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으로 대중에도 유명한 조세희 소설가가 향년 80세를 일기로 지병으로 별세했다.
조 작가의 아들이 되는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아버님께서 오늘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에 따르면 조 작가는 오랜 기간 병환을 앓았고 일주일여 전부터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겼다. 올해 4월 코로나19에 확진돼 요양병원에서 지내게 되면서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는 것이 유족 측 설명이다.
1978년 초판 발간된 ‘난쏘공’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하층민의 고통을 간결한 문체와 환상적 분위기로 잡아낸 명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국민소설’로 평가받아왔다.
때문에 조 작가의 타계 소식에 많은 유명인사들이 명복을 빌며 안타까움과 찬사를 동시에 보내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인사들의 찬사와 명복이 줄을 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쏘공’은 산업화 시대 저임금 노동자, 도시 빈민, 철거민들의 비참한 현실과 불평등을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다루면서도,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찌르는 공감과 감동을 준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이라며 찬사와 명복을 빌었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난쏘공’은 작가님이 우리 사회에 던진 묵직한 화두였다”며 “44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소설의 내용에 공감하고 있다, 여전히 입에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 때문에 좌절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난쏘공’은 도시빈민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며,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줬다. 서울 어느 곳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젊은 시절의 저도 아픔으로, 분노로 읽던 기억이 새롭다. 세상을 향한 고뇌는 후대에 남기시고,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명복을 빌었다.
문학계에서도 정우영 시인은 “선생님께서는 잔잔하셨지만 단호하셨고 불의와는 전혀 타협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참으로 따뜻하셨다”며 “후배들 밥 먹는 모습을 마치 자식 먹이는 어머니처럼 바라보셨던 분”이라고 추억했다.
문학평론가인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사회와 문단의 큰 별이 졌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픈 마음”이라며 “고인의 안식을 마음 깊이 빈다”고 애도했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돼 등단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않다가, 1975년작 ‘칼날’을 통해 집필활동을 재개했고,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을 묶어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난쏘공’은 난장이네 가족을 통해 산업화의 그늘에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려냈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재개발로 인해 행복동 판자촌에서 쫓겨나게 된 난장이 가족의 절망적인 현실은 우리 사회 불평등과 갈등을 현실적으로 엮어내 찬사를 받았다.
훗날 고인은 2002년 이 작품을 언급하며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를 하다가, 철거반들이 대문과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걸 보고 싸우고 돌아오면서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면서 “유신정권의 피 말리는 억압 독재가 사실 ‘난쏘공’을 만들게 된 동인”이라고 밝힌 바가 있었다.
고인은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난쏘공’은 출간 이후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함께 대중들에게 널리 읽혔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한 이 책의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48만 부에 이르는데, 2000년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고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그리고 미출간된 ‘하얀 저고리’ 등이 있다. 특히 ‘하얀 저고리’는 1980년대 초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했다가 중단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인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못다 한 말을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차려져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고, 발인은 28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