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8일 송도 세브란스병원의 착공식을 가졌다.
팡파르까지 동원하며 각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행사는, 그러나 지난해 2월 ‘사실상 같은 의미’의 행사를 열었던 적이 있어 ‘정치적 퍼포먼스’에 더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등에 28일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신축 병원 부지(송도동 송도과학로 85)에서 연세대 의료원 주최로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허식 인천시의장, 정일영 국회의원을 비롯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허동수 연세대학교 이사장과 서승환 총장, 윤동섭 의료원장, 바이오 기업 및 지역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8만 5,800㎡ 병원 신축 부지에 지상 15층, 지하 3층, 800병상 규모로 건립되며 2026년 12월 개원이 목표다. 지난해 2월 병원 건축설계에 착수, 최근 건축 인허가를 마치고 이번에 착공식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착공식은 ‘사실상의 중복 행사’라는 지적이 벌써 많이 나오는 분위기다. 시는 민선7기 당시였던 지난해 2월 박남춘 전 시장과 신은호 인천시의장(둘 다 당시는 현직) 등 내빈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졌던 바가 있었다.
기공(起工, 공사의 시작단계 돌입)과 착공(着工, 터파기 등 작업단계의 첫 삽을 뜸)은 사실상 한문의 표현만 다를 뿐 통상적으로 같은 의미로 쓰인다.
실제 제법 큰 규모의 건물을 올릴 때도 공사를 시작하는 의미의 기공 혹은 착공의 행사는 한 번만 하고, 그 뒤로 모든 공사단계를 완료하면 ‘준공식’으로 마무리를 하는 게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시와 경제청이 이미 2021년 공사 시작인 ‘기공’의 단계를 이미 알린 만큼, 사실상 ‘말장난’ 수준으로 한자만 바꿔 또다시 같은 성격의 행사를 재차 진행한 셈이 된다. 소위 ‘치적성 행사’라는 의미다.
사실 세브란스 병원의 ‘사실상 두 번에 걸친’ 기공식은 시작부터도 말이 많았다. 박 전 시장 당시의 기공식도 “실제 착공은 2년 후”라고 밝히면서 지역 정치인들을 불러모으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선거용 행사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당시 이를 감안한 지역언론 일부도 “송도세브란스병원 23일 기공식...착공은 2년 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는 등 직접 혹은 우회적으로 이를 비판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기공식이 이미 한 번 열렸으면 재차 착공식을 여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하지 않는 일이다.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이게 '아예 없는 사례'는 아니지만, 시의 ‘공식적 시정’과 맞물린 성격이라면 통상적인 사례를 따라야 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는 부분.
또 송도 세브란스병원의 사실상 운영주체인 연세대 측이 병원의 건립사업을 전혀 가시적으로 진행시키지 못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치적성 이벤트’ 성격의 행사만 2년 연속으로 두 번을 여는 의도에도 의심이 갈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에서 보듯 LED가 동반된 다단형 무대를 꾸려 폭죽과 꽃가루 등 적잖은 종류의 무대 효과를 동반한 행사를 하려면, 최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까지의 예산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세브란스병원의 기공이나 착공행사는 시나 경제청이 예산을 쓴 것이 아니라 세브란스 측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착공식에 얼마의 재정을 투입시켰는지는 ‘대외비’ 명목으로 외부에서 알 수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예산에 대한 트집’을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남춘 전 시장 당시 1번, 그리고 유정복 현 시장에 1번씩 ‘사실상 같은 행사’를 열게 한 것은, 전직 혹은 현직 시장 측과 세브란스 측 소통 과정에서의 요구 혹은 세브란스 측의 ‘여론 무마’ 계획 등 소위 ‘불순한 의도’로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연세대가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포함한 협약을 16여 년 전인 2006년 체결한 이후 지금까지 건립계획을 착실히 이행해 왔다면 모르겠지만, 연세대는 이 기간 동안 2010년 3월 국제캠퍼스 개교 외엔 별다른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아 지역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미 연세대는 ‘사실상 선거철’이었던 2018년 3월(유정복 시장 민선6기) 당시 송도 11공구 33만 6,000㎡를 조성원가에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제캠퍼스 2단계 및 세브란스병원·사이언스파크 조성계획 협약’을 시와 체결하며 지역사회의 의혹과 비판을 받은 바 있었다.
당시에도 연세대 측은 1단계 사업 대부분을 잘 이행하지 않은 시점이어서, “1단계나 제대로 하지 왜 ‘2단계’라는 내용으로 협약을 하칠 선거철 즈음에 하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물론 그 이후로도 별다른 진척사항이 없었던 만큼 지역사회는 이를 ‘사실상의 선거용 행사’로 보는 분위기였다.
또 연세대 측은 시에 송도 11공구 부지에 대해 수익성을 목적으로 용적률 상향을 요구하거나 의학지원센터 건립에 500억 원 지원 요구 등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켜, 지역사회 차원의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주민 및 시민사회는 연세대가 인천에서만 이랬던 게 아니라 이미 ‘전적’이 있다고 지적한다. 착공식 이후로도 수익 목적 혹은 다른 이유로 공사 중단 등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연세대 측은 2016년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착공 소식을 전한 뒤 공사를 장기중단하며 용인지역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됐고, 결국 아파트 개발과 관련된 혜택을 얻은 뒤에야 공사를 재개했던 전력이 있다.
인천경제청은 일단 이번 착공식과 관련해서는 지난 과거만큼은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착공식을 전후로 시공사가 이미 정해졌고, 연세대 조직 내부에서 이 사업을 위해 움직이는 인원이 2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시공사에 대한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공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할 경우 본인들 손해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만큼, 다른 목적으로 사업을 표류시키거나 비정상 등 파행운영할 이유는 웬만해서는 없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송도 세브란스병원의 건립과 관련한 비판은 복수의 중앙/지역언론에서 끊임없이 다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가 마무리될 즈음 “기사를 어떻게 쓰실 거냐”는 의미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다분히 분위기를 의식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