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양성현 기자)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와 같이 D급으로 분류된 통신시설이 지방에 몰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국회의원(경기 부천시 원미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90곳, 부산 60곳, 대전 17곳, 세종 1곳, 광주 37곳, 대구 24곳, 인천 28곳, 울산 31곳 등 7개 특별·광역시와 세종시에 288곳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반면 나머지 지역은 경상도 141곳, 경기도 132곳, 전라도 148곳, 제주도 6곳, 강원도 64곳, 충청도 56곳 등 547곳으로 2배 가까이 D급 시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별로는 KT가 354곳, LG유플러스가 187곳, SK텔레콤이 131곳의 D급 시설을 각각 보유 중이다.
KT는 354곳 중 7개 특별·광역시와 세종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68.6%인 243곳이 집중돼 있다. 정부가 통신장애 시 피해 범위가 넓다고 판단한 A~C급 통신시설 80곳은 정부가 점검을 하고 있지만 D급 시설 835곳은 사업자가 자체 점검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의 회선이 들어오는 KT 아현지사처럼 거점 시설임에도 D급으로 분류돼 백업 시스템이나 우회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국회의원은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지방은 선이 정말 개판이다. 수없이 많은 선을 아무 데서나 따서 붙인다. 제대로 된 업자들이 시공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는 지방에서 수도나 가스, 전기업체에서 매설 중 통신선을 발견하면 도려낸다는 풍문이 나돌 정도다. 기존 통신선을 우회해 새로 길을 내는 것보다 사후에 불법이 적발되면 벌금을 내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최근 각종 케이블 매설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하 지도’를 만들었지만 다른 지역은 이조차도 구비되지 않아 사고 시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설훈 의원은 “통신 예비자원이 풍부한 서울의 경우 사고 발생 시 복구가 빠르게 가능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지방에 있는 통신시설 등급을 재분류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