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송도 9공구에 조성된 화물차 전용주차장(송도동 297-10 부지 약 5만㎡)의 건립을 두고 갈등중인 인천항만공사(IPA)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법정싸움이 결국 ‘2라운드’로 돌입하는 분위기다. (1심판결 및 관련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지난달 1심에서 법원이 IPA의 손을 들어준 만큼 IPA는 추후 2~3심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인천신항의 물류인프라 등 경쟁력은 법정싸움을 하는 기간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탄식도 나온다.
IPA와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이 1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양측이 2심에 대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은 IPA가 요청한 축조신고에 대한 반려 처분을 취소한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차 주차장이 ‘항만법’상의 항만 지원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주차장이 되어야 하나 화물차 주차장은 그렇지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화물차 전용’을 의무화하는 주차장이라면 관련법상 도시계획시설에 해당하는 만큼 경제자유구역법 및 국토계획법 결정 절차를 준수해야 하나 IPA는 이 같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 인천경제청의 설명이다.
인천경제청의 항소는 사실 주민들의 민원이 날마다 빗발쳤던 데다 최근 이들 주민단체들이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지역 국회의원과 정당 등 여야 정치권 등에서도 요구가 있었던 만큼 예견된 수순이기도 했다.
우선 연수구의회는 오늘(18일) 열린 제262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송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송도 화물차 주차장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연수구도 이재호 구청장이 직접 나서 화물차 주차장 조성에 대해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환경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우리 구청으로서는 주민 수용성이 담보되지 않은 어떠한 정책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 연수구의회의 결의안 채택으로 인해 사실상 지역 정가의 민의는 모아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는데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국회의원인 정일영 의원이 대표로 나서 “주민 권익보호에 힘써야 할 행정기관이 주민 동의도 없이 화물차 주차장 추진을 강행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최근 김기흥 지역 당협위원장 이름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주민의 안전과 생활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되는 주차장 조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과거 지방선거에서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는데 인천시의 경우 일단 IPA-경제청의 법정싸움을 일단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기는 하다.
앞서 송도시민총연합회와 올댓송도 등 주민단체들은 공식 기자회견 및 성명 등을 통해 “주민들은 장기간 화물차 주차장 조성을 반대해왔다”며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화물차 주차장 폐지 공약을 강력히 이행하라”는 등의 요구를 해오고 있는데 사실상 지역 정가가 이러한 주민들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형국.
다만 송도지역의 민의가 이렇게 모아졌다는 이유로 화물차 주차장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수순인 지는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화물차 주차장은 2020년 인천시와 연수구가 진행한 ‘화물차 주차장 입지 최적지 선정용역’에서 해당 부지가 최적지로 판단되면서 IPA가 이에 따라 조성계획에 착수했던 것이기 때문.
이 과정에서 송도주민들이 화물차가 발생시킬 소음과 매연, 교통 혼잡,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해 왔고 인천시가 일단 이를 받아들여 용역결과의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 재검토 작업에서도 현 부지보다 더 최적지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인천시로서도 변경의 명목이 사실상 없어졌고 IPA가 이후 공사에 착수해 현재 주차장을 조성 완료까지 시킨 상황이다.
현재 주민 반대 및 법정싸움 등으로 현재 개통도 못한 채 이용이 불가능한 폐쇄 상태가 돼 있지만 송도지역의 모아진 민의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천시가 진행한 용역이 적법히 진행된 것은 물론 재검토작업까지 진행됐음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 입지용역까지 무시하면서 오락가락하는 행정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방향이냐는 것이다.
또 법정싸움에서도 축조신고가 법률요건에 대한 하자가 없으면 행정청은 수리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귀속행위’에 해당되는 만큼 요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수리를 거부하는 건 위법이라는 것이 사실상의 1심 판결인 만큼 정치권이 법정의 결과까지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는 “화물차 주차장은 민원의 대상이 아닌 원활한 물류 운송과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공공재로서의 대상인 만큼 만약 항소 등을 통해 주차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절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경제청이 공식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만큼 화물연대 측이 조만간 공식적인 항의의 입장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황이 이렇다보니 IPA는 항소 절차를 예상했다면서도 이후 법정싸움에서도 우위를 자신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청의 일방적인 행정행위의 위법성이 법정에서 인정된 만큼 2~3심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는 것.
IPA 측 관계자는 “이미 1심 판결에서 경제청 측 주장 대부분이 법정에서 수용되지 않았던 만큼 2심과 3심에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법정싸움에 따라 인천시가 추진하는 ‘포트로폴리스(Portropolis)’ 경제발전 전략은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천시의 경제발전 전략에는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에어 포트(Air-Port), 인천항을 통한 시 포트(Sea-Port), 배후경제권(Metropolis)을 중심으로 한 송도국제도시 등의 발전전략이 수립돼 있다.
그러나 현재 인천신항 내에 화물차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법정싸움 등으로 이러한 환경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지역의 물류산업 경쟁력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산업계의 지적이 있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봤을 때는 주민들을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로 해석할 소지가 있는 만큼 법정싸움에서 이를 가리기보다 과거 용역과 1심판결 등 내용을 종합해 양측의 협의가 더 적절하다는 일각의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