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국민의힘 과반의 인천시의회가 인천시의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의 국가도시공원사업에 대해, ‘일각의 청원’을 이유로 ‘청원채택’의 제동을 걸었던 자세를 결국 굽혔다. (관련기사 9월 22일 보도 [인천시의회 국가 도시공원 지정사업 제동 ‘논란’] ← 링크) 

이 청원채택의 제동을 처음부터 반대해 왔던 원내 14석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인천 지역사회 차원’에서 여론이 끓어오르자 과반의석(26석)을 가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23일 개최된 281회 정례회 5차 본회의에서,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채택한 소래습지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공원 지정 해제 청원(9-1), 레미콘공장 부지의 공원 지정 해제 청원(9-2)의 2건을 심의한 결과 청원에 ‘불채택’으로 결론을 지었다.

해당 안건의 채택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진행한 전자투표에서 9-1 청원은 재석인원 38명 중 찬성 9, 반대 23, 기권 3으로, 9-2 청원은 찬성 7, 반대 26, 기권 5로 해당 청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시의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9-1과 9-2 청원은 내용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같은 내용이었다. 당초 9-1 청원에 찬성표를 던졌던 허식, 신성영(이상 국민의힘) 의원들의 경우 ‘안 되겠다’고 판단한 듯, 이어진 9-2 청원에서는 기권 혹은 반대표를 던지며 순간적으로 ‘자세 변경’을 하기도 했다.

22일 오전 해당 청원을 심사했던 산업위가 국민의힘 당적의 산업위 소속 시의원들이 “재산권이나 보상비용 등에 대해 제대로 검토를 한 것이냐”는 등 청원심사를 위해 출석했던 최도수 시 도시재생녹지국장에게 소위 ‘몰아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날 산업위가 청원채택을 했다는 소식은 지역언론 등을 통해 빠르게 알려졌다. 이 일대가 습지생태공원인 만큼 주변 환경정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이미 공론화돼 있었던 데다, 여기에 산업위의 청원 채택에 ‘정치적 이유(해당 사업이 민선7기 당시 적극적으로 진행돼왔던 점 등)’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 등이 모아지며, 시의회에 대한 여론은 곧바로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론을 의식해 결국 ‘더 이상 무리수를 두지는 말자’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는가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해당 청원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힘을 줬던 일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전자투표에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은데다, 청원인들이 감사원 및 국민권익위 등에 감사 및 신고를 하는 등 조직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만큼, 같은 내용의 청원이 다시 시의회를 압박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22일 산업위에 출석했던 최 국장은 “해당 토지의 이용은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차원에서 심도있게 접근했던 문제로 충분한 숙고의 과정을 거쳐 결정돼야 하며, 그 과정에는 관련 포럼, 법적으로 필요한 공청회와 의견 청취 등을 비롯한 활발한 논의과정들이 이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청원을 제안소개한 김대중 의원(미추홀2, 국)은 23일 본회의에서 청원인들의 재산상 피해 문제 등이 있다며 “정책과정 토지 소유주들이 소외됐다, (시가 추진한 공청회와 토론회 등 논의자리가) 공원사업 찬성 의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발언으로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자 해당 지역구인 이오상 의원(남동3, 민)은 “(그간의 논의자리는) 청원인들도 참여해 논의와 토론의 과정이 진행됐던 부분”이라며 “정작 토론회 등을 문제삼은 김 의원은 (청원채택 과정에서) 본인을 비롯해 해당지역의 구의원 등과 논의자리를 한 적이 없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이 의원은 “해당 사업은 논현지역이 지역구인 본인을 비롯해 남동구의회 의원들 그리고 (현 국민의힘 소속의) 박종효 남동구청장의 주요 공약사업”이라며 “청원을 채택하게 되면 시의회는 의견 번복을 하게 되는 것이며, 향후 해당 사안이 소송으로 진행됐을 때 인천시가 불리하게 작용할 단초가 되는 것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리 근거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 해당 청원이 논란이 된 이유도, 논현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인천 시민사회 차원에서 꾸준히 국가도시공원지정을 위한 노력이 강구돼 시는 물론 지역에서 공론화가 돼 있는 상태에서, ‘일각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올라온 청원을 시의회가 받아줬다는 점이 가장 컸다.

그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환경문제 개선 등 공익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가 되어야 마땅한 시의회가 오히려 공익을 외면하고 재산권이라는 사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청원주체 중엔 해당 토지에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는 사업자가 있는데, 이 물류센터는 환경 및 안전문제 등을 우려한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장기간 반대해온 사안이다. 만약 이날 시의회가 청원을 채택해 그것이 공원해제 등으로 진행되는 그림이 전개됐을 경우, 사실상 시의회가 물류센터 건립에 힘을 실어줬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시의회가 이날 청원을 불채택함에 따라 논란은 어느정도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논현지역 주민들 일부는 아직 성토를 가라앉히지 못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미 논현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청원을 끝까지 찬성했다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자는 등의 반대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동 주민 김모씨(38)는 “지방선거 당시 이곳 지역구를 기반으로 선거를 해야 했던 모든 정치인들이 소래지역의 국가도시공원사업 완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청원을 채택해 진행한다는 얘기가 이미 많이 퍼져 있었는데, 박종효 구청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들은 왜 강력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냐, 혹시 (청원에 찬성한 시의원들이) 같은 당이라고 눈치를 보는 것이냐”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