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합창단의 공연 모습 (사진=인천문화예술회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문화시설의 통합 및 법인화 등을 추진 등에 대해 ‘당사자’로 볼 수 있는 시립예술단 측에서 입장이 나왔다. 

기존 시 문화정책과 직속 편재 상태인 예술단의 지속을 위해 약속한 사항을 이후 문화재단에 위탁하는 자체가 이러한 약속을 시 스스로 파기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사실상 ‘예술단의 소속을 어디로 두냐’를 두고 갈등하는 것으로 읽힌다.

인천시립예술단노조(이하 노조)는 “시는 아트센터인천·문화예술회관·트라이보울을 인천문화재단에 위탁운영하는 현재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일단은 제대로 된 논의 로드맵부터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는 2022년 12월자로 ‘문화시설 통합 법인화’를 공식화하면서 시 직속의 문화예술회관과 인천경제청 산하의 아트센터 인천, 그리고 인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트라이보울’을 합친 ‘가칭 (재)인천아트센터’ 설립을 추진한 바 있었다.

이에 시는 행안부 결정 후인 지난 7월 경 신규재단이 운영하려던 이 세 곳을 묶어 인천문화재단 산하로 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 노조와 면담한 자리에서 예술단 역시 재단에 위탁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렇게 되면 예술단(교향악단, 합창단, 극단, 무용단 등) 단원들은 현재로서는 ‘시 직속’의 소속이지만 인천시의 방침대로라면 더 이상 시 직속이 아닌 ‘재단 소속’으로서 관리운영이 된다는 얘기인데 예술단 단원들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비록 시 산하의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냉정히 따졌을 때 ‘재단 소속’이 되는 만큼 단원들이 자신들의 생계문제 등에 대해 우려할 지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

실례로 경우는 좀 다르지만 2005년 재단법인화로 독립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우 당시 단원평가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정명훈 지휘자의 방침에 일부 단원들이 반발하면서 내홍을 겪고 파업에 돌입하는 등의 사례가 있기도 했는데 이 역시 당시 단원들의 생계문제 등이 배경에 있었다.

노조는 “당시 인천시의 인천문화 3개 시설 통합 재단화가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 없이 추진되는 것에 우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노조는 시가 밝혀온 진정성을 일단은 믿어보자며 논의했지만 행안부의 결정이라는 이유로 시가 일방적인 위탁운영을 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당시 우리와 시 담당부서는 10여 차례 협의 끝에 예술단 독립성 보장을 위해 예술단은 인천시 문화정책과 직속 편제 및 기획·홍보·마케팅 사무단원의 업무 연속성 보장 및 예술단 운영팀 배속을 약속하고 이를 신규 재단의 설립계획에도 반영했다”고 알려왔다.

시가 행안부 결정 이후로 급하게 입장을 변경해 세 곳의 시설과 함께 예술단까지 문화재단에 위탁운영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시가 일방적으로 협의 내용을 파기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인천시로서는 예술단이 예술회관 소속으로 활동해온 만큼 예술회관의 재단 이관이 전제됐다면 예술단만 따로 시 직속으로 두는 것이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데 이것인 문제인지의 여부는 시민들이나 예술계의 판단이 더 명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조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보면 ‘문화시설을 타 공공기관에 위탁시 수익형 상향 추구로 인한 공공성 약화’와 함께 ‘인천문화재단 위탁 시 재단의 비대화 및 운력 운용의 효율성 저해’ 등 우려 내용이 있다”며 “시가 재단에 문화시설 및 예술단까지 위탁 운영을 검토하는 건 그간의 논의와 연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300만 인천시민의 문화예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과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함에도 현 문화시설 운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문화시설 위탁운영에 대한 우려와 쟁점 해소, 공론화 과정 등을 거치치 않은 채 막연하게 문화예술의 전문적 운영을 이야기하며 문화시설뿐 아니라 예술단까지 문화재단에 위탁 운영을 검토하겠다는 시 계획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단은 위탁 운영 하게 되었을 때 인력 운영과 작품 제작에 있어 수익성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어 공공성과 예술성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시는 지금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제대로 된 논의 로드맵부터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은 시선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예술단이 시 직속의 예술회관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만큼 안팎에서도 예술단은 시 직속으로 인식돼 왔는데 당장 소속이 변경됐을 때 자신들의 직함 유지 등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다.

반면 예술계 일각이나 시민들 중 일부는 예술단이 주장하는 시 직속 편제는 예술단의 ‘공무원 식 철밥통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예술단이 치열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단원들이 유입되고 교체되는 등의 상황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과거 서울시향의 재단 독립 및 평가제 등에 반발했던 단원들의 파업 역시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파업을 ‘단원들의 자리보전’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 물론 여러 과정을 거쳐서 파업을 했던 단원들 상당수가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서울시향이 가시적인 발전을 했던 사례도 참고할 필요는 있다는 것.

해당 사안을 알고 있는 시민들도 예술단의 의견에 대해 마냥 동조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읽힌다. 

남동구 주민 박모씨(40)는 “현재 저들의 자리는 ‘반(半) 공무원 정도의 신분’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그 배경에서 반발하는 것도 이해는 되나 예술단은 사실상 예술회관 소속으로 움직여왔는데 자신들만 시 직속편제를 주장한다면 그건 조직도가 꼬이는 일이 아니냐”며 “반발이라면 ‘예술단만의 반발’이 아니라 ‘예술회관 전체의 반발’로 규정하고 그를 위해서는 회관 소속 직원들의 의견까지 공식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