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령 항로에 투입돼 있는 하모니플라워호. ⓒ인천항만공사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신규 도입이 시급하지만 아직까지 인천시와 옹진군 등 관할 지자체들이 별다른 손을 못 쓰고 있는 모양새다. 

7일 인천시와 옹진군,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인천시의회 정례회(281회)의 일정 중 5일과 6일 양일간 열린 시정질문에서 이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시가 명확한 답변을 아직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옹진군 도서교통과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백령 항로에는 내일인 8일 기준으로 2,000톤 급 이상의 카페리 여객선(하모니플라워호)과 1,600톤 급 이상 규모의 연안여객선(코리아프라이드호)가 오가게 된다. 기존 500톤급 이상 연안여객선인 코리아킹호는 예비 선박으로 자리한다.

백령도의 총인구가 지난 6월 기준으로 5천여 명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하모니플라워호 규모의 여객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옹진군은 물론 인천시 역시 그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하모니플라워호다. 선령만료기한이 내년 6월로 다가옴에 따라 그 이후론 현행 해운법에 의해 운항이 불가한데, 지난 민선7기 당시에도 이 문제가 옹진군 내에서 시급한 문제로 거론됐으나 민선8기로 넘어온 현재까지도 마땅한 대안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모니플라워호의 선령만료기한 소식을 들은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등 주민들은 이 문제를 섬 지역에 공론화했고 옹진군에 빠른 조치를 요구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여객선 문제가 주민들의 경제활동과도 직결된 만큼 이들 주민들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자 여론을 의식한 듯 옹진군은 지난해 7월 경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운항공백은 없다”는 발표를 했는데, 이에 기자가 관련부서에 “대안을 마련한 것이냐”고 묻자 “100% 확신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의지를 보인 것으로 봐 달라”며 에둘러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사실상 ‘변죽만 울린’ 셈이다.

옹진군은 그해 12월 ‘에이치해운’이라는 선사와 인천~백령 간 카페리 여객선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려오며, 지지부진한 진행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해당 선사는 경영악화로 인해 선박의 건조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었고, 이를 파악한 옹진군은 결국 해당 협약을 백지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에 분노한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은 옹진군에 직접 책임을 묻자는 취지로 공익감사청구 검토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의회에서도 최근 진행된 시정질문에서 지역구 시의원인 신영희 의원(옹진,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며 유정복 시장에게 직접 따져묻기도 했는데, 결국 이들 주민들의 들끓는 여론을 의회에서도 간과할 수 없었던 셈이다.

대책과 관련해서는 박남춘 전 시장이 이끌던 지난 민선7기 당시부터 여러 가지가 언급되긴 했었다. 당시 시는 옹진군에서 자체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시나 인천교통공사 등 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제의 직접도입까지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항로의 노선이 민간수익을 전제하고 운영돼온 데다 공영제 도입 시 투입되는 예산의 부담, 그리고 인천시보다는 옹진군의 결정(지난해 협약 등 내용 포함)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시는 ‘일단은 지켜보자’는 자세로 유보해 왔다.

해당 항로의 관할이 옹진군이었고 당시 옹진군이 특정 선사와 협약을 해왔던 만큼 인천시로서는 한발 물러서 있었으나, 이 협약이 최종적으로 무너지면서 안 그래도 시급한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이다.

문제는 인천시나 옹진군 책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찌저찌 해서 신규 선사를 구하고 여객선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여러 방법에 따른 문제들이 계속 나올 것이 자명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만약 신규 선박을 건조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진다면, 건조작업 및 항로 투입에는 최소 2년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해운사 및 선박건조 등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를 전제하면 당장 신규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고 쳐도 하모니플라워호의 해운법상 운항 종료 시점부터 1년이 넘는 공백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도 ‘지금 당장 가능할 때’의 얘기고, 현재로선 기약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미 운항경력이 있는 중고선박을 사들여 투입하면 1년 내로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여러 가지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연구원의 관련 용역 결과에 따르면 하모니플라워호 규모 혹은 그 이상의 중고선박은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이 없고, 세계 선박시장에서도 3,000톤 급 이상의 매물이 2~3척 정도 있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적합한 중고선박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역시 현재로서는 꽤 힘들다는 얘기다. 시나 옹진군이나 적잖이 골머리가 아파올 부분.

유 시장은 6일 시정질문 당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불가피하게) 기초자치단체가 직접 선박을 건조하게 됐을 경우 국비지원이 가능하다는 근거가 있는데, (이를 활용해) 정부에도 적극 건의하고 권유해 국·시비 매칭을 통해서 가능하게끔 하는 방법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나 교통공사가 직접 운영(위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위탁 가능 여부도 그렇고 타당성 검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확정해서 말씀드리긴 어렵고)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