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녀 기자
김경일 시장이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통신)
▲마을과 거리 채 500미터도 되지 않아 대남 확성기 방송 소음 피해 심각
대성동 마을은 남북 간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로 북한의 최전방 마을인 기정동 마을과는 거리가 채 500미터도 되지 않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김 시장 등 파주시 관계자들이 JSA 민통선 내부로 들어가자 대남 확성기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로 다가갈수록 소음이 강해져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였다. 확성기 소리는 여우, 들개, 까마귀 같은 동물 울음소리, 귀신 곡소리, 쇳덩이를 긁는 듯한 기계음 등 온갖 기괴한 소음들이 뒤섞여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
김경일 시장은 ”지금껏 살아 오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소름 끼치는 소리“라며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니 소음 수준도 상상 이상으로 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 지...절절한 그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시 접경지역 일대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말부터였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도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4-5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대남방송은 점점 시간을 늘려가다 9월 28일부터는 24시간으로 길어지면서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음 강도도 급격히 높아져 주민들 대부분이 밤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북 확성기 소음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대성동 마을 전경 (사진=뉴스통신)
▲도로나 철로변 발생 소음 맞먹는 수치 지속 노출될 경우 청력장애 유발
공무원들이 현장을 찾아 소음을 측정한 결과 법상 소음 규제 기준치인 65㏈보다 훨씬 높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로나 철로 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맞먹는 수치로 청력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소음 강도가 점점 세져 최근에는 115㏈의 수치가 확인됐고 심할 때는 135㏈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이 제시하고 있는 소음 기준에 따르면 120㏈은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내는 굉음과 같은 수준이고 130㏈은 고통을 느끼는 한계 수치라고 한다. ”제발 좀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가 터져 나왔다.
주민들의 소리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한계 상황에서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에 다름이 아니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 마을 주변 논밭을 일구며 사는 농민들이라 소음방송을 피해 떠날 수도 없다. 피해 경감을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대성동 마을에서 평생 토박이로 살아온 김진수 씨(70세)는 ”마을 옆 논밭에서 농사일을 해서 먹고 사는 처지라 잠시도 마을을 떠나 있을 수 없어 너무나 고통스럽다“며 ”밤에는 조용히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대책을 촉구다.
김경일 시장이 주민들로부터 대북 확성기 소음 피해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통신)
▲민통선 대성동 마을 주민 피해 상황 청취 실질적 피해 경감 방안 마련 박차
긴급 이동 시장실을 개최해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청취, 실질적 피해 경감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가 발표한 피해 대책에는 방음창과 주민 쉼터 설치, 임시 숙소 마련 등 주민 건의 대부분이 포함됐다.
당면한 소음 피해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조치도 중요 하지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접경지역 주민 피해를 키우고 있는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주민들은 ”북한 사람들 인권도 중요하고 저 사람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당장 죽고 사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죽어가는 국민들 살리는 게 먼저 아닌가. 우리 정부는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무대책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김동구 이장(55세)은 ”요즘 비무장지대 쪽 긴장감이 엄청나다“며 ”풍선 하나만 더 보태도 금방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러다 국지전이라도 터지면 우리 마을 사람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경일 시장은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가 갈등을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있다. 이 불씨가 큰 불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돼 경기도 특벌사법경찰과의 공조 체제가 갖춰진 만큼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