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인천 유치가 확정된 이후 인천시 등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환영의 플래카드를 들어 올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서구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유치전에서 ‘본청’을 획득한 재외동포청이 “인천 어디에 유치되느냐”를 두고 이번엔 기초지자체들 간 갈등 국면이 보이고 있다. 

1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6월 5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재외동포청 본청의 신설청사 위치를 일단 연수구 송도지구를 유력 소재지로 잡아 놓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는 외교부가 인천시 및 행안부 등 유관 기관과 청사위치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분위기로만 보면 인천시 내부에서도 유력한 곳으로 점찍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송도 미추홀타워를 신설 청사건물로 잡아놓고 있는 상태다.

송도지구에 아메리칸타운과 UN국제기구, 채드윅 국제학교 등이 위치한 만큼 현재로서는 유치전에 성공한 인천시의 의견에 외교부 등이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고주룡 인천시 대변인은 최근 “청사 위치 결정을 위해 외교부, 행안부 등과 논의는 하고 있으나 소재지 결정에 대한 부분은 인천시에 우선권이 있으며 시 내부에서는 송도를 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수구는 이재호 구청장의 이름으로 “재외동포들의 편익뿐 아니라 우수한 인프라와 연계한 정책 등 동포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내기까지 했다.

송도가 유력지로 거론 되고는 있으나 아직 공식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입장문인 만큼 지역사회에서는 ‘설레발’, ‘지역갈등 부추길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기는 하나 그만큼 연수구가 현재로서는 유리함을 업고 있는 것을 인증하는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구청장 이름으로 나온 연수구의 입장문은 물론 말은 그렇게 안 했으나 사실상 ‘우리 꺼’라는 등의 표현을 한 셈이나 진배없다는 것이 지역사회 전반의 평가다. 반면 같은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영종 주민들은 단단히 뿔이 난 모습이다. 

이재호 구청장의 입장문에 즉각 불편한 심기를 커뮤니티 등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은 물론 서구와 중구청장 등을 향해서도 “대체 뭘 했느냐”는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청라 및 영종지구에도 송도에 못지않은 인프라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상 인천시는 매번 송도를 우선순위로 두고 다른 구역들을 ‘패싱’하듯 해왔는데 구청장들이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었다는 것이다.

실제 청라지구 내 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무슨 균형발전이냐, 송도 집중이다”, “청라는 그냥 또 패싱인가 보다”, “여당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바보 취급한다”는 등 강한 불만의 의견들이 업로드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영종지구 주민 커뮤니티에서도 청라만큼의 불만들이 주민들 사이에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주민들은 “(구청장이) 분구 말고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의견도 내고 있는데 사실상 불만의 의견들이다.

두 구청장들에게 발등의 불이 떨어진 건 물론이다. 9일 서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강범석 구청장이 유정복 인천시장을 직접 접견해 재외동포청을 청라에 유치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내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현재 세 곳의 관내 경제자유구역 중 유일하게 정부 직속기관 시설이 없기 때문에 청라에 조성하는 게 타당한데 인천시가 집행부는 물론 시장까지 너무 송도에 경도돼 있는 게 아니냐는 호소를 했다는 설명이다.

김정헌 중구청장도 10일 입장문을 내고 “영종지역이 공항을 비롯해 국제업무단지는 물론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출·입국 관련 업무 등 재외동포청이 즉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영중지역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외동포청 문제로 주민들에게 소위 ‘원 없이 두들겨 맞는’ 상황에 처한 두 구청장이 여론 진화 등을 위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만 보면 이 움직임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다만 지역사회 전반으로는 인천시가 주요 국제기구나 기관 등을 인천에 유치하게 됐을 때 지나치게 송도에 집중한 면모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며 균형발전을 진정으로 의도한다면 이를 분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만만찮다.

이 같은 구청장들의 움직임이 (본인들의 일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입장차가 다른 만큼 지역 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입장문 등의 대외적인 움직임보다는 수장들(시장, 구청장)의 협의를 통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