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지역경제효과 140억 원’을 강조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1883 인천맥강파티(이하 맥강파티)’가 실제로는 ‘졸속’에 가까운 수준의 운영을 보여줬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인천시가 ‘지역맥주를 제공한다’는 취지와 달리 시판맥주인 ‘테라’를 제공하는 등의 모습도 나오면서 수억 원대의 공공예산을 지출하는 맥강파티가 과연 지역에 필요한 축제냐는 반발도 나오는 분위기다.
인천관광공사는 “지난해 첫 개최해 올해 2회를 맞은 맥강파티가 해외 관광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25일 상상플랫폼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고 밝히며 “내년에는 이를 확대해 ‘맥강주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맥주’와 ‘닭강정’을 의미하는 맥강파티는 올해 약 2억 6천만 원 가량의 공공예산을 투입했다. 이중 약 8천만 원 가량이 맥주와 닭강정을 구매 및 공수하는 비용으로 쓰였다.
닭강정은 이미 신포시장을 중심으로 ‘인천 대표음식’으로 전국에 알려져 있고 맥주 역시 지역 브랜드가 있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맥주와 닭강정 모두 지역업체를 통해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황을 살펴보니 사실과 달랐다. 시의 발표대로 지역 맥주가 아예 제공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당시 테이블에는 지역맥주보다 시판맥주인 ‘테라’가 더 많이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당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공연 등을 포함해 5시간여 진행됐다고 밝힌 파티는 1만여 명이 참여했다는 시와 공사의 발표와는 많이 달랐다.
대다수 관광객들이 제공된 닭강정을 먹은 뒤에는 자리를 뜨는 경우가 더 많아 실제 오후 6시 경부터는 상상플랫폼 행사장 대부분이 텅텅 빈 모습을 보였거나 아예 행사장을 찾지 않고 차이나타운 등으로 발걸음을 돌리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또 맥주와 닭강정을 제공하는 티켓들 대부분이 이번 축제를 통해 인천시와 연결된 여행사를 통해 지급되면서 사실상 다른 루트로 관광을 온 외국인들은 거의 배제되다시피 한 모습이 상당수 파악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축제가 특정 여행사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는 형국이다. 지역경제 효과가 140억 원이나 된다는 맥강파티의 실상이 사실상 ‘허구’였음을 인증하는 순간인데 이 140억 원의 ‘근거’라고 설명되는 부분은 더더욱 기가 막혔다.
시와 공사 측이 밝힌 ‘파급효과 140억 원’은 최근 문화관광체육부가 발표한 통계자료 중 국내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1인 평균 지출액을 토대로 산출한 금액이다.
즉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지출한 평균 액수로 이를 인천에서 소비한 금액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 맥강파티는 당일 5시간 동안의 프로그램일 뿐인데 여기에 장시간 참여했다는 관광객들이라도 ‘이들이 인천에서만 지출을 했느냐’고 보기도 사실상 어렵다.
인천시는 이에 대해 “여행사를 통해 파악된 바로는 인천에서 평균적으로 3박 정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통해 문체부의 통계를 기반으로 산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에서 3일 숙박을 한 것’을 ‘인천에서 관광을 한 것’이라고 일중의 ‘퉁’을 친 셈인데 사실상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공기관에서 발표한 수치라고 보기에도 민망하다.
인천관광공사 측도 “인천맥강파티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이후 여행스케줄을 인천에서 전부 보냈다고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며 이를 인정하면서 “맥강파티의 의도는 인천의 도시 브랜드 인지도의 제고 차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을 파악한 시민들은 기가 차다며 공공기관인 인천시부터 ‘엉망’ 수준의 수치를 자랑스러운 듯 발표한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중구 주민 정모씨(45)는 “중국 관광객들이 국내로 들어와 숙박 스케줄을 인천에서 잡았다는 이유로 3일 관광일정을 전부 인천에서 보낼 것이라는 판단은 공무원 및 공사 직원 자신들의 성과를 부풀려 성과급을 반영받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3일 숙박을 빌미로 인천에서 전부 관광을 했다고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건 그만큼 인천시가 시민들을 ‘바보’로 알거나 하찮게 보고 있다는 뜻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미추홀구 주민 김모씨(50)는 “안그래도 뭔가 의심이 돼서 공공기관에서 배포했거나 뉴스 보도 등을 통해 나온 사진들을 찾아보니 관광객들이 테라 맥주캔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이 대다수더라”며 “맥강파티를 위한 캔 디자인 등도 했다는데 얼마나 성의없이 졸속으로 운영했으면 저런 상황이 나왔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시민들은 내년엔 주간행사로 운영하겠다는 공사 측 관계자의 코멘트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도 지역경제효과가 미미하고 관광객들의 참여 또한 ‘억지’에 가까운 모습인데 주간행사로 확장하면 그만큼 많은 시민 혈세를 낭비하고야 만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