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청사 전경 (사진=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잊을 만하면 자행하는 인천시의원들의 ‘해외 외유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이번엔 짜투리로 남은 돈까지 다 털겠다는 실로 ‘괘씸’한 자세까지 더했다. 

출장예산이 남은 의원들끼리 특별한 목적도 없이 미국과 중국 등을 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기초 및 광역의원들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인천시의원 7명(김유곤, 김재동, 박종혁, 신영희, 이강구, 장성숙, 허식-이상 가나다순)과 의회사무처 직원 3명 등 시의회 일원 10명은 다음달 24일부터 31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계획을 잡았다.

1인 당 5백만 원이 드는 이번 출장은 뉴욕과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을 방문하는데 모두 뚜렷한 방문목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뉴욕 일정에는 뉴욕시의회 등과의 방문 자체는 협의는 됐지만 방문에 대한 목적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또 방문을 계획한다는 필라델피아 소방국과 메릴랜드 항만청 등에 대해서는 일정이나 방문 목적 등을 아직 구체화하지도 못하고 현지 기관과 협의 및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목적도 잡지 않은 채 일정부터 잡고 나중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목적을 잡아 서류로 내오는 시의회의 그간의 ‘악습’이 반복된 셈으로 역대 시의원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거의 외유성 출장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다.

또 방문을 예정한다는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이미 지난 5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도시재생 사례 연구’ 명목으로 방문한 바가 있어 시의원들의 방문이 뜬금없는 데다 기타 방문 목적지라는 9.11 추모관 및 한국전쟁기념관 등도 그 목적이 확실하지 못한 건 매한가지다.

이같이 시의회가 목적도 불분명한 출장일정은 잡은 이유를 나름 추측하자면 이들 7명의 시의원들이 1인 당 5백만 원의 출장예산이 남은 의원들끼리 어떻게든 ‘자기 몫’의 출장비용을 소비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

특히 이들 7명의 시의원들이 특정 상임위원회에 다 같이 소속된 게 아니라 소속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공통점이라면 출장예산을 이같이 남겨놓은 것밖에 사실상 없다는 것은 이러한 의심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킬 만하다.

실제로 이번 방문길에 오르는 7명의 소속 상임위는 행정안전위원회 2명(김재동, 신영희), 문화복지위원회 1명(장성숙), 산업경제위원회 2명(김유곤, 이강구), 건설교통위원회 2명(박종혁, 허식) 소속으로 모두 다르다.

그런가 하면 일부 시의원은 출장일정 등을 통해 각자의 몫을 쓰고 기십만 원 규모로 남은 짜투리 예산까지 탈탈 털어 해외 일정을 잡는 등 ‘실소’가 나오는 계획마저 잡아 이 또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짜투리 예산을 출장비용으로 쓰려는 계획을 잡아놓은 시의원들은 6명(김명주, 김종배, 유승분, 이인교, 임관만, 조성환-이상 가나다순)인데 이들은 의회사무처 직원 2명과 함께 다음 달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로 중국 웨이하이 출장 일정을 잡아놨다.

이들 6명은 지난 6월 활동을 끝낸 전반기 건교위 소속 의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시 전반기 건교위는 1인당 410만 원의 예산으로 호주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본인들의 연간예산이 아직 90만 원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목적도 없이 2박 3일의 중국행을 잡아 사실상 ‘외유’ 성향이 짙은 해외출장 계획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이 또한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짧은 중국일정 역시 웨이하이 항만 재개발 현장 및 백령~웨이하이 항로 개설 협의 등인데 6명 시의원들의 상임위 소속이 이 역시 제각각이라 사실상 ‘본인들의 짜투리 예산 털기’ 목적이 더 강해보이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6명의 소속 상임위는 행안위 2명(김명주, 유승분), 문복위 2명(임관만, 조성환) 건교위 1명(이인교), 교육위 1명(김종배) 등으로 사실 시의회 스스로 밝힌 목적에 부합하는 상임위 소속 시의원은 이인교 의원 외엔 없다.

추가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 측이 외교관례에 대한 예의를 무시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윤 대통령과 정부기관의 이에 대한 반박 및 대만 언급 등으로 한중관계가 남북관계만큼 나빠져 있는데 유 시장의 최근 중국일정처럼 중국 도시 측의 초대가 있었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들 시의원들이 ‘출장’ 운운하며 중국길에 오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행 시의원 7명과 중국행 시의원 6명까지 13명의 시의원들에 대해서는 시의회가 규정하고 있는 공무국외출장 취지와 전혀 맞지도 않는 ‘사실상 여행길’의 출장일정을 잡아 시민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후반기에 상임위 구성이 바뀌면서 방문하는 의원들이 섞인 면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출장길에 상임위가 같으란 법은 없다는 등의 논리로 애써 본인들의 출장일정을 합리화하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에 대해 인천YMCA 등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출장여비가 남은 의원들끼리 모여 방문일정을 잡아 공무출장 취지와 다른 짬뽕 식 출장의 사례라며 당장 계획을 취소하고 합리적으로 다시 짜라는 입장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도 전반적으로는 시민사회진영과 비슷하다. 연수구 주민 김모씨(35)는 “지금 시의원들의 자세는 ‘시민들이 욕을 하든 말든 신경 안 쓴다’라는 태도의 인증”이라며 “누가 해외 나가지 말라고 했나 혈세를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시민 공감을 얻으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