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사진=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를 ‘조례’로 고착화한다는 논란이 따르고 있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인천시의회가 별다른 논의도 없이 통과시켰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최근 의장 문제로 홍역을 앓은 인천시의회가 지속적으로 ‘민의’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대의민주주의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비판과 함께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초래하는 분위기다.

30일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이명규 시의원(부평1)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 조례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아예 조례화해 예산과 규모를 지원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시는 조례를 적용할 시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예산에 매년 1억 8,100만 원 씩 향후 5년 간 9억 500만 원이라는 적잖은 혈세를 투입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들이 모인 ‘월미도귀향대책위원회’가 즉각 반발을 표명했다.

피해 주민들에겐 별다른 지원도 없다가 민선 7기인 2020년에야 매달 25만 원씩 생활안정지원금 명목으로 주는 것이 지원의 전부였으면서 기념행사엔 시장 공약을 이유로 단기간에 수억 단위의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천지역연대 등 5~6곳의 시민단체들은 그간 반복되어 온 전쟁 이미지의 기념행사를 확대하는 것이 인천을 ‘전쟁도시’를 비롯한 불안한 도시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가 높고 실제 국제관계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선 상황.

의회에서의 가결은 ‘원안 가결’과 ‘수정 가결’로 나뉜다. 원안 가결은 말 그대로 상정한 조례 내용 그대로 수정 없이 통과시키는 것이고 수정 가결은 상임위원회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 만한 부분 등을 고치고 통과시켜주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진영의 반발이 상당했던 해당 조례를 ‘수정 가결’의 형태도 아닌 ‘원안 가결’로 처리했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상 행안위 내에서도 사실상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인천지역연대에 함께 하고 있는 인천평화복지연대(평복연) 측은 “유 시장과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인천상륙작전 행사에 27억 원의 혈세를 들여 대규모 기념행사로 추진한다면서도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의회 행안위에도 “조례에는 시민의견 청취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제출했지만 행안위는 그런 의견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날을 세웠다.

해당 조례는 물론 오는 5일 열리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통과가 되어야 적용되겠지만, 총 40명의 현 시의회에서 과반인 25석을 국민의힘이 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부결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평복연 측은 “인천시의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평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를 분명히 받아 조례안을 부결시키지 않으면 상당한 반발 여론에 부딪힐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