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22일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전대차계약 및 양도·양수 등 ‘현행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계약행위가 만연해 있는 지하도상가에 대한 조례개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이를 심사하는 인천시의회가 발목을 잡은듯한 그림이 연출됐다. 향후 논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2일 시의회는 인천시시 경제산업본부가 올린 ‘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개정안)’에 대해 ‘수정 가결’로 의결하고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했다.

앞서 시는 올해 초 해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시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거쳤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임차인과 전차인이 협의해 임차인이 점포에 관한 권리를 반납하게 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전차인에게 해당 점포를 사용·수익허가 할 수 있게 했다.

만약 조례개정 전 전차계약을 한 전차인 당사자가 점포를 반환 후 공실 상태의 잔여 점포에 대한 사용수익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지명경쟁 방식으로 사용·수익허가 할 수 있게 했다.

부득이하게 전대를 해결하지 못한 임차인이 사용수익허가 취소된 경우 종전 임차인에게 수의계약으로 사용수익을 허가하는 내용도 있다.

지하상가의 사용·수익 허가 기간은 최대 5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2022년 2월 14일까지 사용허가를 받은 전차인이 2023년 6월 30일까지 사용신청을 허가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규정도 뒀다.

현재 인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인천시 전체의 지하도상가 점포 3,500여개소 중 40%정도에 해당하는 약 1,400개 정도의 점포가 현행 불법 전대차계약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감사원 발표 자료 등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만큼 이 통계에 대해서는 시의 추가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어쨌든 시는 당초 이같은 계약상 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조속한 개정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민선7기 당시 8대 시의회가 상위법을 위반하는 내용의 시 조례를 연장하려 했다가 지난해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림에 따라 현재로서는 행정집행 등 강제 퇴거조치 등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이에 시는 본격적으로 행정집행을 하기 전 상인들이 일종의 ‘출구전략’을 찾을 기간은 주자는 목적으로 6월 30일까지 숙려기간을 운영하고 7월 1일부터 개정된 조례 및 법을 위반한 상가 미운영 임차인(전대차계약으로 넘긴 경우도 포함)에게 행정처분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로에 대해 시의회가 발목을 잡았다. 시의회 산경위는 시가 들고나온 ‘2023년 6월’까지의 유예기간을 ‘9월’로 수정해 시의 종전 계획보다 3개월을 더 유예해 줬다. 행정집행을 할 거면 10월 이후로 “일단 좀 미루라”는 의미다.

이날 이순학 의원(서구5, 민), 정해권 의원(연수1, 국-산경위원장) 등 산경위 소속 의원들이 “개정안의 적용이 6월 30일이라면 너무 촉박한 느낌이 없지 않다”는 우려를 표명했는데 그러한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길지 않은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라면 이는 감안해줄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수정 가결의 내용 중 ‘조례 시행일 이후 관리수탁자의 관리수탁 계약 기간’에 대한 내용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산경위는 관리수탁자의 계약기간이 남이있는 경우 일정 범위에서 위탁기간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는데 5년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시행일로부터 5년까지, 5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계약기간까지로 추가하는 내용으로 수정가결했다.

시는 이날 수정가결된 내용들이 현행 불법인 전대차계약을 해당 기간만큼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이해관계에 놓은 당사자들이라면 이를 달리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인천지역 지하도상가를 관리하는 관리수탁법인은 총 13개로 이들이 인천 관내의 지하도상가들 대부분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시의 개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실제 불법계약의 범위가 얼마나 혹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시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도 논란의 한 부분이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실례로 민선6기 당시에는 이한구 전 시의원(당시 현직)이 시의회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관리법인 등은 “의무가 없다”며 이를 거절한 사례가 있기도 했다.

실제 임차인들은 시에 내는 사용료의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전차인들로부터 월 사용료 및 권리금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하도상가 시설은 엄연히 ‘인천시 공유재산’에 해당된다. 

이를 감안하면 임차인들 중 상당수가 사실상 시의 재산을 갖고 돈벌이를 하고 있는 셈. 이런 사실이 지역사회 전반에는 이전부터도 많이 알려져 있고 지금도 논란이 상당하다.

임차인과 전차인 간 계약은 전대차계약에 해당되는 만큼 행정집행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당연하지만 이날 산경위의 수정가결 내용은 ‘일정 범위 내에서 위탁기간으로 인정해 주기로 한’ 것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5년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시행일로부터 5년까지, 5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계약기간까지로 추가”하는 수정가결의 내용이라면 이 해당 기간(경우마다 다름) 동안이 현재의 불법계약 상태를 유지해도 된다는 해석이 자칫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가 행정집행을 단행했을 때 관리수탁주체 및 임차인 등이 이번 산경위의 수정가결 내용을 들이밀며 “자신들의 위탁기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물리적으로 막거나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관리수탁자 등이 이렇게 해석하게 됐을 경우 결국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 담당자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 부분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또 시가 현재 파악한 자료들이 합법적인 단계를 넘어 임차인과 전차인 간 불법계약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전대차계약에 대한 실태조사 및 행정집행 등 단계에서 임차인 등이 일종의 ‘눈속임’을 한다거나 했을 때, 자칫 불법 범위의 계약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넘기는 등의 결과들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

현재 시점에서도 지하도상가의 전대차계약 등 문제에 대해 “불법을 불법으로 덮는다”는 등의 지역사회 평가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임차인들이 나쁜 의도로 시 담당공직자들을 속일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 “만약 눈속임 등이 있다면 수사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는 했으나 22일 오후 4시 현재까지는 이를 감안한 내부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시의회 청사 바깥에서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이 집회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억 원을 주고 점포 권리를 얻은 임차인이나 권리금을 내고 경제활동을 하는 전차인들이 거리에 나앉을 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이 문제는 인천시가 상위법에 위배되는 조례를 제정해 상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민·형사상 소송 등으로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공유재산법 등에 따라 공유재산에 대한 권리금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을 통해 상인들이 받을 보상이 있을지, 만약 있으면 얼마나 될지 등은 현재로서는 예상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사실 법적으로 소송이 들어와서 법정에서 이 문제가 결론이 되고 시로서는 보상해줄 것이 생기면 그대로 따르면 사실 가장 깔끔하게 풀리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합법적 범위 안’에서 최대한 상인들을 보호하면서 진행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