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울 5호선 노선의 연장 방향을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 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에 아직 연장안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러 모로 불리한 상황에 있는 인천시가 ‘오도가도 못하는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견이 있자 일각에서는 ‘불리한 정국에서 사용하는 전략’일 수 있다며 충분한 숙고 후 지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대광위 등에 따르면 이미 18일 김포시가 요구하는 연장노선을 전격 수용한 경기도가 이를 담아낸 최종안을 제출했으나 인천시는 이날 기준으로도 아직 노선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5호선의 연장 문제를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가 깊은 갈등을 겪고 있는 바는 지역사회 전반이 이제 많이 알고 있는 바다. (사업 내용 및 관련 기사들은 하단 기사 링크 참조)
인천시는 검단지구의 폭넓은 교통혜택 및 수요를 위해 검단 남부까지 거쳐 김포로 들어가는 노선을 주장하고 있으나 김포시는 검단 북부지역에 하나의 역만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인천시는 당초 ‘중전철’에 해당되는 5호선은 그만한 수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검단지구 전반에 5호선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포시는 철저히 ‘자신들의 교통혜택’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혐오시설’에 해당되는 건설폐기물처리장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이것이 서울시 등과 이해관계가 부합되면서 현재 상황은 인천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하긴 힘든 분위기다.
그러자 국토부는 자신들의 산하기구인 대광위가 5개 대도시권의 광역 교통현안을 총괄한다는 것을 이유로 대광위로 하여금 지역 갈등을 중재하고 해당 정책의 최종안을 총괄하도록 역할을 맡겼다.
대광위는 5월부터 인천시와 김포시 등이 참여하는 ‘노선 결정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지금까지의 대광위 행보를 보면 두 지자체 간 갈등 구도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두 지자체가 지금까지 ‘협의’라는 볼 수 없는 평행선 상태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그림만을 연출하다보니 대광위가 중재 자체를 하기가 힘들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갈등 봉합 등 역할을 해야 하는 대광위가 여론 및 사회갈등 진화에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못한 것은 ‘책임 추궁의 이유’로서는 충분해 보인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한 김포시민은 “최근까지 김포주민 중 몇몇이 대광위 측에 감사나 격려 의미의 선물을 보내거나 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요즘엔 대광위에 욕을 한다는 이야기가 더 많다더라”며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여기에 대광위는 노선의 최종안을 확정할 권한은 있지만 이 권한은 ‘지자체 간 협의’를 전제하고 있기에 대광위로서는 김포시와 인천시가 주장하는 최종 연장안 모두를 일단 받아봐야 하는 상태다.
그런데 경기도를 통해 최종안을 제출한 김포시에 비해 인천시는 아직 최종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대광위의 ‘결정권한’ 카드도 일단은 섣불리 꺼내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 대광위는 두 지자체의 노선안을 모두 받아본 뒤 최종 노선에 대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로 결국 인천시의 노선안을 기다려 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받아보고 검토할 만한 시간적 여유’는 어느 정도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마냥 시간이 있는 건 아니어서 대광위는 최근 “(사업의 최종안 확정 시기 등이) 만약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GTX-D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나 4월 총선 등 영향으로 5호선 연장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가 있다.
해당 연장사업이 예타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추진 중이다. 철도분야 국가 법정계획에 해당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년)’에 “지자체 간 노선 계획과 차량기지 등을 합의해 추진하는 추가 검토 사업”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만약 올해 노선을 확정하지 못하게 됐을 때 앞서 언급한 이유들(GTX-D, 총선 등)로 인해 경제성을 논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최종안을 미제출한 것을 두고는 인천 지역사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건폐장까지 받겠다고 나선 김포시에 비해 상황이 녹록치 못해 결국 이 영향으로 노선안 자체를 못 내고 있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난 지금은 “김포시 제안 노선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인천시가 ‘시간 끌기 전략’에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인천시가 정국의 유리함을 위해 시간 끌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험요소를 함께 갖고 가야 한다는 점이 인천과 김포 시민들로서는 마음에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일부 김포시민들의 경우 김포지역 주요 거리에 “인천시장님, 이러다 다 죽습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적시된 현수막을 달아놓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사례도 있다. 인천시가 양보를 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인천시 및 주민 일부는 “인천시 요구대로 해도 김포시 요구안에 비해 일주 시간이 3분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주민들은 교통혜택을, 5호선으로서는 수요충족을 위해 인천시 요구안이 관철되는 게 적절하다”며 이 의견에 정면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한편 대광위 측은 인천시가 노선을을 속히 제출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은 “인천시의 노선안 미제출 문제를 두고 다각도에서 대응방안을 내부 논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 정도만을 밝혀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