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세 미만 어린이를 통학하는 모든 차량은 동승자 탑승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세림이법’)이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전면 시행됐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통학차량 기준을 법에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영세학원들의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법적 보완을 지적했다. 하지만 필자는 동승자 탑승의무 등의 규정을 완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학원들이 통학차량을 운행하려면 도색(노란색)을 해야 하고 안전장치 등을 설치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요건을 갖추는 데는 3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게다가 동승자에 대한 인건비까지 감안한다면 업계의 볼멘소리를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김세림양 사고가 발생한 2013년에는 32건의 사고가 발생한 반면 2015년에는 오히려 50건으로 늘었고 사상자도 70명이나 넘게 발생했다. 필자는 법이 강화됐음에도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의 인식과 실천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얼마 전 야간근무가 끝나가는 아침 8시경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찰차 뒤로 노란색 통학차량이 바짝 붙어 빨리 가야한다는 조급함을 내비췄다. 필자가 우측 가장자리로 비켜주자 그 차는 가속페달을 밟아 빠르게 추월해 가는 것이었다. 운전자는 스쿨 존에서 몇 킬로의 속도로 주행해야 하는지 조차도 잊은 것 같았다.
게다가 지난달 23일 함평에서는 7살 여자아이가 통학차량 문에 낀 채로 차량이 10미터 가량 운행하는 바람에 차량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세림이법’ 전면시행을 불과 6일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사고 당시 동승자는 없었고, 차량에는 6명의 어린이가 타고 있었다고 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 어떨까. 강화된 법이 지나치다고 불평하는 학원들의 입장을 좋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법을 보완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림이법 적용대상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체육시설이다. 문제는 체육시설이 6가지로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규정된 것 이외에도 합기도차량, 농구, 축구, 야구교실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차량은 단속대상이 아니다. 함평에서의 7세 여아 사고만 보더라도 법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2년 동안 3시간만 채우면 되는 형식적인 교육도 문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통학버스 운전자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이런 점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경찰에서는 개정된 법의 취지대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학기가 오기 전까지 ‘어린이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운전자들의 인식이 달라져야한다. 학교 주변을 지나갈 때는 내 아이가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운전을 하고 통학차량을 운행할 때는 손자, 손녀를 태운다는 생각으로 인식을 달리한다면 아이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천 부평경찰서 백운파출소 경사 김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