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준비 및 운영 부실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제25회 세계 잼버리대회’ 참사를 직접 목격했을 부안군의회가 이달 말 ‘크루즈 여행’ 성격의 연수를 다녀올 계획을 잡아 논란이다.
결국 부안군의회 홈페이지에까지 “세금도둑 쓰레기들”과 같은 원색적 비난을 산 끝에 부안군의회는 해당 연수계획의 전격 취소를 선언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부안군의회는 당초 의원 10명 전원(모두 더불어민주당)과 의회 사무국 공직자 4명 등 14명이 30일부터 9월 2일까지 3박 4일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출장을 떠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십자 포화를 맞자 이를 취소했다.
부안군의회에 따르면 이번 연수 계획은 3일 의회의 ‘국외출장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됐다는 설명이다. 전체 심사위원 7명 가운데 외부 위원 5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초 이들은 30일 싱가포르에서 크루즈 탑승을 하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다음 달 1일 배에서 내리는 일정을 소화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말만 연수’이지, ‘완벽한 크루즈 여행일정’이었던 것.
물론 ‘연수’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크루즈 여행 비용을 이들이 낼 계획도 아니었다. 크루즈 장소까지 가기 위한 항공비 및 숙박비 등 경비 약 4천만 원이 전액 군비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즉 이 모두 ‘부안군민 혈세’다. 더 가관인 건 부안군의회의 설명이다.
군의회는 해당 일정의 목적이라며 “부안군 크루즈항 여건 및 유치 실효성,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점검하고 발전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를 벤치마킹해 부안군이 글로벌 휴양·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일정을 크루즈 탑승에 할애하면서 사실상 ‘군민 혈세로 관광 다녀오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설명 또한 어떻게든 이 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늘어놓는 ‘궁색한 변명’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전국의 광역 및 기초의회에서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대부분 ‘연수’ 혹은 ‘벤치마킹’을 빙자한 해외여행으로 확인돼 지역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도 일반화가 돼 있다. 이 역시 마찬가지의 사례인 셈이다.
더욱 문제는 해당 일정을 잡은 시점이다. 부안군의회는 이번 연수 계획은 지난 3일 의회의 ‘국외출장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됐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때는 잼버리가 운영상 여러 부실로 드러나 국내는 물론 해외언론에서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이었다.
군의원들이 ‘자신들이 관리하는 구역에 온 어린 손님들’을 제대로 맞이할 생각도 없이, 해외를 나간다는 말에 소위 ‘눈’이 돌아가 잼버리 대원들이 고생을 하든 말든 군의원들의 안중에는 없었다는 비판 및 비난마저 얼마든 가능한 상황이 됐다.
7일 태풍 ‘카눈’이 잼버리 현장을 관통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는 ‘전원 조기 퇴영’을 결정, 결국 잼버리는 파행으로 마무리되게 됐다. 추후 국회 등 정치권에서 가만두지 않을 것은 일단 자명해졌다.
이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한 부안군의회의 해외 크루즈 일정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현재 부안군 홈페이지에는 “세금도둑 쓰레기들”, “그렇게 놀고 싶으면 의원질 하지 마라”, “나라 곳간 좀먹는 벌레들”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당초 부안군의회 측은 “우리군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크루즈 산업 전반을 경험한 뒤 장단점을 분석해 보기 위해 계획한 것으로 절대 외유가 아니다”라며 반박을 거듭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후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파악한 부안군의회는 10일 의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결국 크루즈 출장 일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안군 홈페이지에는 “사태 잠잠해지면 또 나갈 게 아니냐”, “도둑이 괜히 도둑이냐”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한편 부안군은 의회뿐만 아니라 공직자들이 이미 2차례 잼버리를 명목삼아 크루즈 여행 성격의 출장을 다녀왔던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부안군에 따르면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13명이 중국 상해에서 최장 6박 7일간 크루즈 팸투어를 다녀왔고 동년 12월에는 다른 공무원 5명이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 크루즈 터미널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