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교통사고 보다 극단적 선택에 의한 투신사고 수가 더 많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인천대교 문제가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언급됐다.
투신사고가 많아지면서 ‘대한민국 최장거리 교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6일 허종식 의원(동·미추홀구갑)이 국토교통부와 해양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 1일까지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15건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사망한 수만 11명. 한 달에 한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허 의원이 받은 자료에는 최근 5년간 인천대교 투신 사고는 41건으로 집계됐고, 지난해부터 투신 사고가 두 자리 수로 늘어나면서 사망자도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사망자 수가 3명으로 치사율로 계산해 보면 0.71%에 불과해, 사실상 교통사고보다 투신사고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는 것으로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일어난 투신사고 역시 전국적으로 보도되며 그 심각성이 인증됐다. 지난달 3일 한 30대 남성이 대교 위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사라졌다가 다음날 영종해안남로 인근 방조제에서 시신으로 발견돼 투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도 인천대교에서의 투신사고 수는 문제였다.
실례로 지난해 6월 경을 전후한 한 달 사이 투신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무려 세 건이나 뉴스화되기도 했다. 50대 여성이 남편 차량에 함께 타고 있다가 잠시 멈춰달라고 요구한 뒤 차에서 내려 갑자기 뛰어내려 숨지는 사고가 났던 게 바로 이때쯤이었다.
당시 사고소식을 들은 인천시도 공직사회 내부에서 크게 당황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시는 더는 놔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살예방센터 및 인천대교(주) 측 등과 연계해 대책회의를 여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별다른 답을 얻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대교가 민자사업으로 진행된 유료 도로이며 사업주체도 따로 있다보니, 공적예산 및 행정력 등 물리적인 방법을 투입해 예방을 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
인천대교(주) 측은 투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해상구간 순찰 강화 ▲주정차 차량 발생 시 비상방송 송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CCTV 등)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투신사고를 막기에는 이런 방식은 심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방지대 설치 등 결정적인 원천봉쇄 대책이 있었음에도 미관상의 이유 등으로 결국 동의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관내에 한강이 관통하고 있어 대형 교량이 다수 설치돼 있는 서울시는 마포대교 및 한강대교 등에 추락방지대 설치 및 난간 높이를 높인데다, 최근에는 AI로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해 투신 가능성이 보이면 구조대를 급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로 인해 서울시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고가 났을 때의 생존 구조율을 97.6%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허 의원은 “인천대교는 인천공항과 송도를 연결하며 일평균 약 5만 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만큼, 안전에는 과잉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락안전망 설치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자살방지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9년부터 국토부 소관의 일반국도 교량을 선정해 자살방지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