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31일 대회의실에 마련한 합동분향소. 사진만으로도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감돈다. ⓒ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평상시 바리케이트 통과 및 출입증 패용 등이 의무화돼 시민 접근이 어려운 시청사 내 대회의실에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가, 언론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탄을 받은 인천시가 결국 야외에 합동분향소를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이로 인해 시민 접근성은 월등히 좋아졌지만, 대회의실의 합동분향소 설치에 든 예산을 결국 ‘낭비’ 했음을 증명하는 것인데다, 결국 ‘공무원 전용 분향소’라는 인증을 더욱 확실하게 박은 셈이어서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인천시 총무과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대시민 합동분향소를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 추가로 설치해 익일인 2일부터 운영키로 했다. 기존 인천시청 대회의실의 분향소도 그대로 운영한다. 

야외광장의 조문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다. 1일 오후 4시 현재 분향소 설치에 필요한 재료들이 인천으로 이동 중에 있는 상황으로, 야외광장 분향소 설치 작업은 대략 7~8시간이 소요돼 2일부터 공식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31일 시청 내부 2층 대회의실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당초 시는 일반인들도 출입카드 없이 조문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접근성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우선 안내판을 세우는 시점이 다소 늦어지면서 이른 시간 조문을 왔던 시민 중 일부는 돌아가기도 했고, 많은 출입이 이루어지는 후문에는 코로나 이후 기존 설치돼 있던 바리케이트와 청사경비 인력이 그대로 있어 입장에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출입을 했다고 해도 대회의실의 위치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였다. 결국 해당 분향소는 <뉴스통신>을 비롯한 지역, 중앙언론매체 수십 곳에 의해 “공무원 전용 분향소를 생색내기로 차린 것이냐”는 비판을 들어야 했고 몇몇 시민단체들은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청 대회의실 분향소의 조문을 받기 시작한 31일 오전 11시 경부터 1일 오후 1시까지 조문객은 총 30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조문객의 절반 가량이 공무원들로 알려지면서, 300만 인천시민들 중 200명도 안 되는 조문행렬이 조촐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인천시의 잘못된 선택과 행정 탓이다. 시 관계자는 “언론매체들의 비판 횟수가 많았는데,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문예회관 야외광장에 분향소를 추가 설치해 운영시간 내에 자유롭게 조문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지점은 여전히 있다. 행안부의 권고지침 공문에 따르면 행안부는 ‘시청사 범위’에서 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시가 관리하고 있는 시청 정문 앞 애뜰광장이었으면 행안부 권고지침에도 부합하고, 접근성이 괜찮은 만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았어도 됐었다.

아니면, ‘권고’ 수준에 불과한 해당 행안부 공문 내용을 인천시가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으로 돌아올 일은 없는 만큼, 애뜰광장이 탐탁치 않았다면 추가설치키로 한 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처음부터 설치했어도 됐던 것이다.

행안부 자치행정과 관계자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문은 그저 권고 수준일 뿐이고, 시청 앞 광장에 했어도 됐었다”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당초 설치한 건 마땅히 인천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시 총무과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정산을 하지 못했지만, 두 곳의 분향소를 조성하는 데에 든 비용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대략 1,500~2,000만 원 수준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처음부터 야외 공간에 설치했으면 대회의실에 조성한 분향소를 설치하는 데에 쓴 시민혈세는 그만큼 아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더불어 이 결정은 대회의실의 분향소가 명백히 ‘공무원 전용’이라는 것도 확실히 인증된 셈이다. 

시민들이 많이 찾게 되는 분향소에 공무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자리해 애도하고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임을 감안하면, 결국 시 공직자들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매는 바람에, 조치를 해도 모양새가 이상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김대영 인천시의원(비례, 민) 역시 “오전에 이 문제와 관련해 행정국장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추가설치를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들었다”고 전하며 “행안부 공문도 감안하면서 급하게 진행됐던 부분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잘못된 선택의 행정임을 입증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편 정부는 5일 자정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로인해 전국의 주요 지자체들은 합동분향소를 차려 등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데, 인천시의 잘못된 결정으로 조문도 못 하고 돌아갔거나, 접근성이 좋은 조문공간을 무려 이틀이나 기다린 셈이 됐다. 결코 길지 않은 국가애도기간을 인천시가 시민들을 상대로 ‘억지로 줄여놓은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