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 후문 쪽 바리케이트. 기자가 오전 10시 경 이곳을 나와 오후 5시 경 재차 방문했을 때, 기자 전용 출입카드를 패용하고 있었음에도 청사 경비자가 “분향소 가시는 거 아니냐”는 등으로 물어왔다. 자유로운 출입의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증거다. ⓒ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그런데, ‘장소선택’을 잘못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고 있다. ‘범시민 애도’의 성격이 되어야 하는 합동분향소의 선택지가 너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31일 2층 대회의실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이날 11시 30분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발송했다.

해당 보도자료가 발송된 시점 대회의실은 이미 조문 준비가 마쳐져 있는 상태로,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과 시 간부공무원들이 먼저 분향소를 찾아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그러나 인천시가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자 하는 선택지로 시청사 대회의실을 택한 배경에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은 평상시에는 출입카드를 발급받아야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애당초 시민 접근성이 좋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청사 출입카드 없이도 출입이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1층부터 설치된 바리케이트(지하철 이용 시 보게 되는 것과 같음)를 청사 경비원(청경) 등의 허락 하에 통과해야 하는 곳을 출입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는 민선7기 시절 시청사 정문 앞 도로를 우회하도록 하고 ‘애뜰광장’이라는 큰 잔디광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면 굳이 바리케이트를 거치고 청경의 허락을 거쳐 시청사 출입을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또 청사 내에 합동분향소 안내도 제대로 되지 않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자초하면서, 결국 ‘공무원 전용 분향소’라는 비꼬임도 나오는 형국이다.

실제 이날 합동분향소 안내판이 10시 30분 경 설치되기는 했으나, 그 이전에 방문했던 시민들 중엔 바리케이트 등을 보고 거부감이 들어 아예 문의도 안 해보고 돌아간 경우도 소수지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사를 방문한 한 시민은 기자를 찾아 “왜 이런 곳에 분향소를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시청 주변에도 접근성 좋게 설치할 곳이 얼마든 있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는 이러한 선택이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지만, 인천시는 이 공간을 외면했다. 시민활동가 일부는 “애뜰광장이 전임 시장 시절 조성된 거라 유 시장이 광장을 싫어하는가보다”는 등의 비아냥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인천시

 

시 총무과 관계자는 “우리도 당초에는 시청 앞 광장에 설치를 하자는 등의 의견이 내부에서 있었는데, 행정안전부에서 도착한 공문에는 ‘가급적 분향소를 실내로 정하라’는 식의 내용이 있어 그 지침을 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공문은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지침이 아닌, ‘권유사항’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시가 시민정서를 감안해 행안부의 권유를 벗어나더라도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애도했어도 되는 것이다.

행안부도 ‘전적으로 시의 잘못’이라고 짚었다. 행안부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해당 공문에 시 청사 범위 내의 실내공간에서 했으면 한다는 내용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권고사항 정도였다”며 “공문에도 가장 우선순위가 시민 접근성이라고 기재해 보낸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도 시청 앞 시민광장에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고, 인천도 애뜰광장이 있었던 만큼 거기서 했어도 별 문제는 없었다”면서 “공문의 해석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겠으나 이는 인천시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인천시의회에서도 같은 잘못을 짚었다. 

김대영 시의원(비례, 민)은 “대회의실에 분향소를 만들었다고 해서 굉장히 의아했고, 그래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배경을 나름대로 알아보던 참에 기자의 전화를 받은 것”이라며 “행안부 권고라도 시민 정서로 보면 안 되는 선택을 했다, 애뜰광장 같은 곳이 그런 애도를 하기에 얼마나 좋으냐”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시의 이러한 선택에는 비판의 시선이 높다. 이날 오후 1시 경 추모 성명을 보도자료로 발송했던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 측 관계자는 “사실 평복연에서 분향소 장소 선택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담으려도 했으나, 이번엔 순수하게 추모만 하자는 뜻에서 그 내용을 생략했던 것”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평복연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서울·경기·인천은 실제 희생자가 있는 지자체(인천시민은 5명 사망함)”라며 “오히려 다른 지자체들보다도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는 열린공간에 마련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움도 함께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실제 조문을 하려다가 돌아간 시민들이 계셨다고 한다”고 밝히자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 인천시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증명”이라고 의견을 전하며 “결국 ‘공무원용 생색내기 용 분향소’를 설치하고 말았다”며 재차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후 5시 경 시청 앞 애뜰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 역시 “이해가 안 간다, 서울이 광장에서 분향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애뜰광장에서 했어도 됐을 일인데, 공무원들 감각이나 센스가 이렇게 떨어지는 수준인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런 의견을 취합한 기자는 아직 국가애도기간이 남아있는 부분을 감안해 “지금이라도 분향소를 접근성 좋은 곳에 이전 혹은 추가설치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시에 재차 물었다. 

하지만 시 총무과 관계자는 “보도자료도 다 배포됐고, 우리 시처럼 실내에 분향소가 설치되면 다 잘못된 것이냐”는 등으로 반문하기도 했다. 시 총무과의 답변을 들어보면 시 내부 공직자들의 시민정서가, 감각이 굉장히 무뎌있는, 그야말로 ‘철밥통’ 수준의 정서밖에는 없는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