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상위법’을 이유로 행정안전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당현수막 철거’에 대해 ‘실제 이행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철거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몇몇 군·구의 시민들도 상당수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이를 감안하면 인천시가 전반적인 정비에 다시금 나설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10일 진행한 인천시 도시계획국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용창 시의원(서구2, 국)은 “옥외광고물의 정비개선 사업이 지금 순조롭게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구가 지역구인 이 의원이 남동구 소재 시의회에 출근하면 3개 구를 거쳐 오게 돼 있는데 시가 7월부터 일제정비를 했다는 정당현수막이 지금도 출근길에 계속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정당현수막에 대한 직접 철거작업에 돌입한 시기는 7월 중순 연수구를 시작으로 부평구와 미추홀구 등지에서 무분별하게 내걸려 있는 정당현수막을 79% 가량(건수로는 약 450건) 철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적극적으로 철거작업이 진행된 미추홀·부평·연수구 등지를 제외하면 다른 군·구에서는 소극적으로 움직여왔던 게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상위법에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담당 공직자들이 자칫 민/형사상 책임을 물게 될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
이 의원 등 시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최태안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은 “상반기에는 하루에 60개씩 철거도 하고 그랬는데 이후에 좀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면이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이 의원은 “정치적 문제 등이 있어서 작업에 머뭇대는 부분은 있겠지만 시민들이 최소 80% 이상 찬성한 것으로 아는데 이젠 여야가 갈리는 문제도 아니지 않느냐, 강하게 진행시키고 군·구에도 강하게 이야기하고 제재를 가하던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당에서 ‘시민의 알 권리’ 바깥 영역인 비난 등의 내용으로 내걸어지는 정당현수막은 며칠째 걸려있는 반면 소상공인 등이 홍보나 생업 차원에서 거는 현수막들은 적극적으로 떼어지고 있는데 행정이 이렇게 보여지면 문제가 있다”며 인천시에 개선을 요구했다.
또 일선 군·구에서 외주작업 등으로 진행이 되는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어떤 정당의 현수막은 빨리 철거가 되고 어떤 정당 것은 놔두고 하는 등의 부적절한 일들이 지역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부연했다.
이 의원은 “철거팀이 정치적으로 ‘물’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천시가 관련 조례를 통해 현수막을 지정된 게시대에 걸게끔 하는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지정게시대 활용이 적은 건 우선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서 현수막을 걸고 싶은 시기에 못 거는 문제도 있고 게시대의 위치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통상적으로 그간 인천시 혹은 일선 군·구에서 게시대를 설치할 때, 잘 보이는 곳이 아니라 세우기 좋은 곳을 우선순위로 걸기 때문에 선호도 면에서 부족하고 여기에 정당에서 무분별하게 내거는 게시판은 지역 사리에 밝은 정치인들이 눈에 띄는 위치를 정확히 잡아 내걸고 있어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정당현수막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이 의원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명주 시의원(서구6)도 개선을 요구하며 거들었다.
김 의원은 “나도 서구 끝에서 인천시청까지 출근하는 시의원인데 그 구간에 보면 (정당현수막 때문에) 껄끄러운 모습을 많이 봤고 주안역 앞 등 좀 심하다 싶은 곳들도 아직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 인천시는 정당전용 게시대로 추진했으나 난 그것도 특혜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게시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었고 그때 최 국장께서 약속한 부분도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앞서 최 국장은 시의회를 통해 “추경을 통한 예산확보가 되면 예산을 받은 시점에서 한달 이내로는 정비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를 언급하며 “그때는 한달 이내로 가능하다고 해서 진짜냐고 재차 물었는데도 된다고 했는데 지금 현황 보면 안 됐지 않느냐, 그건 시민들과 한 약속을 못 지킨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금 (정당현수막 철거) 정책은 국민들 전부가 다 동의하고 좋은 정책이었는데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킨 건 공직자 신분으로서 당시 조례나 사회 분위기 등을 탈피하려고 대답한 것밖에 더 되느냐”며 “시민소통 차원에서 움직였던 정무직들은 (이 문제 관련해) 뭘 한 것이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최 국장은 “처음에 우리 시가 정당전용 게시대로 추진코자 한 것은 맞는데 운영은 군·구의 자율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그리 했더니 운영형태가 죄다 달랐다”며 “그러다보니 조율하는 과정도 거쳤고 그래서 늦어진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약속을 못 지킨 건 우리 국 잘못이라는 점은 맞고 이는 시민들께 죄송하다”며 “(군·구 등 입장도 고려해서) 자율화하면서 발생한 부분임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김 의원은 “그것도 어떻게 보면 행정의 순서가 바뀌어서 생긴 부분이 아니겠느냐”며 “먼저 상황부터 파악하고 사업계획을 잡을 필요가 있는데 사업계획을 먼저 잡고 나중에 상황파악을 한 행정오류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감서 다뤄진 정당현수막 철거 문제는 9월 행안부가 인천시 등을 상대로 사법당국에 조례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는 사항이다.
당시 행안부는 “상위법에 위임조항이 없기 때문에 인천시의 조례는 위법”이라는 논리였으나 대법원은 “(조례집행을 정지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우리 시의 주장이 대법원에서 인정받은 것인 동시에 정치적인 현수막 규제에 대한 시 조례가 법률적으로도 뒷받침된 것”이라며 입장을 냈다. 이후 부산과 대구, 울산, 광주 등 광역시들은 관내에서 정당현수막 철거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