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외교부가 다음 달 공식 출범하는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소위 ‘쪼개기’의 방식으로 절충했다. 본청은 인천에 설치하고 수요성을 고려해 통합민원센터는 서울에 둔다는 것이다.
8일 외교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오는 6월 5일 신설되는 재외동포청의 소재지와 관련해 본청을 인천에 두되 통합민원실인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서울 광화문에 두는 것으로 결정했다.
재외동포청은 외교부 산하 최초의 청(廳)급 기관으로 750만 명의 재외동포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총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 들어서는 정부 전담기구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윤 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그간 재외동포청 소재지에 대해서는 유치를 원하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선 데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의 석연찮은 여론조사 발표 등이 이어지며 선정 과정에서 상당히 잡음이 있었다.
상당수의 재외동포단체들이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관련된 기관이나 국제기구 등 인프라가 갖춰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 것을 희망해 왔던 터라 외교부 직원들이 ‘자신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기 때문.
결국 논란을 스스로 자초한 꼴이 된 외교부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세 차례 당정협의를 열어 재외동포청 소재지 문제를 논의해 왔는데 국민의힘은 이미 당 차원에서 인천 유치를 당론으로 잡고 있던 상태여서 인천 유치는 결국 2~3일여 전 시점부터 ‘기정사실화’가 돼 왔다.
외교부는 편의성 및 접근성, 지방균형발전, 행정조직 일관성 측면에서 본청은 인천에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적·사증·병역·세무·보훈·연금 등 각종 행정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명목의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정책 수요자인 재외동포들의 효율성을 고려해 광화문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 결정은 ‘외교부 직원들의 편의성 부분은 끝내 포기하지 않은 것이냐’는 의문을 남길 수 있는 만큼 만약 인천 본청에서 같은 내용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논란의 지점이 될 가능성도 농후한데 본청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다.
그간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이 소재한 인천에 유치하는 것이 재외동포들의 입출국 시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다 역사성 등도 함께 내세워 유치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소속당인 국민의힘에 “여당의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해서라도 인천이 적절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외교부는 “동포 편의 등을 고려할 때 서울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들과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결국 본인들 출퇴근을 위해 다른 부분들을 외면한다”는 강력한 비난의 목소리까지 울려퍼졌다.
인천의 지역사회는 물론 여당의 당론까지 인천으로 굳어졌음에도 외교부는 “서울 유치를 원한다”는 일부 재외동포들의 의견을 계속 밀어붙였으나 뒤이어 공식적인 재외동포단체들이 “서울을 원한다고 한 적 없다”는 공식입장을 정부와 인천시에 전달하며 논란을 키웠다.
결국 지난달 12일 당정 협의에서조차 결론을 내지 못하자 외교부는 본청과 통합민원실을 이원 설치키로 절충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절충은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및 당론 차원에서 모아진 ‘인천 유치론’이 외교부의 고집 때문에 양보된 것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만큼 만약 두 곳의 장소에서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여러 논란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는 재외동포청이 다음 달 5일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인천시, 행정안전부 등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구체적 입지 선정과 인프라 마련 등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