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7일 자신의 SNS에 앞두고 서울 효창동 소재 이봉창 역사울림관을 찾은 뒤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힌 내용 (송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수사대상 중 한 명인 송영길 전 당 대표가 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사 앞에서 억울한 점을 해명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묵비권을 예고했는데 실제 조사과정에서도 그렇게 알려진만큼 일단 실효성은 없게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검찰 출입 전 취재진과 만나 5쪽 분량 가량이 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약간의 질의답변을 거친 뒤 오후 6시 현재 조사 중에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날 검찰 출석 전 입장문 및 기자에게 건넨 메시지 등을 통해 검찰을 과거 육군 내 비밀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에 비교하며 ‘검찰 하나회’라고 표현한 뒤 “그들이 암세포처럼 국가기관을 장악해 민주공화국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당 내부 잔치인 2년 전 전당대회 일을 갖고 특수부 검사가 인지 수사해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시킨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한 대로 한 사람을 찍어놓고 주변 사람을 1년 열두 달 계속 뒤지는 정치보복 식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검찰과 독재는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쫄지 않는다, 사법의 주도권을 검사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등의 주장도 부연했다. 입장문 등을 통해 검찰이 자신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의 기획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송 전 대표의 검찰 출석은 지난 4월 돈봉투 수사가 시작된 지 약 8개월여 만인데 앞서 그는 5월 초 “나를 조사하라”며 검찰에 일방적으로 출두했으나 당시 검찰이 출입을 허가하지 않아 그냥 돌아간 적이 있었다.

반면 이날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면서는 “검사 앞에서 억울한 점을 해명해 봤자 소용이 없다”고 주장해 사실상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날 그는 검찰 조사에 대응하는 차원의 답변자료들도 준비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변호사 경력도 있는 만큼 ‘모든 주장과 대응은 법정에서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지난 5월 자신을 조사하라며 검찰 앞에 깜짝 등장한 과거와 묵비권 행사를 예고한 지금의 행보가 비교되는 점은 현재 보수 성향의 매체들이 강하게 짚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검찰은 송 전 대표 등에 대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해 3~5월 경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들에게 300만 원이 든 돈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9,400만 원이 당내에 살포되는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혐의는 현재 구속 상태인 윤관석 의원을 비롯해 이성만 의원 및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 등 송 전 대표의 캠프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캠프의 총 책임자인 송 전 대표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또 송 전 대표의 후원조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송 전 대표가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 등으로부터 총 3억 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먹사연 계좌를 통해 받은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4천만 원은 송 전 대표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신·증설 추진과 관련해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받은 ‘청탁 뇌물’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송 전 대표는 이러한 혐의들 전반을 강력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인허가 대가 뇌물 의혹에 대해선 “돈 4천만 원에 양심을 팔아먹을 수준으로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돈봉투와 관련한 자금과 관련해 당시 이 과정에 참여한 모 사업가가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는 “당시 당선된 후 선대위 해단식을 하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유감입니다’ 같은 말을 하는 게 상식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더불어 구속 상태로 재판 중에 있는 윤 의원에 대해서는 “너무 죄송하고 안타깝다”면서도 과거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언급하며 “3선에 현역 상임위원장인 인물을 장기간 구속시킨다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총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이를 통해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및 불법 정치자금 조달 의혹에 대해 확인하는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조사는 서민석(사법연수원 38기)·윤석환(38기) 부부장검사가 하는 가운데 사실상 송 전 대표의 묵비권 행사로 인해 조사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는대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상 이를 마무리하는 대로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줄줄이 소환될 것이 기정사실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법정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현장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총 21명의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의원들은 김남국, 김병욱, 김승남, 김승원, 김영호, 김회재, 민병덕, 박성준, 박영순, 박정, 백혜련, 안호영, 윤관석, 윤재갑, 이성만, 이용빈, 임종성, 전용기, 한준호, 허종식, 황운하(이하 가나다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