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지역화폐 예산 지원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인천의 경우 전국에서 지역화폐(인천e음)의 정착이 가장 성공적으로 된 도시로 평가받는 만큼, 타 도시들도 인천을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15일 인천시와 시의회 등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인천시는 기획재정부가 지역화폐에 지원하는 예산을 전액 삭감한 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일단은 자체 예산을 편성해 현재의 5% 기본안을 일단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같은 계획은 올해 초 이미 기재부가 지역화폐에 대한 예산지원폭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인천시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 실제 시는 전임 박남춘 시장 당시에도 올해 하반기부터 캐시백 요율을 5%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잡아놨었다.
선거 이후 유정복 현 시장이 취임하면서 5% 요율로 하향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5일 유 시장이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예산에 시비 2천억 원 이상을 투입해 일단 자체 해결을 해보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유 시장 본인이 지난 민선6기 당시 ‘인처너카드’라는 이름으로 시범 출시했던 만큼 지역에 확실히 정착한 인천e음카드만큼은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기재부는 내년도 지역화폐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지역화폐의 효과는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지역사업이므로 중앙정부가 지원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 시장의 의지를 꺾어놓으려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모양새다.
관련부서인 시 소상공인정책과 내부에서도 2천억 원 이상 시비를 투입하긴 하지만 시 부서 내부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재부의 이같은 주장에는 일종의 ‘모순’이 존재한다. 인천e음카드로 활성화하려는 부분은 바로 ‘소상공인’이다. 정부가 사실상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나 지원 등은 “지역에서 챙기면 되니 우리는 외면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실제로 상당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또 이미 전국적으로 정착해 골목상권과 비슷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 운영(관할 중소벤처기업부)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전액 국비지원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차별’이라는 논리의 반박도 가능하다.
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기재부는 현재 지역화폐 지원을 없애더라도 온누리상품권 등을 통해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가진 것 같다”며 “가맹점 제한(전통시장 안에 들어와있어야 함) 등 여러 특징들이 있다보니 사실상 대체된다고 볼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인천지역 상인들과 소상공인단체들은 기재부의 이런 모순에 격분한 모습이다. 인천상인연합회와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단체들은 15일 오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 정책이 아니라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이라며 기재부의 논리가 잘못돼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재부가 지방재정의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이유를 대는데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비율이 8대 2, 반면 재정지출은 중앙과 지방이 4대 6으로 되어 지방정부가 재정지출이 더 많고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애써 외면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역화폐 예산 삭감을 철회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인천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안양시와 안산시의 시의회 소속 기초의원들이 릴레이 챌린지 등의 방식으로 기재부에 지역화폐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
해당 릴레이 챌린지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 안산시의회의 송바우나 의장은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명절 이후로도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 시민은 물론 지역상인까지 울상을 지을 판”이라고 전했다.
안 의장은 “우리 안산의 경우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무려 94%의 시민께서 소상공인과 가계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통계가 있다”고 밝히며, 지역화폐의 활성화가 지역이 아닌 국가 차원의 사업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목소리는 수도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전국구’적인 호소이기도 해서, 누리꾼들이 각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전국의 기초 및 광역의원들이 지역화폐 필요성을 강조하는 뉴스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인천을 비롯한 지자체들 일부는 일단 자체 예산으로 정부지원의 삭감폭을 메워 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더 나아가 중앙정부에 강력한 자세로 필요성을 언급하고, 가능하다면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기재부에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도 있다.
유 시장의 경우 물론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인 부분도 있겠지만, 지난 5일 인천e음의 개편안 발표 시점 전까지는 중앙정부에 이렇다 할 예산문제를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 시나 유 시장 등이) 국회 등을 향해 예산문제를 강력하게 요구한 적은 아직까지는 없었다”며 “향후 지역 국회의원 등과 접견하면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호소할 계획은 갖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지역 차원에서 진행되는 간담회 자리 등도 예정이 있는 상태인데, 우리 지역 국회의원 중 김교흥 의원(서구갑, 민)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만큼 물론 우리 시 차원에서도 어떤 방향으로든 국비확보 등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현재 시 재정담당부서(재정기획관실)는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은 필요사업들을 취합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들 내용 중엔 지역화폐와 관련된 내용들도 제출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