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기자
손바닥 정원 꽃 심기 행사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도심 정취 되살린 행궁 언덕마을 작은 정원 ‘이웃 화합’ 도모
팔달산 아래에는 오래된 주택단지가 있다. 산자락과 이어지는 언덕 아래 기와집과 양옥집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구도심을 바탕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들어서 행궁동의 또 다른 매력을 펼친다.
특히 행궁로26번길 커다란 불상 아래 첫 번째 집은 열려 있는 넓은 마당이 눈길을 끄는 집이다. 언제나 열려 있는 ‘행궁 언덕마을 누구나 정원’이다. 원래 있던 넓은 마당을 보수하면서 담장 대신 펜스를 치고 절반가량의 공간을 과감하게 이웃들과 공유한 손바닥 정원이다.
집주인은 외곽 40㎡ 공간을 정원으로 꾸몄다. 봄에는 봉숭아, 과꽃, 수국, 작약을 심고 여름에는 나팔꽃과 연꽃을 가꿨다.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백일홍, 국화를 심어 골목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담벼락과 돌 틈 하나하나 작은 공간까지 놓치지 않고 정원을 만들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정원은 주민들의 화합을 이끄는 촉매가 됐다. 마당 정원을 가꿔 개방하기로 하면서 손바닥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육받는 공간으로 활용됐고 한가로운 어느 봄날에는 작은 정원에서 도시락 음악회도 열렸다. 마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주민들이 손바닥 정원에서 손을 흔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쓸모없던 공간 비비추·부용·맥문동·튤립·송엽국 심어 정원 조성
율천동에도 주민 발길이 잦은 손바닥 정원이 있다. 성균관대역 환승주차장 통행로와 맞닿은 20㎡ 규모 공간, 이곳은 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오가며 마을과 세상을 연결하는 관문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원래 나무 몇 그루가 전부여서 이곳에서 주민들이 흡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율천동지킴이봉사단은 이곳을 손바닥 정원으로 조성키로 하고 아기자기한 정원을 꾸몄다. 타 용도로 활용하기 어려운 자투리땅에 비비추, 송엽국, 가우라, 부용, 맥문동, 튤립 등을 심었다.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를 설치하고 따뜻한 응원 문구도 적어뒀다. 손뜨개로 만든 눈사람과 펭귄, 트리, 사슴뿔, 양말 등의 소품을 비치, 계절감을 더했다. 성대역 환승주차장 응원 쉼표 정원은 밤나무 동산 등과 어우러져 율천동 마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영통3동 주민들은 동 경계 도로변에 희망동산을 만들었다. 매탄3동 경계 지역 건물 사이에 버려져 있던 황무지였다. 영통3동 주민자치회 마을만들기 분과위원회는 개나리마을이라고 불렸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개나리의 꽃말 ‘희망’이 중심이 되는 희망동산을 조성했다.
주민들이 손바닥 전원에 꽃을 심고 있다.
▲5분마다 만나는 녹색 공간 수원시민만의 독자적 손바닥 정원
행궁동과 율천동 등 앞서 소개한 정원들은 모두 손바닥 정원 우수사례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 한 작은 공간을 정원으로 꾸며 도심 유휴공간을 활용하고자 수원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다.
마을 공터, 자투리땅, 공동주택 단지 사이 관리가 모호한 곳곳에 작은 공간이 있다. 이런 공간에 시민들이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5분마다 작은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손바닥 정원의 핵심이다. 시는 2026년까지 1천 개 손바닥 정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손바닥 정원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손바닥 정원 개념을 정립하고 추진하고자 연구용역을 진행, 손바닥 정원 안내 매뉴얼을 만들어 다양한 손바닥 정원이 가능토록 제시했다. 손바닥 정원은 점형이나 선형을 포함 공중과 그릇 등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또 옥상과 실내, 보행 공간과 상가 자원 등을 포함 치유와 쉼부터 놀이와 배움까지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세부 전략도 수립했다. 집집마다 꽃과 나무를 가꾸고 5분마다 만날 수 있는 1천 개의 정원을 만들고자 3개 전략 12대 과제를 구체화해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