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1호선 달빛축제공원역 개찰구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울시의 일방적인 통합환승 정기권 발매 계획에 인천시와 경기도 등이 반감의 뜻을 표시하는 가운데 이 배경이 시민 혈세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반감 정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하단 링크 참조)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통합 환승 정기권 계획을 추진해 현실화 된다고 했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준공영제 손실 분을 제외하고도 시 자체 추산 결과 최소 400억 원 이상의 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 교통운영팀 설명에 따르면, 대중교통복지정책에 따른 통합환승할인으로 인한 손실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상황인데 이런 식으로 서울시가 논의도 없이 일방적인 정기권 계획을 강행하는 건 인천과 경기의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자신들 관할에 있는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정기권을 운영한다고 전제했을 때 시범 운영을 하겠다는 5개월 간 약 750억 원 내외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에 따라 인천시와 경기도 역시 손실 계산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서울에서 발행한 정기 권을 통해 서울 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시스템 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

서울시는 복수의 언론 등을 통해 정기권 계획에 대해 “(예산 규모 투입 등에 대해) 현재 서울 지역만 적용되는 것을 가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하나의 범위로 묶여있는 지하철만 봐도 그 ‘가정’이 가능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의 정기 권만 해도 서울이나 인천 등의 보도자료에는 ‘이용이 불가하다’고 가정하고 있으나 인천시 등에 확인한 결과로는 시스템 상 정기권만 골라 차별적으로 이용을 못하게 하거나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요금 혜택의 여부 차이일 뿐 이용 자체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정기권을 통해 인천으로 이동한다고 하면 그 손실 보전에 대한 부분은 인천시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가 되고 이를 시민 혈세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이다.

시 교통운영팀은 “지금도 인천시가 400억 원 이상 손실 분을 메우고 있는데 인천시 추산 결과로는 지금 부담하는 것을 빼고도 최소 400억은 그냥 넘어가며 환승에 역차별을 받는 영종지역 주민들에 대한 손실 보전 명목으로 수십 억 예산이 또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이 ‘교통 복지’의 차원에서도 운영되는 것인데 이렇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인천시가 부담하게 되는 돈은 계속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인천시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논리다.

시 교통운영팀은 “인천·서울·경기가 공동으로 묶여 있는 대중교통 요금 체계를 감안했다면 서울시는 일방적인 강행보다 지자체 간 합의점을 찾고 ‘약속’을 전제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사회 전반적으로는 서울시 때문에 혈세 부담을 시민들이 짊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전반적으로는 서울시에 대한 반감의 정서가 높다. 

다만 시민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울시의 계획을 찬성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특히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라면 인천시민이라도 서울시의 정책을 찬성할 가능성이 생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이 서울에서 정기 권을 구입해 사용한다고 하면 서울로 출근하는 경우에는 정기권 혜택 없이 기존의 요금을 부담하게 되지만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할 때 정기권을 사용했다면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경우라면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분을 서울시만 떠안는 게 아니라 통합환승할인제도에 따라 인천시 역시 손실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경기도 역시 서울시의 정기권 계획에는 반감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개인의 교통 혜택 가능성을 이유로 서울시의 정책에 찬성하게 된다면 시선에 따라서는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자 일각에서는 최근 정의당이 인천시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소년 무상교통 및 성인 월 3만원 프리패스’의 정책이 ‘정부 지원’을 전제로 힘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시당은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약 2,150억 원으로 잡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액수는 현재 인천시가 부담하고 있는 준공영제 손실 분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만약 지금 규모의 준공영제 손실 분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5천억 원 내외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정의당은 이번 서울시의 정기권 정책 발표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논평하면서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 월 평균 대중교통 요금은 7~8만원 수준인데 정책대로라면 사실상 매일 쓰는 교통비를 월 단위로 묶는 ‘생색’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은 “인천시의 유감 표명은 더 문제”라며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을 넘어 정책의 허울 뿐인 내용에 대한 비판이 있었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공동생활권으로 묶여있는 수도권에 무상 교통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와 서울·경기를 견인해 나갈 것을 제안 한다는 선 제안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다.

만약 재정 부담이 크다면 무상교통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중앙 정부와 수도권이 지속적으로 함께 재정을 부담할 수 있도록 견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의당은 “인천은 현재 시민사회·노동·정당 등 45개 단체가 함께 무상 교통 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천시가 지금이라도 무상 교통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오히려 무상 교통 정책을 실현하는데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유감 표명’ 같은 실효성도 없는 반응을 보이기보다, 일종의 ‘지혜’를 발휘해 교통 복지의 확대를 주도하는 지자체로서 역할을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의당은 인천시에 ‘청소년 무상 교통 및 성인 월 3만원 프리패스’ 정책을 현재 시 조례로 이끌어내기 위한 제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인천시의회에 정의당 소속의 시의원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의당의 이 같은 주장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도로 인천시 내부에서 일단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천시는 정의당의 제안을 전제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 부담에 대해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법이 불명확하다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종호 인천시 교통정책과장은 “정의당 등에서 주장 되는 바가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을 전제하는 거라면 더더욱 무리가 있는 것”이라며 “조례보다는 오히려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중앙 정부의 지원을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