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습지생태공원. ⓒ인천시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의 국가 도시공원사업을 위해 소래 물류창고부지 및 개발제한구역의 공원지정 등을 추진하는 인천시의 작업에 시의회가 제동을 거는 모습을 연출,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22일 오전에 개최된 소래습지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공원 지정 해제 청원(9-1)과, 레미콘공장 부지의 공원 지정 해제 청원(9-2)의 2건을 심의한 결과 청원을 채택해 본회의에 의결키로 했다.

해당 청원들은 시의 첫 번째 국가도시공원 추진계획에 따라 공원으로 지정된 남동구 논현동 33-16 일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및 논현동 66-12 레미콘 공장 부지 2곳의 결정 해제를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는 현재 해당 토지 중 논현동 33-16일대를 ‘소래 A근린공원’, 논현동 66-12 일대를 ‘소래 B문화공원(이상 가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인근 소래포구와 시흥 갯골 생태공원까지 연계를 하게 되면 수도권 최대 규모의 친환경 생태관광지 조성이 가능하겠다는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상 해당 청원은 시의 이러한 친환경공원 계획을 재산권 등을 이유로 전면 부정하고 나선 주체들에 의해 전달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 청원을 요구한 주체들은 논현 33지구 토지주조합 및 레미콘 공장 부지의 물류창고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자 등이다. 

이들은 “시가 공원추진을 위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재산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시의 청원 외에도 감사원 감사청구, 국민권익위 신고 등 다방면으로 공원계획을 위한 시의 행정에 맞서고 있는 상태다.

반면 시는 “청원인들의 의견은 이유가 있겠지만, 해당 토지의 이용은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차원에서 심도있게 접근했던 문제”라며 “충분한 숙고의 과정을 거쳐 결정돼야 하며 그 과정에는 관련 포럼, 법적으로 필요한 공청회와 의견 청취 등을 비롯한 활발한 논의과정들이 이미 있었다”고 해당 청원을 반박해 왔다.

또 시는 “논현동 일대가 주거지역으로 변모되는 과정에서 해당 구역 미관상 문제가 고질적으로 있어 정비가 필요했으며, 현행 법상으로도 토지에 대한 보상규정이나 구제절차 등이 명확히 적시돼 있고 소송을 통해서도 구제방법이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의회 산경위는 “대상 토지가 국가도시공원에 반드시 필요한가가 불분명해 보인다”며 해당 청원을 요구한 주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산경위는 9-1 청원 건에 대해 “다수의 토지주들이 공원을 추진하는 도시관리계획에 불복하고 있어 보상에 난항이 예상되고, 보상시기가 지연될 경우 보상비 증가로 예산확보에 우려가 들 수 있고, 무엇보다 총 사업비는 2,365억 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이 내용 중 보상비가 1,890억 원이나 되는 걸 감안하면 공원지정사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도 함께 밝혔다.

9-2 청원 건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이유였다. 9-2의 경우 총 사업비 2,456억 원 중 보상비가 2,126억 원, 순수 사업비는 330억 원 규모로 책정돼 있다.

산경위 소속의 김대중 시의원(미추홀2, 국) 등이 “해당 부지들을 제외해도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토지주들이 원하는 보상 방안 등을 바탕으로 공원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사전에 밝힌 바가 있어 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어느정도 예상이 됐던 수순이었다.

문제는 청원을 전달한 이들 주체들의 청원 내용이, 이 지역 일대 주민들이 원했던 바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레미콘 공장 부지를 활용하려는 해당 사업자의 경우 이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시의회의 이번 청원 채택을 두고 해석에 따라서는 “주민 및 시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의회가 주민이 원하는 바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특정 업체(혹은 주체)들의 재산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한 상황이다. 

의도야 어쨌든 결과적으론 사실상 시의회가 그렇게 편을 들어주는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시와 토지소유자 간 분쟁 문제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물류센터 건립 건은 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공원조성계획을 추진하는 시, 그리고 지역 내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반대하고 있는 사업이다.

시 내부에서도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반대 여론 공론화는 물론 국가도시공원 지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해당 부지들의 공원조성이 해제되는 상황을 맞을 경우 지정계획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해당 청원이 시의회까지 통과해 이후 유정복 시장의 공식답변 등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해당 청원이 반드시 수용되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원을 채택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단순히 공기관-토지주 갈등을 넘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까지 갈등구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시의회가 청원안 수용 여부를 더 고민하고 검토했어야 했다는 지적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현재까지 인천시의 자세로만 보면, 국가도시공원지정을 위한 시의 행정작업은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실제 해당 사업이 습지보존 및 환경보호 등 차원에서의 진행됐던 만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상당한 응원을 받아왔다.

때문에, 향후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시의회의 이런 청원채택에 흔들리지 말고, 이미 ‘본색’을 드러낸 시의회에 상관없이 환경개선을 위해 뛰어온 자세를 계속 유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시의 설명대로 현행 법상으로도 토지보상규정이나 구제절차 등이 명확히 적시돼 있는 만큼 ‘국가적 매뉴얼’에 따라서 토지주 등에게 구제를 해주면 되고, 그게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