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육해공을 통틀어 ‘멸종위기종’들이 상당수 서식하는 백령도에서 주민이 새덫을 놓아 불법으로 조류를 죽이는 등의 행동이 적발돼 강력한 조치 및 주민의식 제고 등이 요구되고 있다.
8일 인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백령도 진촌리 경작지에서 한 탐조활동가가 수십개의 새덫을 발견해 조류학자 나일 무어스 박사에게 제보했고 제보를 받은 무어스 박사가 현장에 나가 새들이 새덫에 걸려 죽은 것을 확인했다.
이 소식은 이날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즉시 보도자료로 배포했는데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 활동가들 전반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격의 이유는 당연하다. 백령도는 다양한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종이 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곳이다.
제보를 받은 조류학자 무어스 박사가 이곳을 오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령도는 소청도보다 더 많은 새가 사는 섬이다. 무어스 박사는 백령도에 대해 “탐조문화의 잠재력이 충분하므로 백령도가 생태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줄곧 내온 인물이다.
매년 철새 이동시기 때마다 찾아오는 새들로 번잡해지는 지역이 바로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와 같은 백령·대청면 일대의 섬 들이다. 남북으로 오가는 철새들이 모이며 새들의 교통 중심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무어스 박사와 인천환경운동연합 측 설명이다.
백령도에서 확인되는 조류 법종 보호종은 40종으로 우리나라의 조류 법적 보호종 총 73종 중 절반 이상이 확인되어, 보호가 필요한 조류의 주요 서식지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농장 주인인 지역주민이 고의적으로 새를 잡기 위해 어이없는 행동을 했다. 4월 28일, 섬 진촌의 일부 경작지에서 작은 새를 잡기 위해 설치된 수십 개의 덫을 발견한 탐조자 이 씨의 제보가 있었던 것이다.
제보를 받은 무어스 박사가 현장에 간 결과 덫에는 새를 잡기 위한 미끼로 작은 파리가 고정돼 있었고 덫에 걸려 죽은 새는 개똥지빠귀, 검은딱새, 큰밭종다리 등이 이었다.
최초 발견자인 탐조자 이 씨는 사진을 찍고 다음 날 섬에 있는 현지 경찰에 정확한 위치를 신고했고 경찰관은 까마귀를 죽이기 위해 덫을 설치했다는 농부의 이야기를 듣고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에 한 활동가는 지난 1일 백령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야생 동물에 대한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 경찰에 감사를 표했고 현재 인천 중부 경찰서로 조사 의뢰를 했다는 후문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측은 진촌에서는 지난해 중화동에서 작은 새를 잡기 위해 그물망을 사용했지만 경찰의 단속 이후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새의 불법 포획은 백령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유해종으로 분류된 종을 제외하고 야생 조류를 죽이는 것은 야생 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특히 해양 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불법이다. 더불어 유해종을 죽이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백령도의 이 같은 지역적 특징들을 스스로 무시하거나 외면한 채 새덫을 놓는 어이없는 행위들은 주민들 스스로가 차단해야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그렇게 되기에는 시간이 멀어 보인다. 즉 ‘주민의식’이 부족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측은 “인천시는 백령 주민들에게 백령도가 탐조·생태관광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