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장면 (사진=대한파크골프협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의 지자체 중 일부가 노인 인구를 중심으로 인기가 있다는 ‘파크골프’를 할 수 있는 골프장 조성에 나섰으나 주민 동의를 전제하지 않은 행정 및 지역 정치권의 일방적 주장 등으로 논란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 세대나 향유할 수 있는 공원 부지 등을 파크골프장으로 조성하면 노년층 인구 일부만 배려하는 상황을 만드는 만큼 “다수의 시민 행복”이라는 지자체의 존재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비판 여론이 중론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뉴스통신>이 4일 인천시와 시의회, 남동구, 중구 등에 대한 취재와 전언 등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와 올해 기준으로 남동구와 중구 등이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에 나섰으나 주민들의 반발을 사거나 등록 문화재 훼손 우려 등 문제들을 지역사회로부터 지적 받고 있는 상태다.

‘파크골프’는 일본 북해도(홋카이도)가 발상지로 알려져 있는 마치 골프와 게이트볼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의 스포츠다.

종목 특성 상 주로 장·노년층들이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 공원의 용도를 변경 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며 논란이 되자 방송사 뉴스에서도 다룰 정도로 논란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관내에서도 몇몇 지자체들이 추진했다가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남동구가 파크골프장 조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상태다.

애초에 남동구는 구월동 아시아드 근린공원 내 유수지에 파크골프장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은 주민 동의 등을 전혀 전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급기야 남동구의회에서도 “주민 수렴 절차가 있었느냐”는 식의 반발이 일어났다.

구월동 아시아드 근린공원은 지난해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 청소년복합센터와 같은 청소년 시설 설치가 공식적으로 요청됐던 자리다. 그런데 여기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오게 되면 결국 주민들의 요청과는 정 반대의 노년층을 위한 시설이 들어오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주민 반발에 최종 백지화를 발표했던 남동구는 이후 논현포대 근린공원 유수지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을 돌렸지만 이 또한 주민 반발이 심한데다 논현포대가 문화재인 점 때문에 지역사회 차원의 반발까지 불러일으켰다.

당시 논현동총연합회 등 주민 단체들은 공원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고 주민들이 산책 시 이용하는 공원인데 특정 단체의 요청으로 보이는 사업을 추진해주는 것은 ‘사실상 특혜 성 사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업을 반대해 왔다.

결국 해당 사업 또한 남동구가 사실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듯한 모습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논현포대가 문화재다 보니 행정 적으로 막힘이 있었고 내부 검토 결과 실현이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던 데다 유수지 특성 상 차후에 침수 등이 생겼을 때 유지 관리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판단도 있었다”며 사실상 포기 상태임을 전했다.

물론 남동구는 여러 군데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남동구 관계자는 “정확하게 장소를 짚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동구 말고는 중구가 최근 영종하늘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송산공원 부지에 파크골프장을 대체 조성키로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을 받기도 했다.

주민 반발의 이유는 남동구의 상황과 거의 비슷했으며 결국 중구 역시 지난 3월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실제 전국적으로도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을 샀거나 조성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일어나는 등 상황이 많았는데 이유와 과정 등이 남동구의 경우와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동구나 중구의 파크골프장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간단하고 또 당연하기도 했다. 기존 공원은 나이를 불문하고 ‘어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파크골프장으로 조성된다면 협회 내지는 노년층에게만 혜택이 되는 땅으로 성격 자체가 변모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역 정가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인천시의회 등을 통해 지자체 등에 노골적으로 파크골프장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288회 인천시의회 5차 본회의에서는 이선옥 의원이 5분 발언을 신청해 “파크골프 예약이 곧 효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민들은 집 근처의 파크골프장을 원한다”며 “시가 주민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부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5분 발언 내용을 전해 들은 주민들 가운데서는 이 의원의 이런 주장과 요구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보이기도 한다.

남동구 주민 A모씨(49)는 “나도 남동구 주민이고 주변 이웃들도 모두 남동구 주민들인데 우리 중 그 누구도 파크골프장을 원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부모에게 파크골프를 하도록 해 주는 게 효도라는 말도 처음 듣는다”며 어이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주민은 “노인 세대 일부의 스포츠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도 뛰놀고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나 유휴 공간을 파크골프장으로 변모한다면 그건 추후 세대 간 갈등도 유발 시킬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 이선옥 의원의 당시 5분 발언에도 “집 앞 공원에 골프클럽 하나 들고 나와 가볍게 즐기는 게 파크골프”라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공원을 점유하게 된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 학부모나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는 찬성할 수가 없을 부분으로 지목될 만하다.

또 이 의원의 5분 발언 중에는 “인천지역의 파크골프 회원 수는 351명에서 1,517명으로 늘었다”는 내용도 있는데 남동구만 해도 노인 인구가 8만 명이 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주민들은 집 근처의 파크골프장을 원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다소 “민망해 보인다”는 식의 반론도 가능하다.

이 의원은 만수종묘장이나 남동 경기장 부지 등에 조성을 검토하자는 입장이지만 그간 파크골프장에 대한 주민 여론을 감안하면 이 역시 ‘전방위적인 세대의 주민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물론 파크골프를 즐기는 마니아들 중 일부는 “노년 체육 장려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이것을 ‘모든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내는 주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반론 역시 만만찮다.

한편 남동구 관계자는 “이선옥 의원이 파크골프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구 차원에서 이 의원과 소통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