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의회 본회의. ⓒ계양구의회

 

(뉴스통신=유숙녀 기자) 인천 서구의회가 부추긴 ‘월정수당’ 논란이 계양구의회로까지 전이되는 모습이다. 

최근 계양구의회가 월정수당을 7.7%나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5% 인상안으로 논란을 산 서구의회보다 더 선을 아득히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인천계양평화복지연대(이하 계양평복연)은 25일 논평을 내고 “근거도 부족한 계양구의원 월정수당 7.7% 인상 결정은 철회하고 동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계양구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오는 10월 31일 열릴 회의에서 내년도 계양구의원 월정수당을 7.7% 인상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기초의원이 받는 의정비는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되는 월정수당, 의정 자료수집 및 연구 등을 위한 보조활동으로 사용되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정액으로 지급되는 의정활동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이번 월정수당 인상이 계양구의원들의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계양구의원 1명의 연간 의정비는 3,593만 원에서 3,769만 원으로 비율로는 4.9%, 금액으론 무려 176만 원이 인상된다.

계양구의 이러한 ‘잠정’ 결정은 최근 서구의회가 민심을 외면한 채 5% 인상안을 강행한 것에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 하단 링크 참조.)

최근 서구의회는 서구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구의원들의 내년 월정수당을 올해 대비 5% 인상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서구의회 의원 1명이 받는 전체 연간 의정비는 기존 3,936만 원에서 4,067만 원으로 131만원(3.3%) 인상 예정이다.

당시 서구의회의 이같은 폭의 인상계획은 인천시의회는 물론 10개 군·구 의원이 받는 의정비 인상률에 비해 큰 폭으로 높은 수준이라 논란이 된 바가 있다.

지방의원들의 월정수당을 무리 없이 인상하는 선은 통상적으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올해는 1.4%)을 지키는 수준이어야 하고, 만약 이를 초과하고 싶다면 지방재정법에 의거해 공청회나 여론조사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필수조항이 있다.

의원들이 올려받은 인상폭만큼의 재원은, 100% 구민 혹인 시민들의 ‘혈세’로 메워진다. 또 공청회나 여론조사 역시 그 작업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 전체가 역시 구민과 시민 혈세로 메워진다.

물론 서구나 계양구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월정수당 인상 등 여부는 이달 말까지는 결정이 돼야 하는데, 이제 며칠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를 철회할 가능성도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 가뜩이나 서민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지방의원들만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월정수당 인상을 강행하는 꼴이다 보니, 서구와 계양구의 월정수당 인상 강행은 안그래도 시민단체는 물론 주민들에게도 원성을 사고 있는 논란으로까지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더불어 이들 의회들의 월정수당은 근거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3조에 따르면 월정수당 산정 시 고려사항으로 지역 주민 수와 구의 재정능력(재정 자립도), 구의회 활동 실적 및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계양구청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계양구의 인구수는 2018년 말 31만 2,680명, 2021년 말 29만 5,696명이며, 계양구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18.27%, 2022년 16.01%를 보였다.

역시 월정수당 인상안 계획으로 지역사회에서 대차게 비판을 받고 있는 서구는 그나마 인구 수가 1995년(검단 편입 시점) 26만에서 계속 증가해 현재 58만 명 가까이 되고 향후에도 입주예정인구가 계산돼 있다는 점을 월정수당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2010년 이후 감소세가 뚜렷한 계양구는 그런 근거조차 없는 상태다.

한편 계양구의회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구의회 회기일수는 2018년 92일, 2019년 84일, 2020년 85일, 2021년 84일로 이를 계산하면 연평균 86.25일 회의가 열렸다. 또 8대의회(민선7기 기준) 안건처리실적은 임기 4년간 493건으로 조례안 285건, 예산결산안 42건, 감사 9건, 승인안 61건 등이었다.

계양구의회가 공개한 이같은 실적 자료의 ‘수준’을 감안하면, 구민의 입장에서 계양구의회의 의정비 인상을 주민들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실제 계양평복연 측 또한 같은 논리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의 다른 자치구 기초의회는 강화·옹진의 상황이 아직 미정인 가운데 서구와 계양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의회가 동결 혹은 올해 공무원 보수인상률인 1.4% 인상 정도만을 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계양구 주민 김모씨(48)는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 등보다 상대적으로 뉴스 보도 빈도가 적고 주목도도 없다보니, 그냥 한 번 욕 먹고 4년동안 돈 더 받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그러니 시민들 중에서는 지방의원들 다 없애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게 다 이런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