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최초의 공립초등학교로 개교 116년을 맞은 인천 동구 창영초등학교 이전계획이 드러나자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해당 계획을 추진하는 인천시교육청은 의견 수렴과정에서 반대가 없었던 만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결정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해당 논란의 키는 결국 교육부가 쥐게 된 셈이 됐다.
지역 시민단체 및 동구 원도심 주민 등으로 구성된 ‘인천 창영학교 이전 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으로 표기)’은 25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영초교 이전 계획에 대해 시민사회 차원에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교육청에 경고했다.
지난해부터 시교육청은 금송구역 재개발사업지에 신축교사를 건립하고, 현 창영초교를 해당 신축교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존 창영초교 부지에는 2028년 개교 목표로 여자중학교 설립을 추진해 왔다.
여중 설립을 위한 창영초교 이전계획은 시교육청이 공청회 등 절차를 마치고 교육부에 해당 안건의 심사를 요청해 오는 30일이 열릴 교육부 중투심에서 통과 여부가 가려지게 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반대하고 나선 시민모임은 창영초교 총동창회를 비롯해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와 생명평화포럼, 사단법인 해반문화 등 30여개 단체가 연대한 모임이다.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신용석 인천개항박물관 명예관장, 김용하 전 인천연구원 수석위원 등 지역인사 및 활동가들 130명도 개인 차원에서 연대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1907년 개교한 창영초교는 인천 근대교육사의 서막을 연 한국인 공립소학교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인천교육의 산실이자 인천정신의 원천이며 인천 3·1 만세운동의 발상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렇게 인천의 근/현대사를 함께 호흡해 온, 그야말로 ‘상징물’과 같은 유서 깊은 학교를 불과 300m 거리의 재개발지역 아파트 단지로 이전한다면 창영초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실한 껍데기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창영초교는 100년이 넘은 학교인 만큼 많은 인물들을 배출해온 학교이기도 하다. 고유섭 고고미술사학자, 조진만 대법원장, 신태환 서울대총장, 일장기 말살사건의 주역 이길용 기자, 극작가 함세덕 등이 이 학교를 나왔다.
또 수류탄에 몸을 던져 폭사하며 많은 부하들을 구해낸 강제구 소령을 비롯해 현재 캐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뛰는 인천 출신의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현 창영초교 교사는 오랜 역사가치를 인정받아 학교 본관교사 건물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인천 3·1 만세운동 발상지 기념비 및 강제구 소령의 흉상 등 여러 역사적 사실을 인증하는 기념물도 함께 설치돼 있는 상태다.
이런 학교를 먼 곳도 아니고 불과 300m 거리의 신축교사에 이전하는 것은 이전의 명분도 없으면서 역사적 가치를 깎아먹기까지 하며, 창영초교의 오랜 역사가 남아있는 곳을 신설 여중이 점유하는 모양새도 부적절하다는 것이 시민모임 측 입장이다.
반면 시교육청은 동구 내에 여중·여고(남녀공학은 제외)가 없는 만큼 여자중학교의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청회 과정 등에서도 특별히 반대나 이의 등의 의견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교육청 측은 “의견을 받는 과정에서 반대가 특별히 없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며칠 내로 교육부 중투심 결과가 나오는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움직일 것이며, 중투심을 우리가 나서서 철회하라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또 창영초교가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문화재 보호대상인 본관건물에 추가증축 등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서는 학교가 재개발구역 등에 입주한 가구의 학생을 모두 받을 수는 없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어떻게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진행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일종의 ‘검증’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주민 대상의 공청회(설명회)는 진행되었다고 했지만,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는 줄도 몰랐다며 결국 시교육청이 요식행위 수준으로 공청회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시민모임에 참여한 주민이나 시민단체들 중에서는 동구지역 등지에서 주로 활동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꽤 있고 그들 차원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는 만큼, 그런 성격의 공청회를 공개적으로 진행한다고 했으면 그들이 몰랐을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다만 시교육청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모임의 주장은 해를 넘겨 결국 교육부 중투심을 코앞에 두고 나온 것이지만, 정작 창영초교의 이전 문제는 이미 지난해 10월 경 지역사회에 알려진 내용이다.
<뉴스통신> 역시 지난 10월에 이 내용을 전했었고, 당시 많은 지역매체들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냈었다. 시민모임 측 주장대로 시교육청이 알려주지 않았라고 해도, 웬만하면 보도 등을 통해 알기는 했을 내용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관련 보도 하단 링크 참조)
따라서 현재 시교육청의 “반대가 특별히 없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려면, 그 당시에 어떻게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반대 민원도 ‘공식적’으로 계속 제기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결국 시민모임 측에 대해서도 “주장하는 바는 알겠지만, 주장의 ‘적절한 시기’가 너무 늦지 않았느냐”는 반박의 여지는 생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