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분양 전환’ 식의 임대 주택으로 1천여 세대 규모로 지어진 영종지구 ‘누구나집’이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로 인해 입주예정이던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렇게 입주가 지연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이어지며 심하게는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되면서 중재가 필요한 기관도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25일 인천 중구청에 따르면 영종 미단시티 ‘누구나집’ 민간임대주택이 지난해 10월 11개 동 총 1,096세대 규모로 준공됐지만 아직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누구나집은 과거 민선5기 인천시장을 지내기도 했던 송영길 전 국회의원(현재 소나무당 대표)가 인천시장 재직 시절부터 제안했던 것으로 이후 실제 추진도 됐던 저소득자 중심의 주택정책 중 하나였다.
당시 송 전 시장은 “무주택자가 최초 분양가의 10% 선 내외를 내고 입주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며 10%를 낸 뒤 10년 동안 임대료를 내면서 거주하다가 10년 후에는 10%를 냈던 당시의 분양가 기준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으로 이를 설명해 왔었다.
그러나 누구나집 사업은 당시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돼 왔다. 어쨌든 사업자가 민간영역인 상황에서 자금운용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10%의 가격밖에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의 입주자들이 월세부담을 체감해야 한다는 등 의견들이 있었던 것.
실제 영종 누구나집의 케이스가 이러한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으로 준공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누구나 입주하지 못한 집’이 된 셈이 됐다.
실제 사업자가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2,800억 원을 갚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최종 부도처리됐고 이에 아파트는 공매에 넘어갈 상황이 됐다.
그러자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조합은 공매로 넘어가면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추가로 분담금을 걷은 뒤 PF 대주단에 약 1백억 원 규모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면서 지난 7월 사업시행자 자격을 얻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공사가 전 시행사로부터 수백억 원 대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8월 경부터 유치권 행사에 나서면서 입주예정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자 당초 입주시기를 계산하고 조치했던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지연이 이렇게 장기화되면서 가족들의 거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등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공사에게 유치권 행사를 멈춰달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중구청 등에 중재 등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선 조합 측과 시공사 측은 향후로도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 측이 주장하는 공사비 규모 산정 및 상환방법 등에 대해 이견차가 워낙 크다보니 급기야 조합 측 입주예정자들이 아파트 주변에 텐트를 치면서 농성에 접어드는 등 상황도 연출되고 있는 형국.
조합이 최근 시공사로부터 받은 미수채권 회수 검토안에 따르면 현재 시공사는 잔여 공사비와 지연이자 등을 포함하면 약 789억 원 정도. 이를 가구 수로 나누면 한 가구 당 7천만 원 이상의 상환금액을 계산해볼 수 있다.
검토안에는 내년 1월까지 조합 측이 379억 원을 우선 갚으면 유치권 행사는 중단할 것이며, 나머지 미지급금은 임대공급 보증금과 상가 담보대출 등으로 내년 말까지 상환하라는 요구 등이 담겨 있다.
시공사는 자신들도 공사비를 받지 못한 피해가 크지만 입주지연 상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피해를 줄일 수 있기에 많이 양보한 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조합 측은 시공사가 과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최근 시공사와 가구 당 1,600만 원을 분납키로 구두합의가 된 바 있었고 PF 대출금 이자 비용으로 매달 15억 원씩 누적 200억 원을 넘게 지출한 상황인 만큼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금액이 터무니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양측은 시공사의 유치권에 대해 위법 여부에 대해 공방을 펼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를 보면 갈등이 사실상 ‘평행선’인 상태로 봐도 될 만한 상황.
이에 조합 측은 중구와 인천시 등 공공기관이 나서 중재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HUG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임대보증금 보증계약서’를 받아 중구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으로는 불가능한 절차이기 때문.
이들이 입주를 위해서는 조합 측이 중구청에 ‘민간임대주택 공급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바로 이 보증계약서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 등 상황에서는 HUG가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조합 측이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구 관계자는 “우리도 이 상황은 잘 알고 있다”고 밝히고 “인천시 등과 관계자들을 접견하고 유치권 행사를 되도록 풀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또 중재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