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퀴어문화축제 현장 일부. (사진 제공 =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3년여 만에 인천에서 열린 성소수자 중심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평화롭게 마무리된 가운데, 이 축제의 주최측이 종교단체와 보수단체를 제외한 각계에서 상당한 응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인천 미추홀구 중앙공원 광장에서 오후 내내 열려 행진 등으로 마무리된 퀴어문화축제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추산 600여 명, 경찰 추산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3년만에 인원을 모은 이날 축제는, 성소수자 단체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단체와 노동단체, 정당 등이 연대해 이들을 중심으로 차려진 30여개의 부스도 차려져 눈길을 끌었다.

해당 축제를 반대하며 저지하겠다고 밝힌 일부 보수주의 기독교단체와 정치적 보수단체 일부를 제외하면 지역사회 차원에서 ‘차별금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현장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다수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들의 경우 ‘성적 지향’이 목표가 아닌 ‘차별금지’를 위해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15일 현장에 참여했다는 10대 청소년은 “개인적으로 성 정체성까지 공유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성소수자들도 합당한 인권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라며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들의 축제에 함께 했다”고 밝혔다.

오후 4시 이후 행진이 시작하면서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십자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의 문구가 담긴 팻말을 내보이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했지만 이날만큼은 경찰이 강력히 현장을 통제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물론 퀴어문화축제는 개최 과정을 전후로 논란이 없지는 않은 형국이다. 해당 장소의 관리주체인 인천대공원사업소가 공간 사용에 대해 불허했고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겠지만 추후 과태료 처분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차별행정’ 논란이 불거졌던 것.

하지만 인천시 산하 인권보호관회의는 인천대공원사업소의 불허 결정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거부 처분”이라고 판단, 이후 재발 방지대책 마련까지 권고하기도 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축제를 전후해 각계 각층에서 응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교단체 등의 반대 여론도 현재로서는 힘을 얻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이 후원주체로 참여한 부분은 눈길을 끈다. 참고로 아일랜드는 정교분리에 의한 공식국교는 없지만, 전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및 개신교 신자로 구성된 국가다.

키아라 레이시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 공관 차석은 퀴어축제 조직위 측에 건넨 인사영상을 통해 “우리 대사관은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하며 누구도 성적 지향, 성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다”며 “축제의 후원주체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부 기독교계에서도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찬성 여론은 분명 있다. 지난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2019년)에서 성소수자에 축복기도를 했던 이동환 목사는 이를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재판(1심 목사 자격정지)대에 올라 있는 상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가 2015년 교회의 헌법이라 할 기본법인 ‘교리와 장정’에서 동성애 등을 마약이나 도박 같은 범과로 본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같은 교계에서조차 “신학적 검토나 공론화 과정도 없는 졸속 개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종교가 ‘혐오’를 대놓고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