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토교통부가 “올해(지난해) 안으로 결론 내겠다”는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구간 노선안 발표를 이달 중 결론짓겠다는 듯한 자세를 보임에 따라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에 직면하는 분위기다.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코앞’의 분위기에서 이 최종안의 발표 시기와 내용에 따라 수도권 서부지역의 선거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발표 시점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는 전반적으로 우려의 시선이 높다.
2일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에 따르면 대광위는 현재 5호선 연장안을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 두 지자체와 최종 협의단계에 있으며 현재 이달 중에 조정안을 발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반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광위가 지난해 말까지 5호선 연장 구간을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최종 노선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 했지만 결국 발표는 연기됐고 대광위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없었는데 실제 두 지자체에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5호선 연장에 대한 최종안이 지자체 간 협의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대광위 입장에서는 두 지자체가 워낙 양보라곤 없는 팽팽한 갈등만을 반복해옴에 따라 다소 불가피한 상황이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어쨌든 대광위가 두 차례나 최종안 발표를 연기한 것이 사실인 만큼 인천 검단과 김포의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대광위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접어둔 듯한 분위기다.
두 지자체가 대광위에 요구하는 ‘논리’는 이미 정리가 돼 있다. 인천시는 5호선 역시 공공의 대중교통인 만큼 더 많은 주민에게 이용권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며 계획 기준 18만의 검단지구 전반을 5호선이 수용해야 한다는 ‘공공성’의 입장이다.
반면 김포시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 공사비 등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며 서울시가 고민중인 건설폐기물처리장과 차량기지 등을 모두 김포시가 떠안아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을 해결하자는 논리인데 사실상 대놓고 ‘인천 패싱’을 하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결국 대광위가 두 지자체 간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연장안 최종확정을 계속 미루자 김포지역의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한 ‘공격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재밌는 점이라면 이러한 공격 행위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 전반이 유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이다.
홍철호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민, 김보현, 박진호, 유영록 등 국민의힘 소속의 김포지역 총선 예비후보 5명은 지난달 29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유 시장을 자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이 당론화하고 있는 김포 서울 편입 건과 관련해 유 시장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지역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가득한 정치 쇼”라며 “정치권은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정치를 하라”고 한 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우리 김포를 향한 유 시장의 연이은 막말이 숙원 사업인 서울5호선 연장과 서울 편입론 현안까지 거침없이 닿고 있다”며 “우리의 이번 성명은 중앙당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유 시장이 5일까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천시가 과거 5호선 연장과 관련해 “서울·김포·강서구 협의 시 참여 요구를 회피하다가 이제야 과도한 권리를 요구한다”며 “9호선-공항철도 직결이 이뤄지면 노선 중복으로 경제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또 유 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포 서울 편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반헌법적, 실현가능성 희박 등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김포에 훈수와 훼방을 일삼아 50만 김포시민이 극도의 피로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유 시장의 5호선이나 김포 편입 등에 대해 지금까지 내놓은 코멘트는 ‘인천시장’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만큼 ‘윤리위 제소’ 등을 거론하는 이들의 주장이 ‘선’을 넘었다는 반론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태다.
인천지역의 한 활동가는 “유 시장이 어찌 됐던 3선 국회의원에 장관도 두 번이나 했고 재선 인천시장을 지내는 등 행정가로서의 면모가 있는 사람이 아니냐”며 “김포 편입론은 이미 김포지역 바깥에선 모두가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은 걸로 아는데, 저런 정치적 협박을 하는 김포지역 정치인들의 행태가 과연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5호선 연장을 둘러싼 두 지자체 및 주민 간 ‘물어뜯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포시는 이번 5호선 연장의 선제조건이 건폐장 문제라며 인천시가 양보 없이 자신들의 노선안을 고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시는 김포시에 상생방안을 제시하고 노선 논의에도 참여했다면서 김포시의 주장을 정면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김포지역 주민 커뮤니티에는 “인천시가 건폐장을 수용하지 않고 고집을 부려 5호선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인천은 패싱하는 것이 맞다”는 식의 언급도 노골적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반면 인천 검단 남부권 주민들은 “인천시는 양보하겠다는 입장이 있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노선을 고집한 측은 김포시”라며 “건폐장 카드를 놓고 사실상 협박하는데 차라리 인천이 건폐장을 받고 김포를 패싱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대광위가 쉽사리 정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두 지자체가 100% 만족은 못하더라도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광위가 어떤 노선이 더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이미 내부에서 평가를 다 내렸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총선이 코앞이라는 점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발표도 미뤄진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광위가 결국 매조지를 하지 못해 이미 늦어졌다는 평가가 중론인 상황에서 ‘언제 발표하든 달라질 게 없는 상황’과 ‘총선에 자칫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부합한다면 아예 ‘총선 이후’로 발표를 미루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김포 주민은 “김포에서 오래 살면서 현 김포골드라인의 모티브가 됐던 경·중전철 논란에 표심이 일제히 이동하는 현상을 목격하는 등 정치적 피로감이 참 컸다”며 “또다시 전철 때문에 표심이 와르르 쏠리는 꼴을 재차 보고 싶지는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