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문효경 기자) 대한적십자가 과거 입찰에서 특정 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입찰조건을 변경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국회의원(인천시 서구을)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적십자사가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의 입찰을 막으려는 취지로 입찰조건을 세 차례 변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적십자사 감사실은 2016년 6월28일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로부터 입찰기회를 부당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2012년 10월30일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백 입찰 기본계획’을 수립, 입찰자격에 3년간 연 13만 유니트 이상의 납품실적’ 요건을 신설하려 했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되는 혈액백 대부분이 녹십자MS로부터 공급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다른 업체의 신규진입은 불가능한 조건이다. 결국 같은해 12월 감사실이 ‘계약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일상감사 의견을 제시해 해당 자격요건은 삭제됐다.
김모 당시 품질관리팀장은 ‘혈액 사업에 미치는 안전성을 감안해(납품·사용실적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업체로 계약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감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기록됐다.
2013년 4월에는 입찰자격 요건에 ‘국내 제조시설 생산’을 신설하면서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대한적십자사 구매팀은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혈액백 입찰을 준비 중인 사실을 인지한 후 가격경쟁력 때문에 낙찰 가능성이 높아 기존의 국내업체가 혈액백 시장에서 퇴출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모 당시 구매팀장은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중국 제조시설에서 생산한 혈액백으로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는 점을 두고 ‘유사시 적성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의 제조시설로부터 혈액백을 공급받지 못하게 돼 국가혈액 사업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이 대한적십자사 내부공문을 검토해 추가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2016년 6월22일 적십자는 혈액백 입찰조건 사전 공개를 실시했으나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 혈액보조백 규격을 다시 검토하는 등 입찰공고를 차일피일 미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계약업체인 녹십자MS 및 태창산업과의 계약을 무려 6차례에 걸쳐 연장했고 계약 기간이 3년 1개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은 “적십자사 혈액백 계약현황을 살펴보면 녹십자MS는 건당 100억원 안팎의 태창산업은 40억원 대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특히 “적십자가 여러 계약조건을 신설하며 이들 업체가 혈액백 계약을 따내도록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 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이런 의혹들이 쌓인 탓에 올해 혈액백 입찰 계약 건이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적십자사의 이해 불가능한 계약업무 행태를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