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과 국민의힘으로부터 ‘공개저격’을 당한 지역 시민단체 간 갈등이 ‘민선 8기 인천시 복지정책 평가’를 통해서도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유 시장이 자신의 토건 공약에 집중한 나머지 복지 분야에 소홀했다는 해당 시민단체의 평가 발표가 난 지 단 20여 분만에 시가 반박 자료를 냄으로써 지역사회는 국민의힘과 해당 시민단체의 갈등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6일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시장이 제물포 르네상스, 뉴 홍콩시티 등 개발사업에 집중하며 시민 생존과 직결된 복지정책은 뒷전”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해 소득보장과 돌봄 정책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유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선 후 취임을 하며 ‘시민이 행복한 복지 도시, 공감복지 2.0’ 마련과 동시에 시민 안심 복지체계 구축, 수요자 중심 맞춤 복지서비스 지원, 장애인 및 노인복지 구현, 국가보훈대상자 복지·예우 증진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평복연 내 사회복지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유 시장의 지난 1년 복지정책에 대해 평가를 했다며 주로 취약계층을 위한 주요 지원 정책인 소득보장정책과 돌봄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우선 취약계층의 사각지대를 최소화를 위해 ‘인천형 소득보장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복연이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인천시의 발굴대상자는 2017년 8,840명에서 2022년 6만 2,835명으로 약 7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나 법정차상위 등 공적 지원 대상자는 전체 발굴대상자의 4% 수준으로 대부분 민간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정부의 공적시스템의 배제영역을 지원키 위해 자체적으로 디딤돌안정소득과 SOS 긴급복지 등을 시행 중인데 디딤돌안정소득은 소득기준이 중위소득 50%로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소득기준을 제외한 자산기준, 자동차기준 등 비수급 빈곤층을 발생시키는 수급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지원규모도 250가구로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어 아동, 노인, 장애인, 1인 가구 등을 위한 통합적인 돌봄 정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 인천시의 돌봄 정책을 살펴보면 세부 사업들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는데 일례로 지난 3월 말 인천시가 발표한 ‘아동돌봄기본계획’만 살펴봐도 파악이 된다는 것이다.
아동돌봄 대상을 만 12세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계획의 돌봄 사업은 초등방과 후 돌봄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돌봄사업 간 통합적 전달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도 부족하다며 기존 사업의 지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공공복지 강화를 위한 인천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주문했다.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특히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에 대한 역할 부재는 아쉽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인천시가 노인·장애인·아동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시가 행정체계 개편 등 통합돌봄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을 파악한 바 해당 계획은 복지국 사업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한 맞춤통합돌봄으로 전환됐는데 인천시의 역할은 보이지 않아 사실상 공공복지의 역할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 ‘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및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의 생활형 사회서비스사업 등 중앙정부의 주요한 복지 시범사업에 신청조차 하고 있지 않아 정부의 정책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평복연은 “우리가 유정복 시정부 출범 후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를 평가하는 건 다소 이를 수도 있으나 현재의 복지정책을 유지하는 정도로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위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유 시장이 이루겠다는 ‘시민이 행복한 복지 도시 인천’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평가 후 평복연은 인천시에 공적 보장제도 신청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천시 비수급 빈곤층 실태 조사 및 지원 방안 마련, 인천형 소득보장정책 제도개선 및 보편적인 소득보장 제도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인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의 혁신적 개편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이를 위해 인천시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각 지자체와 민간을 견인하는 민관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예산을 대폭 확대 해 아동,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인, 노숙인, 1인 가구, 중장년 등을 위한 인천형 지역사회 통합 돌봄모델을 시행해줄 것도 주문했다.
평복연이 해당 기자회견 및 평가 자료를 발표한 지 20여분 만에 인천시는 이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는데 내용 전반을 본 결과 평복연의 평가와 요청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디딤돌안정소득과 SOS 긴급복지 대상자의 소득 재산기준을 확대하면 최저 임금과의 역전 상황이 발생해 저소득층 지원 원칙이 무색해질 우려가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소득 기준은 이미 완화된 결과로 추가 완화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통합돌봄과 관련해서는 군·구 자율적․주도적 정책으로 시가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해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올해 지역자원 및 위기가정 발굴을 위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특화사업 발굴 및 지원 공모사업’ 추진과 ‘인천사서원 종합재가센터 운영개선’을 통해 고난도 긴급 돌봄사례 지원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 시범사업 신청 미흡 지적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정책 변경에 신속하게 대응해 일선 군·구의 노인 중심의 돌봄사업 개발 및 공모사업 참여를 독려했으며 관내 2개구가 신청했으나 최종 선정되지는 못했다”며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복연의 평가와 인천시의 즉각 반박 등을 관망한 지역사회 활동가들은 “내용은 복지정책 평가였으나 국민의힘의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공개 저격’을 전후로 양 진영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자체 평가는 ‘취임 후 1주년’ 시기 때마다 이뤄지는 것으로 현재의 분위기만 보면 인천시가 ‘불과 수 분만에 과한 수준의 대응’을 보여준 것은 논란을 자초할 소지가 있다는 진단도 하고 있다.
4일 국민의힘이 자체 운영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특정 시민단체들을 공개저격하며 일종의 ‘길들이기’ 논란이 나온 것과 관련 시민사회 진영이 국민의힘 소속의 유 시장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식의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한 시민활동가는 “유 시장의 복지정책이나 주민참여를 전제하는 행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단 시민단체 진영뿐만 아니라 인천시의회 등에서도 자주 지적됐던 바 있지 않느냐”며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시민단체들의 시정 평가에 공무원들까지 동반돼 민감하고 과한 수준의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