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수도권매립지 연장 여부를 종결하겠다는 명목으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와 만든 논의 테이블인 ‘4자 협의체’의 실효성 논란이 국정감사에서도 다시금 불거지며 갑론을박이 오갔다.
특히 유 시장이 국감을 통해 “4자협의체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데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그걸로 해결 못한다”고 지적하자 “내가 2015년 해결했던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의 소지도 일부 재점화되려는 분위기다.
19일 열린 인천시 국감에서는 유 시장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 사이에 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를 두고 공방전이 이어졌다. 매립지에 대한 언급은 이날 국감에서는 인천지역 의원인 이성만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인천시는 4자협의체를 전제로 지금까지 끌고 왔음에도 3,4매립장 및 매립지공사 관할권 등이 이전이 전혀 안 돼있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매립 방식은 오는 2026년부터 금지되는데 관련해서 시민사회진영 등에서도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다”며 “시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유 시장은 “현재의 매립지 문제는 대체매립지를 통해서만 종료가 가능하다는 대원칙 하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으로 선제적 조치가 이행되도록 합의해 갔는데 민선7기에서 손을 놓는 바람에 민선8기 들어 정상화하고 있다”며 책임을 지난 시정부에 돌렸다.
문제는 유 시장이 4자협의체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밝힌 시기가 지난 2015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매립지 현안은 8년여를 지나는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지역사회에서는 중론화돼 가고 있다.
민선7기 시절을 뺀다고 해도 4년여 동안 제자리걸음이라고 하면 이를 ‘의미가 있다’고 지지해줄 시민들이 많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유 시장이 전임 시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자세도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특히 현재 사용 중인 3-1공구 매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조성한다는 원칙이 세워져 있지만 인천시를 제외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
만약 대체매립지 조성을 못한다고 하면 기간을 연장해 3-2매립장까지 서울시와 경기도가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 특히 서울시는 매립장 조성에 대한 노력을 사실상 ‘아예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매립지 현안은 이날 인천시 국감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서울시, 경기도 국감에서도 화두가 됐다. 특히 19일 인천시 국감을 진행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인천 서구가 지역구인 김교흥 의원(인천서구갑, 민)이기에 더욱 화두로 오르는 분위기였다.
경기도 의정부가 지역구인 이해식 의원(의정부갑, 민) 역시 매립지 문제를 지적하며 유 시장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말 경 인천시가 발표한 공약실천계획서를 보면 종료 및 대체매립지 조성 건과 관련 ‘시장 임기후’로 표시돼서 문제가 된 적 있지 않느냐”며 “물론 해명이 있긴 했으나 잘못 기재됐다는 해명은 좀처럼 이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류권홍 시정혁신관이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매립지 문제는 유 시장의 임기 내에 종료가 어렵다고 밝힌 바도 있는데 그런 코멘트들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인천시도 물론 나서야겠지만 매립지 문제 해결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천시가 직접 건의하는 방법도 촉구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 시절 “총리실에 맡겨 대체 매립지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도 있었는데 이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사실 매립지 문제는 사회갈등이 포함된, 풀기 어려운 문제이고 지금처럼 단체장들이 4자 협의체에서 논의해도 해결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집권한 지 1년 반이 넘도록 총리실에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직접 해결하는 게 방법인 만큼 인천시가 더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야당의원인 송재호 의원(제주갑, 민)은 “서울·경기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에 사실상 인천시민들의 환경·건강권이 침해받는 것”이라며 “물론 그럴 수는 없겠지만 만약 인천에서 매립지고 발전소고 죄다 문을 닫겠다고 하면 서울시는 큰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어 “제도를 가지고라도 지원을 해달라고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기대수익 등을 예상하고 환경관련 정책에 인천시를 우선시 해달라 는 등의 건의는 인천시장이 정부에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보는 만큼 강하게 주문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매립지 현안을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김교흥 의원은 “서울시와 경기도는 아무런 답답함이 없다, 그냥 무시하고 앉아 있으면 계속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앞으로 50년은 더 사용한다는 계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장들에게도 이야기했고 한화진 환경부장관과도 만나서 4자협의체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로드맵은 왜 안 만드냐며 다그쳤는데 장관이 아무 말도 못 하더라”며 “(유 시장이 고수하는) 4자협의체로는 절대 해결 못 한다”며 유 시장을 다그쳤다.
그러나 유 시장은 김 의원에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정확한 진단을 하라”며 “인천이 자체매립지를 마련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받아치다가 “(본인이) 2015년에 이미 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걸 해결했다고 얘기하는 거냐, 아직 잔여부지 남았지 않느냐, 15% 열어놨지 않느냐”며 “사실상 ‘쓰레기 늑약’을 한 것으로 (유 시장께서) 이를 고수하면 하세월이 되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유 시장은 “나처럼 이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며 “대체 매립지를 만들겠다는 것을 전제로 지금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함께 언성을 높였다.
이에 김 의원이 위원장 자격으로 질문을 종료하자 다음 질의를 진행한 조은희 의원(서울서초갑, 국)이 “매립지 문제에 다 답을 못 해서 답답할 것 같은데 기회를 드릴 테니 1분여 답변을 마저 하시라”며 사실상 유 시장에 대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유 시장은 “나는 매립지 문제를 이미 2015년에 해결했다”는 발언을 반복한 뒤 “그 이후 민선7기에서 합의사항들을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됐고 민선8기에서 4자 협의체를 유효하게 만들어 놓은 뒤 프로세스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시민사회진영은 전반적으로 유 시장의 주장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본인이 2015년에 매립지 문제를 해결했다는 코멘트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국감 전반을 시청했다는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민사회진영 전반에서는) 4자 협의체 때문에 매립지 종료 문제가 더 해결이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며 “(유 시장의 발언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