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지역사회에서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인천시의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행사 확대 방안을 사실상 시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이미 4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내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갈등은 시의회와 민간시민단체들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가 7일 개최한 내년도 시 행정국 예산심의에서, 인천시의원들은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 확대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시는 이미 지난달 말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과 함께 세계적인 평화·안보 프로젝트 및 국가적 기념행사로 확대시킬 계획”이라며 “연도별로 행사 규모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혀온 바가 있다. (관련 기사 하단 링크 참조)
이날 시의회에 출석한 홍준호 시 행정국장은 “전승행사의 확대 계획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김용희 시의원(연수2, 국)의 질문에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국비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도 있는 단계”라며 “주간행사 개념으로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 확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행사라고 생각한다”며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보다도 더 유명한 상륙작전이라는데 부각이 안 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성영 의원(중구2, 국)은 “인천상륙작전의 전승행사 확대는 민선8기 유 시장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일종의 ‘브랜드화’를 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데, 내년도 예산을 세운 규모가 3억 3천이면 당위성에 비해 예산이 작게 성립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홍 국장은 “국비로 30억 원 규모를 요청해서 그런 것”이라며 “현재 정부기관 간 예산 규모에 대해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관련해서는 영화도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역사적 사건인데,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고 이를 제물포 르네상스 등 공약사업과 연동시키는 등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두 시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인천상륙작전’ 주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같은 당 소속 유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유 시장은 민선6기 당시에도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집착 어린 애정’을 표시해 왔다. 최근 [경인방송]을 통해서도 “내가 8년 전 인천상륙작전 주제의 영화(리암 니슨, 이정재 등 주연)도 만들도록 했던 사람”이라고 밝힐 정도다.
민선6기 시절에도 유 시장은 보훈단체 회원들을 CGV로 초청해 해당 영화에 대한 특별시사회를 열었고 연수·부평·계양 등 지역 단위로 600여 명을 초청하는 시민시사회도 추진했던 바 있다. 당시 실시간 개봉작을 이렇게까지 다룬다는 것 자체를, 영화업계에서는 꽤나 이례적으로 바라봐왔었다.
또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한 관광객들에게 팔미도 유람선 요금 할인이나 인천상륙작전 활용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여행사에 대한 지원도 아까지 않았었다. 지역 일선 중·고교에 영화관람 협조 요청도 하는 등 그야말로 다방면에 걸쳐 애정을 보여왔었다.
당시에도 시민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들로부터는 “전쟁을 홍보수단으로 삼는 영화에 저렇게까지 행정 등 지원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 상업영화에 대한 지나친 공적지원이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었다.
그랬던 유 시장이 시장으로서 복귀한 지금은 아예 국가행사 급으로 격상시켜 주간행사 단위의 추진 및 시민참여 체험형 행사로 펼쳐내겠다고 하자 지역사회에서는 반발 여론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정의당 인천시당, 인천지역연대와 인천민예총 등 지역 시민·노동단체·정당 등 45개 단체들이 유 시장의 이러한 전승행사 확대 계획을 반대하며 관련된 예산의 전액 삭감 등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이 단체들은 “한반도가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미 간 군사적·경제적·외교적 갈등까지 겹친 상황에서 전쟁을 미화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확대는 어불성설”이라며 “내년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로 종전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 차원에서 수억 규모의 시민 혈세가 드는 행사를 두고,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유 시장이 인천상륙작전 주제에 대한 일종의 ‘집착’으로 인해 ‘불도저 식 행정’을 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가 이처럼 일종의 ‘지원사격’을 해주는 그림을 그려낸다면, 시의회와 지역사회 간 갈등으로 확산될 위험성도 있으며, 결국 이 우려는 시의회가 자초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에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앞선 두 시의원과는 당적이 다른 김대영 시의원(비례, 민)은 “기념행사 확대 자체는 동의하나, 관련한 지역사회 보도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민간인 피해자들에 대한 위령 등의 차원도 검토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전쟁의 역사에서 피해를 입는 민간인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지만, 너무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게 아니냐, 부정적인 면도 함께 조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홍 국장은 “인천상륙작전은 세계사에서 기념할 만한 사건은 맞다”면서도 “다만 피해를 받은 민간인 유족들에 대한 보상 등이 다 돼있지 않기 때문에 ‘기념’을 한다는 자세를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은 이해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국비 협의 등 제반사항을 협의 중인데, 정리되면 행사와 관련한 범시민협의체를 만들 생각”이라며 “달가워하지 않는 시민들도 반감 없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국장이 언급한 협의체에 당시 피해자 유족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협의체 역시 ‘전승행사 확대’를 전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강력한 반대성명까지 낸 지역 시민사회가 뜻을 함께할 리가 없기 때문.
결국 홍 국장이 말한 ‘협의체’라는 것이 구성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이 전승행사 확대 계획을 정당화하려는 ‘명목’을 만들기 위한 ‘형식적 협의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 역시 시민단체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