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복지연대가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평화복지연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교통(버스)요금 인상안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인근 두 광역단체의 행정적 선택이 완전히 갈리면서 어떤 선택을 하든 비판의 지점이 명확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의 결정 및 행정안전부의 지침을 놓고 내부에서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가 버스요금 인상안을 놓고 고민에 빠진 이유는 ‘사실상 같은 생활권’에 놓인 수도권의 다른 두 광역단체가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외연적으로만 보면 어떤 선택을 해도 되겠지만 정작 그 이면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앞서 행안부는 수도권 광역단체(인천·서울·경기)를 비롯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대중교통 요금을 포함한 공공요금을 인상은 지자체 권한을 유지하되 최대한 인상을 억제해 달라는 권고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행안부의 이 같은 요청은 ‘권고’ 수준이다. 말 그대로 ‘지켜주면 좋지만 안 지켜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권고 수준에 그친 데에는 여러 배경이 있었겠지만 버스요금만 놓고 보면 현재 정부가 특정 대상의 무임승차 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서울시는 ‘권고’인 행안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버스요금을 기본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변동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요금을) 8년간 동결해온 만큼 인상요인이 충분하고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무임승차 비용을 분담해준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면서 (동결 등을) 권고한다면 우리 안대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에도 적용중인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가 사실상 서울시의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보면 ‘같은 수준의 요금 인상’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정연설에서 “버스요금은 가계에서 절약하기 어려운 지출에 해당되는 만큼 버스요금 동결을 시작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중장기 대책을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이 같은 발표는 같은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경기도가 서울시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밝힌 것이어서 상당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버스요금의 경우 각 지자체가 인상 여부에 대한 독립권한이 있는 만큼 다른 선택을 해도 ‘시스템 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사실 없다. 

서울 및 경기권과 직결노선으로 묶여있는 지하철요금과는 다른 적용이 가능한 이유다. 다만 서울로 출퇴근(등하교)을 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인상’이다.

경기도가 이 같은 선택을 한 배경이라면 최근 정부가 제대로 조절을 하지 못해 결국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만 난방비 폭탄 문제를 비롯해 공공요금의 줄줄이 인상 등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천시도 이 같은 부분은 사실상 경기도와 다를 게 없다. 인천시도 버스요금 인상안을 오는 3~4월 경 ‘서울시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으로 그간 추진해 왔었다. 

그러나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에 대한 지역 여론이 급격히 악화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인천과 맞붙어있는 옆 동네 경기도가 ‘동결’을 선언하면서 아직 최종 결정을 짓지 못한 인천으로서는 적잖이 고민이 된 셈이다.

13일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 및 지하철요금 및 상하수도요금의 동결과 무임승차 부담에 대한 정부대책 촉구, 저소득층 및 복지기관의 난방비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평복연의 기자회견 내용은 사실상 그간 인천지역에서 여론화돼 있는 공공요금 부담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사실 새롭다 할 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지역 여론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들 시민단체들의 의견대로 동결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예산의 부담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결을 했다 해도 만약 ‘외연적인 동결’로 결론이 난다면 사실상 해답을 찾은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

실제 인천시가 지난해 용역으로 진행한 ‘시내버스 및 광역버스 경영실태’에 따르면 준공영제 적용 중인 인천 시내버스는 지난해에만 2,600억원 넘는 적자폭이 나타났다. 

이 같은 적자는 시가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만큼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또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의 내용도 시의 고민을 더하게 하는 요소다. 

환승 횟수에 관계없이 이동한 총 거리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되는데 요금 수익(환승 할인은 제외)은 각 운송수단의 기본요금 규모에 따라 각 지역이 나눠 갖게끔 돼 있다.

만약 인천·서울·경기 중 서울시만 인상을 확정하게 되면 인천과 경기지역의 버스업체는 수익 배분에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천이 준공영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이 손해는 버스업체가 짊어지는 게 아니라 인천시가 짊어지게 돼 있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천시로서는 ‘정치적인 부담’도 있다. 요금 인상을 강행 중인 서울시의 수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반면 동결을 선언한 경기도의 수장 김동연 경기지사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오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서울시와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이럴 경우 “민생문제를 결국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택하느냐”는 등의 강력한 비난여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14일 오전 현재 기준으로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 하에 요금 인상 시기와 관련해 유관 기관 등과 협의를 해보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 적용을 받는 지자체는 요금을 인상할 때 관계된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일단 여러 얘기들을 나눠보고 인상 시기를 조정할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하철이 아닌 버스요금의 최종적인 결정권한은 결국 인천시가 갖게 돼 있다. 여러 복합적인 검토와 고민을 한 후 결정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비판의 지점을 피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