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대교에서 또 투신사고가 발생했다.
인천대교 운영사 측이 최근 이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드럼통을 설치하는 등 방지에 나서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47분 경 인천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경이 20분 만에 인근 해상에서 A씨를 구조했다.
A씨는 인천대교 갓길에 세운 차량을 세운 뒤 투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구조 당시 호흡이나 의식이 미약해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대교는 2009년 개통한 이후 ‘대한민국 최장거리 교량’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투신 사고가 발생하면서 교통사고보다 투신사고가 더 많은 다리라는 오명이 붙어있다.
실제 지난 10월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갑)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천대교 투신 사고는 41건이며, 지난해부터 투신 사고가 두 자리 수로 늘어나면서 사망자도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사망자 수는 3명으로 치사율로 계산해 보면 0.71%에 불과해, 사실상 교통사고보다 투신사고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인천대교 측은 1월부터 10월 1일까지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15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10일 발생한 투신사고 직전의 투신사고는 불과 석 달 전인 9월에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대교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사라진 후 해경에 의해 영종해안남로 인근 방조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었다. 투신사고의 주기가 짧다는 증거다.
허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인천대교 운영사 측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투신 방지용 드럼통 1500개를 갓길에 설치했다. 그러나 이는 안전사고를 더 부추기고 효과도 없을 거란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윤효화 인천 중구의원은 “인천대교는 자살다리 낙인이 찍히고 있는 상태로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투신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난간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인천시의회에서도 신성영 시의원 등이 “해무가 짙은 인천대교의 갓길에 드럼통을 설치하게 되면 차량 고장 등 비상시 상황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사고를 자초할 수 있다”는 등의 위험성이 제기된 바가 있다.
또 극단적 선택을 결정한 사람들의 경우 ‘어차피 세상에 없을텐데’라는 심정으로 차량을 아무렇게나 댈 수도 있는 만큼, 드럼통 설치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당장 허 의원서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안전펜스 설치가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히지만 운영사가 찬성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나 인천시 등도 “민자사업자인 만큼 강제할 수는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운영사와 정부가 투신사고를 눈뜨고 방치하고 있는 셈이어서 인천대교를 향한 비판의 여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