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수구가 일방적으로 철거한 옛 협궤 수인선 송도역사 시설물 중 하나인 급수대 민선 7기까지만 해도 역사가치를 인정받아 자리에서 그대로 ‘존치 보존’키로 했던 시설. (사진=배영수 기자(2021년 촬영))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1995년 폐선된 협궤 수인선의 ‘마지막 흔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존 역사 내 존치시설들을 연수구가 최근 강제로 철거를 해 논란이다. 

심지어 지역 내 시민사회 및 공직 출신의 인사들이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존치를 주장했지만 구는 다른 이유들을 들어 이들의 의견을 사실상 ‘배척’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인천시와 연수구 등에 따르면 연수구는 옛 송도역사를 ‘송도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일환으로 당초 보존키로 했던 계획을 바꿔 인근 부지에 같은 모양의 건물을 새로 짓기로 하고 구역사와 급수탑, 전차대 등 시설들을 최근 전면 철거했다.

1937년 협궤 수인선(수원역~남인천역 46.9km) 개통 이후 시민들이 이용했던 송도역은 1973년 남인천역이 없어지면서 1995년까지 운영된 협궤 수인선의 종착역 역할을 하는 등 인천의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역사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실제 1995년 협궤 수인선의 폐선 이후 지금까지 존치했던 정차역은 옛 송도역 구역사가 유일했었다.

연수구는 이러한 역사가치가 지역사회의 조명을 받으면서 민선7기까지만 해도 송도역사 복원사업 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구역사와 시설물 등을 보존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인근 개발계획과도 훼손의 최소화를 위한 방향설정을 해왔었다.

그러나 2022년 지방선거로 인해 구청장이 교체되면서 보존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여기에 ‘개발논리’를 우선한 일부 주민들이 철거 등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게 변해갔다.

실례로 연수구는 지난해 해당 시설물들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는데 이 소식에 지역사회 일원들이 적잖이 우려했다. 오래된 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이라면 등급이 높게 나올 수가 없고 이를 빌미로 철거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송도역사 건물 안전도는 사실상 최하위인 E등급(주요 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안전이 위험해 사용을 금지 후 보강 및 개축이 필요)을 받았고 안전진단을 진행한 업체가 ‘건물 존치는 어렵다’는 의견을 공식 전달했다는 것.

연수구는 안전도가 최하 등급이 나온 데다 기존 역사가 등록 문화재에 오르지도 못한 만큼 지금의 상황에서 역사가치 등을 유지하려면 부득이하게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나 역사학계 등의 연구자들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입을 모은다.

등록문화재 중에도 안전도가 E등급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역사가치의 보존을 위해서라면 쉽게 철거를 결정하지 말고 보강작업 등을 거쳐야 함에도 E등급을 이유로 철거를 결정했다면 상당히 경솔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최근까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낸 유동현 전 관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역사 안에 있던 각종 자료들을 시립박물관 측에서 보존처리 후 보관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을 당했었다”며 “인근 공원부지에 같은 모양의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는데 이는 명백히 ‘짝퉁’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유 전 관장의 글에는 “입으로는 역사를 운운하는 자가 연수구의 역사를 망친다”는 등 강제 철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이는 지난달 초 모 지역언론사에 ‘인천시립박물관의 민간 매각은 안 된다’는 기고를 올렸던 이재호 연수구청장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로 보인다.

박물관의 뮤지엄파크 이전을 반대해 겉으로는 지역의 역사유산을 강조하는 척 하면서 다른 측면으로는 적잖이 역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옛 송도역사를 철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시 공직자 출신 인사들과 지역사회 활동가 등 인천에서 나름 활발히 활동하는 인사들이 유 전 관장의 글에 대해 공감과 개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언급대로 지난 1995년 협궤 수인선이 폐선된 이후 지금까지 존치했던 정차역은 옛 송도역 구역사가 유일했었는데 이번 연수구의 강제철거로 협궤 수인선 당시의 존치시설은 아예 없어진 셈이 됐기 때문.

연수구는 ‘다른 곳에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유 전 관장의 비판대로 이는 ‘진짜’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이미테이션’ 즉 유 전 관장의 표현대로 ‘짝퉁’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인천 관내에서는 중구가 김홍섭 구청장 시절 근·현대 역사문화유산으로 인정돼온 구 애경사 건물과 인천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평가받아왔던 가톨릭회관을 강제로 기습 철거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이른바 ‘관’의 영역에서 역사가치의 보존을 지나치게 가볍게 취급하는 행태로 인한 충격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인데 이번엔 연수구에서 일방적으로 철거를 강행한 만큼 지역사회 지식인 및 연구자들과 정치인 및 개발논리에 경도된 주민 간 갈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