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자료집 중 수도권매립지 종료 관련 추진계획표. 현재는 물론 임기 후로도 ‘종료추진’으로 기재돼 있다. 사실상 자신의 임기 내에 종료 확정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자신의 임기인 민선8기 선거공약 실천계획 중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대체매립지조성’ 사업기간을 ‘사실상 임기 후’로 표시해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3일 인천시 및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시는 지난 연말 홈페이지를 통해 ‘민선8기 인천시장 공약실천계획(공약집자료)’을 정리해 e-book 형태로 올려놓았다.

총 3가지 카테고리로 올려놓은 계획자료들은 현재 시민들이 인천시청 메인 홈페이지에서 유정복 시장실 파트의 ‘공약(메니페스토)’ 메뉴를 통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는 상태다.

문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대체매립지 조성’에 대한 부분이다. 세부내용에는 임기 중 사업이 완료되는 듯한 뉘앙스의 설명이 있지만, 계획도표를 보면 사업시기는 현재와 임기 후 내용이 ‘종료 추진’으로 기재돼 있다.

‘종료 추진’이라는 것은 “종료를 확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료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 유 시장이 임기 내 매립지 사용종료 시점을 확정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약파기’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실제 최근 매립지 문제와 관련한 인천시 공직자 및 유 시장의 측근 인사들의 전언을 보면, 유 시장이 사실상 매립지 문제를 임기 내 결정짓겠다는 약속은 깨진 것으로 읽히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인천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은 매립지 종료 등 민선8기 공약 세부 계획을 정보공개 신청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인천시는 “민선8기 공약평가단의 심의 승인을 거쳐 12월 중 확정하고 시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라면서 이 정보공개 요청을 미뤄 왔었다.

그간 매립지 종료 관련 공약은 120개 과제 중 ‘임기 내 수도권매립지 종료 선언’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어 서구 주민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왜 ‘종료’가 아니라 ‘선언’이라고 하느냐”며 논란이 일었었다.

‘선언’이라고 하면, 아무 실천 없이 다음 선거 전 시점 정도에 어떤 공식석상에서든 ‘말’만 하면 공약이 실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일종의 ‘오리발’을 내밀 수 있다는 논리다.

인천시청 홈페이지 우측에 있는 시장실 페이지. 공약 파트(빨간색 표시)로 접근해 공약자료집(3개 파트)들을 현재 모두 열람할 수 있다.

 

여기에 유 시장 측근들의 발언들도 유 시장의 선거 당시 공약과는 다른 내용들이 연일 나오는 분위기다. 그중 지난 12월 초 류권홍 시정혁신관이 “임기 내에 매립지 종료하는 것은 어렵다”는 내용으로 발언하면서, 시민사회 전반에서 “사실상 공약 파기수순 아니냐”는 의혹이 재차 일었던 것은 좋은 예다.

또 유 시장은 해당 공약집자료 공개시점 전 선공개된 신년사 관련 보도자료에서 “임기 내 대체매립지를 조성하여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가, “임기 내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여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해결한다”로 수정해 재배포했다.

매립지에 대한 기조를 ‘임기 내 종료’의 내용처럼 발표했다가 ‘임기 내 계획 수립’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전임인 박남춘 시장이 공표한 2025년은 물론 자신의 임기 내에서조차 종결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유 시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대체매립지가 조성돼야 종료가 가능하다”, “대체 매립지 위치가 결정되고 지질조사 등이 선행돼야 2년·3년·4년이 걸릴지 알 수 있지 않느냐. 시기를 특정 하는 것은 책임 있는 말이 될 수 없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바가 있었다.

자신이 민선6기 시절 제안했던 4자협의체의 협의사항 이행을 원칙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매립지를 중심으로 거주하는 서구 주민들의 염원과 완전히 빗나가는 입장이 재차 확인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4자협의의 과거 내용에는 현재 매립 중인 3-1 공구를 사용하고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잔여부지의 최대 15%인 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독소조항’이 있기 때문.

실제 4자협의체의 한 주체인 서울시의 경우 서구 매립지의 연장을 계속 주장하며 대체매립지에 대한 고민을 아예 하지 않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독소조항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게 보면 유 시장의 최근 인터뷰와 발언, 그리고 공약자료집 등을 감안했을 때, 자신의 임기 내 수도권 매립지 종료 공약을 스스로 지키기 어렵다고 시인한 것과 같은 셈이다.

평복연 측은 “이건 유 시장의 속내가 민선8기 계획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논평하고 “본인 및 측근들의 발언들이 ‘임기후 수도권 매립지 종료’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음을 증명하고 만 꼴”이라고 비판했다.

평복연은 유 시장에 대해 “공약 파기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와 해명을 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유 시장이 사실상 인천시민을 기만한 결과로, 그 책임 등을 물어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는 “그간 매립지 종료 시점과 관련한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에, 향후로는 (신년사의 내용대로) 통일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또한 ‘사실상의 공약 파기’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