청장을 파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될 수 없다면서 조치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부적절한 농담으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한덕수 국무총리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112 신고 녹취 공개 이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의 명백한 잘못이 드러남으로써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참사 당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2일 대기발령조치됨)이 걸어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굳이 차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1시간을 허비한 정황이 포착됐고, 사고 당일 자신의 구체적인 동선 공개를 거부하고 당일 대통령실의 연락도 받지 않는 등 경찰공무원 기강 해이의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은 국민적 공분을 크게 샀다.

또한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대통령보다도 늦게 참사를 인지한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뒤이어 드러났고,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사용도 안 하는 등,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생각조차 안 한 정부의 실패 역시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사과하는 모습이 있긴 했으나,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증해지는 국민 여론에 떠밀려 사과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이들 단체들의 의견이다. 

즉, 회의 자체가 급조한 느낌이라는 것. 또한 윤 대통령의 공식사과 시점이 참사 당일로부터 열흘여 뒤나 됐다는 것 역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연일 사퇴요구가 나오는 이상민 장관은 여기에 “대통령실 사의 요구 없었다, 이런 일 겪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5개단체는 “이제는 국가가 지정한 애도 기간도 끝난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참사의 원인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기에 진상규명을 경찰에만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찰청이 사태를 수습할 시간에 민간영역의 사찰의심을 높게 받고 있는 ‘정책참고자료’라는 책자를 만드는 등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경찰이 여론 눈치나 보면서 참사를 축소하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는데 어떻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국민 여론 차원에서도 경찰청이 수사본부를 꾸리고 용산경찰서장을 교체하고, 112 상황관리관을 수사 의뢰한 것 등을 일종의 ‘꼬리 자르기’ 의도로 보고 있는 상태인 만큼 경찰과 정부의 손에 진상규명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5개단체는 여당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요구를 조건없이 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야당과 특검을 합의해서라도 진상규명에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태원 참사에 경찰을 동원하지 못한 건 광화문에서 열린 정권퇴집집회 때문”이라며 이 배후릃 야당으로 지목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힘든 발언들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이런 발언 외에도 “참사를 두고 민주당이 치졸하게 정쟁화한다” 혹은 “국정조사 전에 검수완박이 먼저” 등의 발언으로 사실상 참사를 ‘정쟁화’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진상규명 요구를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가 있다거나 당파적이라고 매도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국민의힘으로 향할 것임을 명심하라”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인천시민들과 함께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4일에는 인천평화복지연대가 대구참여연대, 광주 참여자치21 등 전국 19개 단체들과 함께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를 구성하고 ‘이태원 참사는 전적으로 국가 책임, 원인 규명하고 책임 물어야’라는 주제의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관련기사 하단링크 참조)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측은 “애도기간 동안 정부가 정작 밀실에선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데에 골몰하고 있다”며 진상규명 및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등을 요구했다.

헌법 제34조가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까지 갈 것도 없이 정부와 경찰의 책임이 명백하다는 것이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측 논리였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다고 볼 수도 있게 된다”며 대통령 스스로가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지 말 것을 함께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