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정책 방향으로 정한 반면 공공의대 신설은 추후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인천 지역사회는 사실상 공공의대 설립이 후순위로 밀렸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일 인천시와 인천대학교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복지부가 기존 의대의 정원확대에 치중하고 공공의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심산을 밝힘에 따라 인천대와 시민사회진영 등이 연대한 ‘공공의료 강화·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이하 시민협)’를 중심으로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 경 <뉴스통신>이 교육부와 인천시 등에 대한 취재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당시 정부가 공공의대 신설을 검토하면서 인천대와 카이스트, 부경대, 군산대, 창원대 등 전국 11개 대학이 경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의대가 있는 기존 학교들 중 인천에 소재한 인하대와 가천대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수요조사 대상으로 거론한 바 있다.
이들 대학은 서울권 주요 의대들이 100명 내외의 입학정원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40~50명 선의 입학정원을 받고 있어 지역사회 차원으로도 정원 수 증가가 요구돼 왔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40개 대학이 제출한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확대를 할 것을 공식화했다. 정부의 현 기조대로라면 인하·가천대는 향후 정원증가는 사실상 유력해졌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현실화를 명목으로 전국에서 필요성이 강조돼 왔던 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논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복지부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 발표 시 “기존 의대 중심으로 먼저 증원할 것이며 공공의대 신설은 수요를 보면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후순위’로 밀렸다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한 셈이다.
그러자 인천의 지역사회는 지난 4월 출범한 바 있는 시민협이 인천 관내 시민사회진영에 참여를 독려하면서 최근 참여 규모가 상당히 커진 상태로 확인되고 있다.
4월 당시 시민협의 규모는 20개도 안 되는 시민사회단체들로 출발했지만 12월 현재는 112개 시민단체 및 기관, 민간기업 등도 참여하는 등 지역 내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범시민 서명운동도 20만이 넘는 참여가 이뤄졌다.
이날 시민협 관계자들은 12일 인천시청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복지부 통계나 민간 발표자료 또 국회에서 밝혀진 바 등에 따르면 인천은 전남·경북 등과 함께 치료가능 환자의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의료취약지역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료가능 환자 사망률이라는 것은 치료 시간을 잘 잡아 효과적으로 치료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환자 비율을 말하는데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치료 가능 사망률 현황’에서도 시민협의 주장이 인증됐다.
당시 최 의원이 자료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천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치료 가능 사망자가 51.49명으로 나왔는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이 수치가 가장 낮은 곳은 38.56명의 서울, 다음이 대전(39.21명)과 제주(41.10명) 등 순이다.
또 올해 초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자체 발표한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천은 전남·경북 등과 함께 의료취약 지역으로 분류됐다는 발표도 있었다.
당시 경실련은 인구 10만 명 당 치료 가능 사망률이 전국 평균 43.8%로 나타났고 인천은 이보다 높은 48.58%로 50.56%의 충북 다음으로 높게 나왔다.
또 인구 1천 명 당 의사 수는 1.77명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고 인구 1만 명당 의대 정원도 0.3명으로 최하위권이며 의대정원은 인하대 49명, 가천대 40명 등 총 89명으로 서울의 826명은 물론 부산(343명), 대구(302명), 강원(267명), 광주(250명)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결과도 있었다.
시민협은 이러한 의료취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수며 그 일환으로 공공의대 신설이 사실상 1순위라는 입장인데 최근 의대정원 문제와 함께 이 사안이 전국적인 이슈로 자리잡자 인천 역시 사실상의 ‘숙원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복지부의 정책기조도 그렇고 국회가 이를 다루는 과정을 보면 기대보다는 실망의 분위기가 다소 높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총 15개의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은 모두가 ‘상임위 계류’의 상태인데 현 21대 국회의 임기가 이제 반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
때문에 시민협은 인천 정치권이 여야, 지역을 넘어 모두 결집해 통합법안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하라는 입장이다.
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지역 국회의원인 신동근 의원(서구을, 민)이 맡고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정치권이 적극 나서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민협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할 때 전라권, 경상권, 충청·강원권, 수도권 등으로 나눠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 정책도 함께 제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