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가 9일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를 결정한 인천시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내에 위치(남측 B구역 건물로 규모 1,324㎡)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무기공장인 조병창의 병원 건물이 조만간 철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인천시가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 및 방관한 것으로 확인돼 시민사회 반발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인천관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는 9일 부평구 캠프마켓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병창 병원 건물은 1940년대 일제 침략과 강제노역의 역사적 현장”이라며 “인천시가 국방부 등에 철거 중단을 요구해야 하나 이를 묵인했다”고 밝혔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무기 제조공장이었던 인천 조병창은 내 건물로 일제 강제동원을 인증하는 역사건축물로 평가된다.

강제동원됐던 인물들의 구술기록에 따르면, 이 건물에는 당시 내·외과를 비롯해 이비인후과와 피부과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1945년 해방 이후론 미군과 한국군의 병원으로 사용됐고, 주한미군 숙소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초 국방부는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해 토양정화 등을 이유로 전면 철거를 계획하고 있었다. 건물의 하부 토양에서 오염 우려 기준(500㎎/㎏)을 초과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측정된 만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게 당시 국방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역사가치 등을 이유로 건물 존치를 권고하고 나섰는데, 국방부와 문화재청의 의견은 단순히 ‘기관 간 이견’에 불과했지만, 부평지역에서는 철거를 주장하는 주민들과 보존을 주장하는 주민들 사이의 민-민 갈등으로 번지며 주민들 사이에서 결국 험한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현재 시민운동 등을 하는 활동가들과 인천 관내 주요 시민단체들은 존치를, 그리고 부동산업계와 인근 주민단체 등은 철거를 요구하며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최근 이 건과 관련해서는 유정복 시장을 향해 시민청원이 올라가기도 했다.

조병창 병원 건물. ⓒ인천시

 

철거와 존치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던 이 사안은, 당초 건물존치를 권고했던 문화재청이 입장을 바꾸면서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을 놓고 지난 9월 시와 문화재청, 국방부 관계자들이 모인 실무회의에서 이미 조병창 병원의 건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는 것이다. 

이들 3자기관은 건물을 존치한 채로 토양정화작업을 하게 되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하는 기간까지 정화를 마칠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철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인천시가 사전에 “시민 여론을 수렴해서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은 민선 7~8기 동안 수 차례 밝혀왔으나, 국방부가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가 여론을 수렴한 게 아니라 침묵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국방부는 9월 실무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조병창 병원 건물의 외벽 석면을 철거해 이달 중으로 건물 전체를 모두 철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인천시는 지난 9월부터 조병창 병원 건물이 철거될 것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외부에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묵인했다.

더군다나 시는 같은 달 말 인천시의회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을 때도 시는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달 초 국방부에는 정화작업 시 건축물 주요부자재와 바닥기초 등 흔적을 남겨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분히 ‘의도적’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추진협을 비롯해 부평미군기자 반환 인천시민회의, 정의당 인천부평구위원회 등 시민단체 및 지역정당단체들은 “결국 기습적인 철거를 강행하고 있고 시는 알면서도 침묵한 것”이라며 “당장 국방부에 철거 중단을 통보하라”고 촉구했다.

3자기관의 논의가 사실상 ‘밀실협의’였던 데다 인천시민들 몰래 철거를 추진하고 침묵한 시가 이제서야 철거와 정화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재용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장은 “이미 30~40억 원 내외의 비용으로 1년 내 오염 정화가 가능하다는 용역업체의 의견이 있는 상태”라며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를 강행할 경우 벽돌건물의 구조상 복원 및 이축이 힘들고 가능하다 해도 비용도 더 많이 드는 만큼, 결론을 심사숙고해서 시민과 함께 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