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19일 열린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같은 당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편을 드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이들의 옹호 속에 인천시 국감은 전반적으로 ‘밋밋’한 분위기로 흐르며 여기에 덤으로 ‘전임 시정부 탓’은 물론 뜬금없는 시장 추켜세우기 및 정부 옹호 등이 의심되는 발언도 나오는 등 피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말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9일 인천시청 회의실에서 인천시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국감은 야당 의원들로 하여금 전세 사기와 수도권매립지 연장 논란 등 중요한 현안을 두고 장시간 시에 문제 제기를 하는 등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정당 현수막 논란 등을 거론하며 유정복 인천시장을 옹호하기에 바쁜 듯한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야당이 강력하게 지적을 이어가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 해도 국감의 의미가 ‘감사 및 감찰’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당 의원들이 국감의 본래 목적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
포문은 권성동 의원(강원강릉, 국)이 먼저 열었다. 그는 “정당 현수막 게시 관련 혐오 및 비방 내용이 많고 부작용도 많았다”며 “사실 국회가 해야 할 일인데 인천시가 선도해줘서 고맙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도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가 있는 만큼 법안심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인천시가 (관련조사 등) 결과를 국회 행안위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정우택 의원(충북청주상당, 국)은 “정당 현수막 문제 관련해 국회에서도 법안 논의 중에 있는데 (나는 인천시가)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행안부에서 상위법 저촉을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 및 소송을 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한 것은 시민들을 위한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당 현수막에 대해 전국에서는 가장 먼저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의 행정에 대해 유 시장과 같은 소속 당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통해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정당 현수막 문제에 대해서는 메시지가 주는 짜증스러운 면모 및 안전문제 등이 표면화된 만큼 전반적으로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법과 절차의 측면에서 짚어야 할 문제도 적잖이 있다.
조례 적시사항 중 가장 논란이 됐던 ‘혐오·비방의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은 시선이나 해석에 따라서는 조례를 근거로 정당 현수막을 인천시가 사전 검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 보완의 필요성은 지금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현행 조례가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다 해도 상위법을 위반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대한민국이 엄연한 ‘법치국가’임을 전제했을 때 먼저 법 개정을 하고 지방정부가 조례로 추가 보완하는 순서가 좀 더 적절했다는 의견도 못지않다.
권 의원의 언급대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이면 자신들이 했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시가 ‘상위법 위반’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봐도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잘했다”, “고맙다” 등의 메시지를 국감 자리에서 던져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따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민선8기 들어 행안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신청사 건립 계획에 대해서도 유 시장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계속 이어졌다.
신청사 건립 계획은 유 시장이 민선6기 재임 시절 추진했던 사항이었다가 민선8기 취임에 성공하면서 중투심의 조건부 통과 이후 추진되고 있는 상황.
권 의원은 “그런데 (신청사 계획은) 민선7기 박남춘 전 시장 때 백지화 되면서 인근 오피스텔을 임대하면서 여러 민원 등 문제가 발생했는데 당시 오피스텔 임대로 추진한 것에 대해 위법 내용은 없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유 시장은 “시청 직원이 총 7,500명 가량 되는데 본청에 현재 1,200명 정도밖에 근무를 못하고 있다”며 “당시(민선7기를 말함) 여러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매입과정 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권 의원은 “철저히 감사하라”면서 “매입가격도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가 부족해 사무공간으로 올라가려면 20~30분씩 걸리는데 공무원들 불만도 대단할 것”이라며 “그때 추진해 지었으면 예산이 더 적게 들었을 것”이라며 박 전 시장을 저격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선7기 당시에는 박 전 시장이 신청사 건립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지만 당시엔 이러한 계획이 행안부 중투심을 계속 통과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민선8기 집권 시기가 1년을 훌쩍 넘긴 상태에서 민선7기의 과오를 다시 들추는 것도 적절한 자세는 아니었던 데다 당시의 배경들 중 여당 입장에서 유리한 것만 뽑아내 같은 당 시장을 옹호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만한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김용판 의원(대구달서병, 국)은 “조직의 수장이 바뀌면 전임 시장의 행정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천은 민선7기에서는 6기를 지우는 행정이 많았다”는 다소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발언까지도 이어갔다.
그러자 유 시장은 “민선8기 들어 7기 정책을 축소시키거나 중단시킨 일이 없다”며 “반면 민선7기에서는 6기에서 했던 사업들이 좌초됐는데 매립지 현안이나 인천발KTX 등이 대표적으로 중지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 것은 유감”이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물론 김용판 의원의 질의 자세도 문제겠지만 유 시장이 이에 답하며 “축소하거나 중단시킨 일이 없다”는 발언은 더욱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인천e음 캐시백 및 주민참여 예산제 등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폐지하는 등 정부여당의 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여러 건들의 축소 혹은 중지 등 행로는 누가 봐도 유 시장 본인의 의지였기 때문.
물론 해당 사업들이 재정적 혹은 정세의 한계나 문제점들이 상당수 있기는 했었지만 어쨌든 유 시장의 의지는 확인된 사실이며 실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몇몇 언론이 ‘전임 흔적 지우기’라는 제목으로 유 시장의 이 같은 행로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던 바다.
그런가 하면 조은희 의원(서울서초갑, 국)은 야당 의원들이 매립지 문제 해결에 대해 유 시장의 방식(4자협의체 고수)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유 시장이 매립지 관련한) 최고의 전문가 같다”며 추켜세운 뒤 “인천시의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여성 인사라는 것에 감사드린다”는 뜬금없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한 오염수 방류 문제를 옹호하려는 듯한 의도의 질의도 있었다. 박성민 의원은 “인천도 항구도시인데 오염수 문제에 대해 가짜뉴스나 괴담 등이 있는데 영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 시장은 “현재까지 방사능 오염 유해성은 전혀 없는 걸로 나타나고 있다”며 “안전 이전에 안심이 중요하다고 보는 만큼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박 의원과 유 시장이 질의 답변을 통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의 행로를 감싸려는 듯한 자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논란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야당 의원들의 발언 중에도 문제로 지적될 만한 부분은 있었다. 대표적으로 강병원 의원(서울은평, 민)의 경우 시민 안전 및 의료분야에 대한 인천시의 취약한 부분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의원이 언급해 파문이 일었던 ‘이부망천’ 발언을 다시 들추기도 했다.
강 의원으로서는 민생안정 등 지역 문제와 관련해 ‘신경을 잘 쓰라’는 의미였겠지만 이미 4년 이상 지난 지역혐오 발언을 다시 꺼내든 건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부천 및 인천시민으로서는 다시 듣기 싫은 발언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