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녀 기자
메조소프라노 백민아 (사진=대구시향)
▲스페인 작곡가 파야 발레 모음곡 ‘사랑은 마술사’ 통해 신선한 무대 꾸며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의 ‘갈란타 춤곡’, 메조소프라노 백민아와 함께하는 스페인 작곡가 파야의 발레 모음곡 ‘사랑은 마술사’를 통해 각 나라의 민속 선율이 흐르는 신선한 무대로 꾸민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안톤 브루크너는 19세기 후반 말러, 시벨리우스와 함께 교향곡 발전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오스트리아 린츠 근교의 안스펠덴에서 교사 겸 오르가니스트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보이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신앙심이 깊은 집안에서 성장하며 종교음악으로 음악을 처음 접했고 ‘장엄 미사곡’과 같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당대 저명한 음악 이론가 지몬 제히터의 제자가 됐다. 1861년 37세까지 제히터의 문하에 있던 브루크너는 마흔을 바라볼 무렵에야 처음으로 교향곡 작곡을 시도했다.
그는 d단조 교향곡 ‘0번’을 포함 미완성된 ‘교향곡 제9번’까지 11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d단조 ‘0번’은 작곡가 스스로 ‘단순한 시험 작품일 뿐 아무 가치가 없음’이라고 악보 표지에 써뒀을 정도로 세상에 내놓길 꺼렸으나 브루크너의 초기 교향곡으로서 갖는 가치는 충분하다.
제508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사진=대구시향)
▲창작 계기 됐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영향 강하게 느낄 수 있어 공연 마련
교향곡 d단조는 후대에 ‘0번’이라 부르게 됐지만 사실 교향곡 1번 작곡 후 완성됐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4악장 중 베토벤의 영향은 1악장과 4악장에서 두드러진다.
끝을 향해 고조되는 에너지, 일정 음형이 같은 음높이로 반복 연주되는 진행 등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떠올리게 한다. 브루크너는 1864년 상당 부분 완성된 초고를 1869년 수정, 완결되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초연을 맡기고자 수석 지휘자 오토 데소프를 찾아갔다.
이 악보를 본 데소프는 “1악장의 주제 선율은 어디 있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브루크너는 악보를 깊이 묻어뒀다. 그가 죽기 1년 전 작곡한 작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돼 뒤늦게 ‘0번’이란 별칭을 얻었고 1924년 오스트리아 클로스터노이부르크와 빈에서 처음 연주됐다.
공연은 코다이의 ‘갈란타 춤곡’으로 시작한다. 헝가리 민속 음악을 집대성한 코다이는 부다페스트필하모닉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작을 위촉받고 어릴적 살았던 헝가리 동북부 마을 갈란타 지역 노래와 춤을 떠올렸다. 작곡에는 빈에서 출판된 헝가리 집시 춤곡 모음을 참고했다.
백진현 지휘자 (사진=대구시향)
▲민속 춤곡답게 생동감 있는 리듬과 민족 정서가 녹아 있는 선율 인상적
‘갈란타 춤곡’은 낭만적인 스타일로 1930년대 작곡된 다른 음악에 비해 직설적이면서 화음도 덜 복잡하다. 민속 춤곡답게 생동감 있는 리듬과 민족의 정서가 녹아 있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느린 부분과 빠른 부분이 대비를 이루는 18세기 후반 헝가리 신병 모집 연회에서 추던 민속 춤곡인 ‘베르분코시’를 바탕으로 했다. 이어서 풍부한 성량과 따듯한 음색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메조소프라노 백민아와 파야의 발레 모음곡 ‘사랑은 마술사’를 선보인다.
‘삼각모자’로 유명한 파야 역시 스페인의 민속 선율과 리듬 등을 작품에 담았다. 파야는 드뷔시, 라벨, 뒤카 등 작곡가의 영향을 받아 ‘7개의 스페인 민요’, ‘스페인 정원의 밤’ 등을 작곡했고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마드리드로 돌아와 완성한 곡이 바로 ‘사랑은 마술사’이다.
집시 출신 무용가 파스토라 임페리오 의뢰로 작곡된 이 작품은 안달루시아 전설을 바탕으로 그레고리오 마르티네스 시에라와 그의 아내 마리아 레하라가 대본을 구성했다. 남편이 죽고 이 유령에 시달리는 미망인이 집시 아가씨의 도움으로 새로운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