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기자
새롭게 육성된 영통 느티나무
(뉴스통신=이인수 기자) 다시 그루터기와 의자가 돼 고향으로 돌아온 느티나무. <뉴스통신>은 후계목을 육성하고 나무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수원시와 시민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문화적 에필로그를 소개한다.
▲부러진 느티나무 복원...후계목 역사 잇는 ‘문화 향유’
단오어린이공원 터줏대감으로 남녀노소 사랑을 받던 느티나무에 변고가 생긴 것은 5년 전. 장맛비가 시작되면서 큰바람에 사방으로 퍼졌던 가지들이 찢기듯 무너져 내렸다.
사고 소식을 접한 시는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서 남은 부분을 보호 및 복원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나무병원 등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부러진 느티나무를 위로하는 제를 올리고 가지 등 잔해를 수거하고 날카롭게 남은 부분을 다듬으며 주민 안전에도 만전을 기울였다.
이후 전문가 및 시민들과 대책 회의를 거쳐 보호수 복원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밑동에서 자라난 맹아(萌芽)와 주변에 흩뿌려진 씨앗에서 자라난 실생묘(實生苗)를 육성하고 조직배양을 통해 후계목을 키우는 방법도 병행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복원 사업에 돌입했다.
이어 조직배양을 통해 후계목 20주를 증식하는데 성공했고 주변에 자라고 있는 실생묘 중 우량 목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3m가량 남은 밑동은 자연적으로 탈락하는 수피를 제거하고 지속적으로 방수 및 방부 처리하며 보존, 시민들이 나무 문화를 향유 하도록 했다.
느티나무를 소재로 한 문화공연
▲나무와 함께하는 삶...‘그네뛰기 문화’ 느티나무 앞에서
주민들의 삶 속에서 영통 느티나무의 생명력도 끊어지지 않았고 530년 넘게 사람들의 삶을 지켜봐 온 것처럼 여전히 한 자리에서 시민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영통구의 대표 축제는 ‘청명 단오제’. 느티나무가 부러진 이듬해 주 무대는 영통사 공원으로 옮겨 졌지만 단오놀이의 백미인 그네뛰기는 느티나무 앞에서 진행, 역사성을 이어갔다. 큰 밑동으로 남은 느티나무 주변에 소원 리본을 매달고 줄타기와 문화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통 주민들은 색다른 방식으로 느티나무와의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 주민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영통 시민 뮤지컬’이 영통 느티나무를 이야기를 소재로 뮤지컬을 창작해 공연한 것이 그 예다. 주민들은 ‘나무 아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두 차례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지금도 영통 느티나무는 그 자리에서 사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부러졌던 나뭇가지를 다양한 시설로 재활용, 단오어린이공원에 설치, 느티나무는 다시 주민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원래 가지 그대로 모양을 살려 제각각 자연스러운 형태를 뽐낸다.
훼손된 느티나무를 새롭게 육성하기 위한 조사 장면
▲동그란 나무 이미지 재현...동네 잔치 열리는 ‘소통’의 장
영통 느티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며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 내며 전쟁처럼 나라에 어려움이 닥칠 무렵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를 냈다고 전해진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당산나무로 치성을 받으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영통 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인 1990년대까지 평범한 농촌 마을이던 영통리의 상징이자 마을의 구심점이었다. 뙤약볕을 피해 멍석을 깔고 쉬거나 장기판이 펼쳐지는 주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매년 단옷날 청명산 약수터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내려와 당산제와 동네잔치가 열리는 소통의 장이었다. 하지만 마을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느티나무는 아파트 숲 한가운데 외로이 자리를 잡았고 단오제는 명맥이 끊겨 각계에서 느티나무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2005년부터 ‘청명 단오제’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단오어린이공원의 느티나무는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하며 다시 영통구 주민들의 화합의 장으로 자리 잡았는가 하면 실질적인 옛 문화의 명맥을 유지하며 주민들의 안녕 도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