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최근 개편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의 지역민방 라디오방송 ‘ifm경인방송(90.7Mhz)’이 10여년 간 장수해온 음악 프로그램을 결국 강제 폐지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부분개편이 불가피했던 상황의 경인방송이 최근 “지역성을 강화하는 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간 경인방송의 프로그램 구성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지역사회에서 거론된 점을 감안하면 지역사회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올 만한 부분이 있다.
경인방송 관계자들의 전언들을 종합하면 26일자를 끝으로 매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방송됐던 ‘한밤의 음악여행, 성우진입니다(이하 한밤음악여행)’가 폐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방송사 애플리케이션 및 프로그램 게시판 등에 아쉬움을 성토하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한밤음악여행은 같은 방송사에서 진행되는 ‘라디오가가(진행 박현준)’과 함께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해외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었다. 공중파 라디오로 범위를 넓혀도 이러한 전문 프로그램은 MBC FM4U의 ‘배철수의 음악캠프’ 정도를 빼면 거의 없을 정도. 경인방송은 이번 개편에 대해 지역성 강화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라디오 관련업계 종사자 등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최근까지 경인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라디오 쇼’를 진행했던 유영재 아나운서가 배우자였던 배우 선우은숙과의 이혼 과정에서 나온 여러 논란들로 구설수에 오르며 정상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단행한 것이라는 후문이 있다.
어차피 ‘라디오 쇼’의 진행자를 교체하는 등 상황이 불가피해졌다면 이를 명목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일부를 개편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고 이 과정에서 일부 프로그램의 시간대 이동과 함께 한밤음악여행의 폐지로 결론이 잡혔다는 것.
물론 공식적인 이야기는 아닌 ‘후문’인 만큼 경인방송 측에서 ‘부인 혹은 해명’ 등은 가능한 상태다. 그런데 최근까지 경인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지역성을 강조하라”며 인천 현안과 시사프로그램의 빈도를 높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라디오’라는 매체가 주는 ‘아날로그적 매력’에 집중해온 시민 일부 혹은 음악업계 등은 시사프로의 빈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청취율을 비롯한 주목도 전반이 주저앉을 수 있다며 이들 시민단체 일부의 주장에 반대해오기도 했다.
최근 이기우 경인방송 대표이사는 “지역민을 위한 방송이 되도록 마이크를 모두에게 활짝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대표이사의 발언에서 이미 지역성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면서 일부 음악프로의 폐지가 예상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개편을 통해 신설된 오후 4시 프로그램 ‘Always 인천 배칠수입니다’부터 ‘박정용의 시선공감’이 방송되는 오후 10시까지의 평일 일정이 전부 시사프로로 꾸며지게 된다.
여기에 오전에 방송되는 ‘굿모닝 인천’까지 감안하면 음악프로 대비 지역프로그램의 비율이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은 라디오 애호가들이라면 충분히 나올 만 하다. 실제 음악업계는 물론 인천시민까지 경인방송의 이러한 방향성에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다수 표현하고 있다.
경인방송을 자주 듣는다는 인천시민 장모씨(39)는 “물론 시사프로에서도 음악이 플레이되기는 하지만 지역성을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라디오에서는 황금 시간대에 해당되는 오후와 저녁의 6시간을 전부 시사프로그램으로 집중한다는 것이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다른 시민 류모씨(42)는 “지역의 목소리를 낸다는 차원에서의 개편 방향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간 경인방송에서 진행됐던 전문 음악 프로그램들은 공중파에서도 잘 하지 못하는 작업들로 전반적으로도 만족도의 피드백이 꽤 있었다”며 “시민사회에서 라디오에 대해서까지 지나친 개입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음악업계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록 음악 전문지 ‘파라노이드’의 편집장인 송명하 음악평론가는 “특히 한밤음악여행 같은 프로그램은 이제 공중파 라디오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을 정도로 ‘유니크함’이 있었다”며 “이 프로그램이 정착하는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 걸로 아는데 다행히 잘 정착해 10년여 동안 진행된 장수 프로그램을 너무 쉽게 대하고 쉽게 없애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진행자인 성우진 음악평론가는 “폐지가 결정된 후로도 최선을 다하고 마치겠다는 생각으로 녹음일정은 현재 모두 마쳤고 이제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앞두고 있다”며 담담하게 마무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역시 아쉬움은 크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