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영초등학교 구 본관교사 전경. 현재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돼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동구 창영초등학교(편의상 이하 ‘학교’로 표기) 이전에 관한 문제가 결국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시민단체들이 이전을 반대하고 나오자 해당 학교 학부모회 측에서 현실을 먼저 자각하라며 맞불을 놓기 시작했기 때문. 

결국 첨예하게 대립된 민-민 갈등 격화로 인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발이 나오게 된 만큼, 시교육청으로서는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결과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 운영위원회(이하 ‘학부모회 등’으로 표기)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 이전은 학교의 오랜 역사와 미래를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역사성을 무시한 결정이 아니라 많은 숙의과정 속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모회 측은 “학교 이전은 단순히 여중 신설을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지키고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나온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이전은 시교육청이 “동구 관내에 남녀공학 학교는 있으나, 여학생들의 수용을 위한 여중·여고가 없어 학군 조정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학교를 이전하고 이 공간에 여중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만약 이전을 하지 않게 되면 2026년 학급당 인원이 49명을 초과해 유발학생 배치가 어려울 거라는 판단으로, 적정 학급당 인원 배치를 하려면 증축 등의 방법으로 메워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학교 구 본관교사를 비롯한 학교 교정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사실상 학교 내 추가 증축은 어렵고, 이 때문에 별도의 초등학교를 신설하게 되면 추후 재개발지역(금송·전도관구역)에 입주할 학부모들이 신설교를 선호하는 현상 등으로 여러 행정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학부모회 등과의 소통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에 앞서 25일 30여개 시민단체와 지역인사 및 활동가 130명의 연합으로 구성된 ‘인천 창영학교 이전 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으로 표기)’이라는 이름의 연대단체는 인천시청사에서 “이전계획이 추진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인천의 근/현대사를 함께 호흡해 온, 그야말로 ‘상징물’과 같은 유서 깊은 학교를 불과 300m 거리의 재개발지역 아파트 단지로 이전한다면 창영초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실한 껍데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시민모임 측은 “창영초교 이전 계획에 대해 시민사회 차원에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교육청에 경고했는데, 학부모회 측의 맞불 입장문 발표로 이 경고가 다소 무색해졌다.

결국 이 반박 성격의 입장문을 통해, ‘시민사회 차원에서 모두 이전을 반대’한 게 아니라는 것이 어느정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 시민단체와 활동가들 가운데서도 학부모회 측 입장을 지지하는 경우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시민사회 차원’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색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시민모임 측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실하는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학부모회 등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인천에 살아와 역사깊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기까지 하는 입장에서, ‘학교의 역사성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식으로 주장한 시민모임 측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학부모회 측은 “우리라고 학교 역사성, 지역사회에서의 소중한 의미 등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의 입장이나 시민모임 측 주장 모두 학교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최상의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운영위 측에 따르면 최근 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다가 햇빛을 피하는 등의 용도로 차양막을 설치하고자 했으나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돼 예산을 반납하는 등 학교 시설개선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실이 이런데 불보듯 뻔한 과밀학급상황까지 처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면 학교 어린이들이 지금보다 더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학습하고 생활하게 될 거라는 우려다.

또 학교 구 본관교사가 현재 시 유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된 만큼 추후에도 그대로 보존될 것이며, 최근 폐교가 확정된 서울 도봉고 사례를 봐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과 현실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학부모회 측 의견이다.

또 시민모임 측은 기자회견 당시 “시교육청이 진행한 주민 공청회 등 절차를 모르게 진행했다”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곧바로 학부모회 측이 “공개적인 공청회(총 4차례)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 결정됐다”고 반박하면서 ‘진실공방’과 비슷한 분위기의 논란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주민 간 의견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 주민은 “오래 살아오신 동네 주민들 대부분은 학교가 가진 역사와 의미 정도는 알고 있어서, 그들 사이에선 학교를 이전한다는 소식에 내심 불편한 분위기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면 다른 주민은 “학교라는 게 박물관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역할을 하는 기관 아니냐, 문화재 등을 이유로 학교역할이 안 되면 무조건 버티기를 할 게 아니라 최선의 역할을 위한 방법들을 찾아봐야 한다”며 이전에 힘을 싣는듯한 의견도 보였다.

상황이 ‘민-민 갈등’으로 격화된 만큼, ‘공공행정기관’인 시교육청으로서는 어떤 선택과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반발을 살 수밖에 없게 됐다. 공공행정기관이 찬반의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됐을 때 지금보다 더 강한 수위의 반발이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 됐기 때문.

게다가 현재 학교 이전문제에 대한 심사는 이미 시교육청의 손을 떠나 교육부로 가 있는 상태다. 교육부는 오는 30일 중앙투자심사를 예정하고 있다. 해당 일정에는 시교육청이 추진한 학교의 이전 및 여중신설에 대한 안건을 심사하게 된다.

결국 시교육청으로서는 30일 중투심의 결과를 보고 그 결과를 최대한 따라가는 것이 ‘최선의 상태’가 됐다. 시교육청 측은 “일단 중투심 결과를 보겠다”며 최대한 입을 다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