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캠프마켓 전경. ⓒ인천시

 

(뉴스통신=최태범 기자) 공원조성 계획을 놓고 시민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부평 캠프마켓의 근대건축물 존치 여부가 다시 한 번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인천시의회에서도 최근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인천시는 아직까지는 ‘확답’의 시점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인천시와 시의회 등을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8월 30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시의회 281회 정례회의 시정질문 이틀차(6일)에서 부평 캠프마켓의 토양 정화작업에 조병창 등 일제강점기 역사의 흔적으로 평가받는 근대건축물들의 존치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주민 간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평 캠프마켓 건축물의 존치 여부에 대한 주민 갈등 문제는, 인천시 관내에서도 ‘주민 간 갈등이 매우 심각한 현안’ 중의 하나로 언급된다.

오랜 기간 미군이 활용해 왔던 캠프마켓 부지는 지난 2019년 12월자로 인천시에 반환이 시작돼, 이듬해 10월 일부 공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토지에 다이옥신과 중금속류 등으로 장기간 토양오염이 진행돼 왔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토양 정화작업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현재까지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오염농도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화작업 역시 예상보다 길어졌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곳 건축물들의 존치 여부다. 당초 국방부는 “환경정화를 위해 건축물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었다. 건축물이 존치되고 있으면 완전정화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던 것.

반면 해당 구역을 조사하고 돌아간 문화재청은 “조병창 관련 건축물과 미 군정기에 대한 역사자료가치가 있는 만큼 시설 다수는 보존하라”는 권고를 시에 전달했다.

결국 공원조성 계획을 놓고 역사적 증거의 가치를 위해 건축물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화작업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는 기관 간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시민 갈등으로까지 비화돼 있는 상태다.

최근 부평구가 “정확한 여론 파악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여론조사에 부동산카페 등 커뮤니티에 ‘완전철거를 하라고 답변하자’는 등 조사 결과를 왜곡하려는 의도의 행동들이 나타나자 결국 부평구는 해당 여론조사를 중단해야 했다.

해당 건물들 중 일부는 인천시가 문화공간 조성사업 등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국방부의 ‘완전철거론’에 찬성을 하는 시민들은 조병창 등의 건물들이 일제 잔재에 해당된다는 논리를 펴며 인천시에 청원 등의 방법으로 철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 찬성의 배경 이면에 부동산업자 및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일제 잔재라는 논리는 다른 의도를 합리화하려고 내민 ‘명목 상의 카드’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역사가치’를 위해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여론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당시 인천시립박물관 등 지역의 역사관련 기관 관계자들 역시 “일본이 ‘자신들도 전쟁 피해자’라는 논리를 부각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없애고 싶어하는 가해의 증거를, 우리 지역에서 굳이 나서서 철거하자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의견들을 낸 바 있다.

그러자 지난해 인천시는 김기문 전 원도심조정재생조정관(민선7기 당시엔 현직)이 직접 시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국방부와 문화재청의 의견들이 있는 만큼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완전반환되면 전체 건축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제 잔재라면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하지만, 그 잔재들 중엔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도 있으며, 또 그것이 기관 별로도 의견이 나뉘는 만큼 어느 한 쪽 방향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해당 지역구 기반의 나상길 시의원(부평4, 민)은 6일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건물을 그대로 존치하면 정화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일부 주민들의 우려가 있다”고 밝히며 유 시장에게 시의 계획을 물었다.

그러나 나 의원이 전한 ‘우려’의 코멘트는 약간은 알쏭달쏭한 구석이 있다. 시선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우려가 있으니 건물을 철거하라’는 의도일 수도 있고, ‘건물이 남아있어도 정화가 가능하니 시가 주민 우려를 불식시키라’는 뜻일 수도 있다.

유 시장은 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시민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환경 정화의 기본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면서 “국방부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론적 답변’만 한 셈이지만, 그 이상의 확답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